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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제조 시 동물실험 금지하는 법, 국내 최초 발의됐다

  • 박수진
  • 입력 2015.03.11 12:55
  • 수정 2015.03.12 06:34
ⓒ동물자유연대

화장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제한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이 오늘 11일 발의됐다.

이 법안은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업자들이 화장품 완제품, 혹은 화장품 원료에 대해 동물을 이용한 적합성 실험 등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을 완전히 적용하기까지 2년의 유예기간이 설정됐고, 자외선 차단제 등 일부 필요성이 인정되는 제품군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뒀다.

11일 있었던 정책간담회에는 개정안 대표발의자 문정림 의원,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국제단체인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의 닉 팔머 정책이사 등이 참석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Buav는 지난 3일, 허핑턴포스트 영국판 기고를 통해 이번 법안 개정 움직임을 소개한 바 있다. Buav는 기고문에서 한국의 화장품 제조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비욘드)이 이미 동물실험을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 "동물실험 제한은 합리적 법안"

사진: 이형주 동물자유연대 정책국장(왼쪽 두번째), 닉 팔머 전 영국 노동당 의원(왼쪽 세번째), 문정림 새누리당 국회의원(맨 오른쪽)

해당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정식 발의를 통해)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입법 운동을 해온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원안 그대로 통과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업계를 대표해 나온 이명규 대한화장품협회 전무는 "동물실험 금지는 합리적인 법안"이라고 발언했다.

노동당 전 하원의원이면서, 오랫동안 동물 보호 운동에 관여해 온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의 정책 이사 닉 팔머는 "한국도 EU나 브라질처럼 단계적으로 동물실험을 완전히 금지하는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팔머 이사는 이번이 해당 개정안 발의 관련 세번째 한국 방문이다. 팔머는 또 "한국에서 법이 통과되면 일본도 따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한국은 인도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동물실험 금지를 법제화한 국가가 된다.

문정림 의원 "경제 발전 저해하는 것 아니다, 국회 설득할 것"

한편 간담회에 참석한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이 호스피스, 안락사 문제 등 시민 복지 관련 발언을 하자 문 의원은 "동물 복지를 생각할 만큼의 여유가 있느냐는 의문도 있는데 이는 인간의 위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또 "대체실험이 있으므로 업계에 부담되는 개정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요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다음은 문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원안 그대로 통과될 거라 보는지?

= 예외조항이 있고 유예 기간도 있기 때문에 현실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하실 분은 더이상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가 국회에서 법에 대해 잘 설명하는 게 우선이다. 이 법을 반대해서 통과가 안 되기보다는 이해가 부족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국회를 어떤 방식으로 설득할 건지?

= 의원들에게 화장품업계나 경제적 부분, 산업 발전에 저해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야 할 것이다. 단지 화장품법이 아니라 생명존중의 가치를 반영한 국민의 요구다, 국가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는 법이다, 이런 부분을 잘 설명해야 할 것 같다.

- 경제적 손실 아니라는 근거는?

= 이미 대부분의 화장품 원료가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라, 국내에서조차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동물실험을 사실상 안 하고 있다. 다만 새로 개발될 원료에 대해 대체실험을 시행하라고 법제화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동물실험을 시행한 화장품을 수입 금지조치 하고 있고, 중국조차 동물실험을 최소화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수출에 부담되지 않는다. 세계적 추세로 보아 손해 보는 게 아니다.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법제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연합의 경우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2004년 화장품 완제품에 대한 동물실험 금지

2005~2009년 화장품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 단계적 금지

2013년 동물실험이 실시된 화장품 수입 및 마케팅 금지

family guy bunny

미국의 애니메이션 시트콤 '패밀리 가이'의 2009년 한 방송분에는 화장품 연구소에서 하는 동물실험의 무용함을 풍자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연구원들은 립스틱을 바른 토끼에게 총을 쏜 후 "이로써 립스틱은 방탄기능이 없다는 것이 인간을 위해 확인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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