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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09일 06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09일 14시 12분 KST

러셀-아인슈타인 선언 60주년을 맞아

바로 60년 전 오늘 버트런드 러셀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위시한 세계적 지식인들이 런던에 모여 수소폭탄의 시대에 공산권과 반공산권사이의 분쟁은 인류를 전멸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핵심으로 한 "러셀-아인슈타인 선언문"에 서명했다. 오늘날까지 당시 지식인들이 우려했던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위험성은 단지 연기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분쟁으로 핵전쟁의 위협이 다시 더욱 불길하게 재현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핵전쟁과 버금가는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미국판, 일본판 등에 함께 게재됩니다.


60년 전 바로 오늘 버트런드 러셀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위시한 일군의 지식인들이 공산주의와 반공산주의 진영의 세계전쟁으로 향한 질주를 비난하기 위한 선언문을 작성하고 서명하기 위하여 런던에 모였다. 이 선언문의 서명자 중엔 노벨수상자인 히데키 유카와와 라이너스 폴링도 포함되었다.

그들은 당시 미국과 소련을 휩쓸고 있던 핵무기 사용에 관한 무모한 논의와 전쟁을 향한 질주를 전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이 선언문은 기술의 발전, 즉 원자폭탄의 개발이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기술하였다.

이 선언문은 인류가 당면한 선택을 아래와 같은 엄중한 표현으로 기술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냉혹하고 두렵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한다 : 우리는 인류의 종말을 고할 것인가? 아니면 전쟁을 포기할 것인가?"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은 당시 미국이 향하고 있던 위험한 방향에 대한 진지한 재고를 강요하였고 1968년 비확산조약 체결과 1970년대 군축협상으로 이끈 안보개념에 대한 재조정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는 오늘날 우리에게 평온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비확산조약의 의무를 완전히 망각하고 있고 "군축"이라는 단어는 안보 대화에서 사라졌다. 작년에 미국은 우크라이나 이슈와 관련하여 러시아와 핵전쟁 위험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치하였다.

결과적으로 올해 6월 16일 러시아는 지난 2년간 미국이 핵무기를 개선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40개의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추가할 것이라고 공표하였다.

유사한 긴장은 센카쿠섬(Senkaku/Diaoyutai)을 둘러싼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또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발생했다. 서방 언론에서는 중국과 전쟁 가능성에 대한 토론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고 아시아와 미국의 관계에 있어서 명백한 무장화 추진은 이 지역에서 긴장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핵전쟁 위험에 상응하는 혹은 그보다 더 큰 위협인 기후변화가 추가되었다. 미군 태평양사령관인 사무엘 락리어(Samuel Locklear) 제독조차 2013년 보스턴글로브에 기후변화는 "아마도 우리가 자주 거론하고 있는 어떤 시나리오보다도 안보환경을 불구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변화의 위협에 관한 더욱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회칙을 공표하였다. 그는 회칙에서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적 대응이 얼마나 미약했는지 놀랄 만하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은 표면적 수사, 간헐적인 인도적 행위, 환경에 대한 의례적 관심표명뿐이었고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진정한 시도조차 낭만적 환상에 근거한 골칫거리 혹은 회피해야 할 방해물로 치부되었다"고 추궁하였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 60주년이 다가옴에 따라 나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러셀과 아인슈타인이 직면하였던 것보다도 훨씬 암울한, 현대사 속에서 아마도 전 인류사 속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을 대면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많이 교육받고 가장 잘 연결되어 있는 집단은 아무런 행동의 조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핵전쟁 가능성 증가에 직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가 과거에 예측하였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징후들 또한 보고 있다. 최근에 발간된 과학잡지의 한 연구에 의하면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대규모 해양파괴가 예상되며 한때 가장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남극대륙의 빙하조차 급속하게 녹아내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요 국가들이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려는 가장 피상적인 노력조차 찾아 볼 수 없다.

