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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재단은 문화계 '좌파'를 차단하기 위한 박근혜의 작품이었다

  • 김수빈
  • 입력 2016.12.28 05:01
  • 수정 2016.12.28 05:02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계에서 소위 '진보·좌파 세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해 문화계의 새 판을 짜려는 구상 속에서 미르재단 설립을 추진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했다.

28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문화계의 '좌파 성향'에 대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재단법인을 세워 문화계를 '정돈'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르재단 설립에 나섰다"는 취지의 전 청와대 관계자의 진술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 결과 미르재단 '강제 모금' 전면에 나선 것으로 드러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구속기소)에게 "(문화계)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 같은 정황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안 전 수석에게서 확보해 특검에 넘긴 업무 수첩에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 공소장에도 미르재단 설립과 운영을 최씨가 주도했지만 재단 설립 구상 자체는 박 대통령이 직접 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의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 의혹 수사, 특검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수사 등을 통해 현 정부가 문화계 인사들의 진보 성향을 못마땅해하고 정부 지원금 선정 배제 등 각종 불이익을 주려 했다는 의혹이 상당 부분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검찰은 지난 11일 이 부회장 퇴진을 강요한 혐의(강요미수)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입건하기도 했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비망록'으로 불리는 재직 당시 업무일지에는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추정되는 '長' 표기와 함께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문화예술가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 내용도 적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 역시 청와대와 문체부 주도로 '1만명설'까지 제기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확인하고 배후를 캐기 위해 26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런 일련의 흐름에 비춰볼 때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문화계 '길들이기' 전략이 애초 진보 성향의 문화계 인사들을 각종 지원에서 제외하던 '네거티브' 방식에서 대규모 재원을 갖춘 재단을 발판으로 '문화 융성' 등 정부의 입맛에 맞는 단체와 개인들을 지원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병행하는 쪽으로 '진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결국은 두 방식이 실행 방법 측면에서 확연히 달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개인과 단체를 배제하려는 같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최순실은 미르재단을 만드는 역할을 하면서 이를 잘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르재단 설립 직후부터 컨설팅, 용역 회사 등을 집중적으로 세웠지만 돈을 본격적으로 빼가지 못하고 결국 사달이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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