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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로 뜬 '주류 B급' 연예인 3

  • 박수진
  • 입력 2015.04.13 12:42
  • 수정 2015.04.13 12:47

“캐릭터가 만들어져야 한다.”

2012년 <무한도전>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편에 나와 단숨에 스타가 된 가수 조정치는 이듬해 한 방송에서 ‘예능 대세가 되는 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의 초대 손님이 한달만 해도 100명이 넘는 출연자 홍수 시대에 캐릭터를 만든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끼’ 넘치는 ‘꾼’들 사이에서 눈도장을 ‘콱’ 찍으려면 자신만의 차별성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틈새 시장을 ‘나노 분자’처럼 쪼개어 공략해야 한다. 걸스데이 혜리는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애교’로 떴고, 강남은 이상한 한국어 표기와 기막힌 친화력으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무명을 벗었다.

최근의 대세는 ‘비(B)급 캐릭터’다. 발연기, 돌아이, 소심남 등 찌질하고 엽기적인 캐릭터가 예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1. 많이 놀라운 장수원

최근의 비급 캐릭터 붐은 ‘로봇 연기의 창시자’ 장수원부터 시작됐다. 그는 2013년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출연해 딱딱한 말투와 경직된 표정으로 이른바 ‘발연기’를 선보였는데, 이것이 ‘당당하게’ 로봇 연기라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 그가 <사랑과 전쟁>에서 높낮이 없이 한 톤으로 내뱉은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는 유행어가 됐다. 로봇 연기를 앞세워 드라마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물>의 주인공을 맡았고, 광고까지 찍었다.

2.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강균성

2002년 발라드 그룹 노을로 데뷔한 강균성은 ‘다중인격’ 캐릭터로 데뷔 13년 만에 인기몰이 중이다. <안녕하세요>에서 단발머리를 하고 나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흉내내 주목을 끌더니 <라디오 스타><무한 도전> 등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다. 미소년처럼 수줍게 얘기하다가 뜬금없이 “아하하하하하” 웃는가 하면, 교회오빠처럼 설교도 한다. 그도 방송에서 “내 속엔 다양한 내가 있다”거나 “저는 미쳤어요”, “나는 상 돌아이예요”라고 서슴없이 내뱉는다.

3.처연하게 주눅 든 유병재

<에스엔엘 코리아>의 한 코너였던 ‘극한 체험’에서 연예인 갑질에 눈물을 삼키던 ‘주눅맨’ 유병재는 찌질한 캐릭터의 대표주자다. 억울해 보이는 표정이 기가 막히고, 소심함 때문에 주저하면서도 자신의 얘기를 다 하는, 그 뒤에는 쪼그리고 앉아 후회하는 동작 하나하나가 웹툰을 보는 듯 배꼽 잡게 한다.

전현무는 깐죽거리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고, 서장훈은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라며 일단 부인하는 투덜이 캐릭터로 사랑받는다. 박상혁 <에스비에스> 예능 피디는 “요즘은 예능에 출연해 인기를 얻으려면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는 나만의 캐릭터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발연기에, 감정 기복이 심한 모습은 연예인들의 감추고 싶은 비밀이었다. 박상혁 피디는 “예능에서는 밝고 즐거운 모습만 보여주려고 해서 예전 같으면 투덜거리는 모습 등은 대부분 편집됐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부족한 부분, 독특한 행동을 오히려 강조하는 ‘정면승부사’들이 사랑받는 것이다.

이런 비급 캐릭터의 인기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병혁 MBC 예능 피디는 “관찰 예능 등 사람을 보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요즘은 특이한 인물을 보는 것에서 재미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도 “리얼버라이어티가 인기를 끈 이후 시청자들이 멋있고 잘난 연예인보다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허당의 연예인을 보면서 나와 다르지 않구나, 친근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예능을 놀이의 도구로 삼는 소비 패턴의 변화와도 연관된다. 박상혁 피디는 “이제는 예능을 한번 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재미있는 장면과 연예인의 표정 등을 이모티콘이나 패러디물로 만들어 퍼나르면서 연예인의 캐릭터를 놀이의 도구로 삼는다”고 했다. 장수원도 <사랑과 전쟁> 방영 당시에는 연기를 못해서 비난을 받았는데, 그가 연기한 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면서 수개월이 지난 뒤에 누리꾼들 사이에서 ‘로봇 연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독특한 캐릭터로 한방에 뜬 연예인들이 늘면서 소속사들도 때아닌 캐릭터 잡기에 고심중이다. 박상혁 피디는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개인기를 준비해오거나 춤을 연습해와 댄스 신고식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캐릭터를 잡아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비급 캐릭터까지 등장하면서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를 싸매지만, 피디들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게 성공 비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균성은 방송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평소 내 모습”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서장훈이나 유병재도 평소 성격 그대로 꾸미지 않은 모습을 내세웠기 때문에, 비호감을 비켜갈 수 있었다는 게 피디들의 이야기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한 배우의 매니저는 “춤이나 성대모사 연습을 시키다가 이제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고심하고 있는데 사실 할 만한 건 다 나와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할 게 없을 때는 ‘먹방’을 선보이거나, 방송에 독특한 옷을 입고 나오면 ‘기본’은 간다”고 말했다.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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