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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구단' 성남도 피하지 못한 중국팀의 '푸대접'(사진)

  • 박수진
  • 입력 2015.03.17 11:55
  • 수정 2015.03.17 11:57
성남FC가 광저우 푸리와 경기 앞두고 훈련 중인 모습
성남FC가 광저우 푸리와 경기 앞두고 훈련 중인 모습 ⓒ연합뉴스

"에이. 설마 우리한테도 그렇게까지 하겠어요?"(성남FC 프런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중국 팀들의 '푸대접'과 그에 따른 K리그 구단들의 '고생담'은 이제 연례행사에 가깝다.

올해에는 이미 전북 현대가 조별리그 2차전인 산둥 루넝 원정에서 또 한 번 황당한 일을 겪었다. 훈련을 못 할 정도로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훈련장을 배정받은 것.

'시민구단' 성남은 17일 열리는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광저우 부리 원정길에 올랐다. 성남 관계자들 역시 중국팀의 텃세를 우려했으나 그다지 깊지는 않아 보였다. 거대 부동산개발기업 광저우R&F를 등에 업고 중국의 대표적인 부자구단 중 하나가 된 광저우 부리와 시민구단 성남의 체급차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는 여지없이 현실이 됐다. 중국팀 특유의 손님맞이 방식은 성남에도 유효했다.

정규리그 경기를 마친 다음날인 15일 지친 몸을 이끌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선수들은 광저우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짐을 나눠 들고 20여분을 걸어야 했다. 선수들 개인 소지품에 훈련용품, 유니폼 등 모든 짐을 더하면 무게가 족히 500㎏을 넘는다는 게 성남 관계자의 설명이다. 선수를 숙소로 안내할 버스가 공항 앞 도로에 들어갈 수 없으니 멀리 떨어진 지점까지 짐을 모두 가지고 오라는 것이 광저우 부리의 일방적인 통보였다. 공항 앞 도로는 3차로였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도착 첫날 회복훈련을 할 훈련장은 선수단 숙소에서 무려 30㎞ 떨어진 곳이었다. 교통체증에 발목이 잡히면 왕복 2시간을 훌쩍 넘길 수 있는 위치였다.

그라운드 상태 역시 예상대로였다. 군데군데 맨땅이 드러나 있었으며 골지역 안은 잔디가 없다시피 해 부상 우려로 첫날 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AFC 규정에 따르면 챔피언스리그에서 홈팀은 하루에 원정팀 선수 한 명당 6벌의 유니폼과 속옷 등을 세탁해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광저우는 한 명당 3벌만 세탁해 주겠다고 또 한 번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성남 관계자가 규정에 따라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막무가내였다. 과거 허난 젠예를 이끈 바 있어 중국 축구 문화에 밝은 김학범 성남 감독은 "그럴 줄 알았다. 어떻게 예상을 한 치도 안 벗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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