나는 이러한 우려를 아시아인스티튜트 회원이자 Foreign Policy in Focus 소장인 내 친구 존 페퍼(John Feffer)와 상의하였다. 존은 기후변화를 최우선 안보위협으로 간주할 필요성에 관해 오랫동안 글을 써 왔고 미국이 군사경제로부터 탈피하도록 Institute for Policy Studies의 미리암 펨버턴(Miriam Pemberton)과 함께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우리 둘은 함께 1955년에는 제기되지 않았던 이슈인 기후변화를 강조하는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의 업데이트 버전을 작성하였다. 또한 노벨수상자들인 엘리트 그룹이 아닌 전 세계 누구나 서명할 수 있는 문서로 만들었다.

나는 또한 2004년 데니스 쿠시니치(Dennis Kucinich) 민주당 경선 캠페인에서 함께 일했던 데이브드 스완손(David Swanson)과도 상의하였다. 데이비드는 현재 World Beyond War 소장으로 전쟁은 인류사회에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선언문을 행동가들의 광범위한 그룹에 소개해 주기로 하였고 세 연구소(Foreign Policy in Focus, the Asia Institute, World Beyond War)가 이 새로운 선언문의 공동 후원자가 되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노엄 촘스키 교수님에게 선언문 초안을 보냈고 그는 선뜻 서명함과 동시에 아래와 같은 코멘트를 보내왔다.

지난 1월 그 유명한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가 자정을 향해 2분 앞당겨졌다. 지구가 30년전 대전쟁 위협 이래로 최후의 날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핵전쟁이라는 부단한 위협과 "방치되고 있는 기후변화"가 인류문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전쟁과 기후변화의 미래에 관한 선언" 은 바로 60년 전 버트런드 러셀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경고한 세계인들이 마주해야 할 선택, 즉 "우리는 인류의 종말을 고할 것이냐? 아니면 전쟁을 포기할 것이냐?" 라는 냉혹하고 두렵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을 직시할 것을 촉구한 암울한 경구를 떠오르게 한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선택은 인류사를 통틀어 유래가 없던 것이었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 60주년 성명서는 아래와 같으며 당신과 당신의 모든 친구들은 이곳에 서명을 하실 수 있습니다.

http://diy.rootsaction.org/p/man

러셀-아인슈타인 선언 60주년 성명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쟁무기와 핵 그리고 기후변화의 위험으로 인해 인류의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지금, 세계 각국 정부들은 현 상황을 자각하고, 공개적으로 인정하여,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전쟁을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 것과 모든 분쟁을 평화적 수단으로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세계의 모든 정부들이 그 동안 무력분쟁을 대비하기 위해 사용해왔던 자원들을 새로운 건설적인 목적, 즉 기후변화를 완화시하 범세계적 차원의 지속가능한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기 위한 사용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바로 60년 전 오늘 버트런드 러셀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위시한 세계적 지식인들이 런던에 모여 수소폭탄의 시대에 공산권과 반공산권사이의 분쟁은 인류를 전멸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핵심으로 한 "러셀-아인슈타인 선언문"에 서명했다.

오늘날까지 당시 지식인들이 우려했던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위험성은 단지 연기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분쟁으로 핵전쟁의 위협이 다시 더욱 불길하게 재현되고 있다.

더욱이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핵무기뿐만 아니라 그와 유사한 화력을 지닌 대량살상무기들을 확보하려는 국가들과 비국가 활동세력(non-state actors)이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도 핵확산금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에서 약속한 비축핵무기파기를 실행시키는데 실패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핵전쟁과 버금가는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탐욕적인 자원개발과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전례가 없는 기후파괴를 야기하고 있다. 단기적 이익을 위한 숲과 습지와 바다와 농경지에 대한 지속적인 착취와 결합된 지속불가능한 경제팽창은 우리들을 나락에 빠트리고 있다.

1955년 선언문은 "우리는 어떠한 특정 국가나 대륙 혹은 종교의 구성원으로서가 아닌 지속적인 생존이 의문시되는 인간으로서 선언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제 우리를 현혹해서 파멸로 이끌어 왔던 진보와 개발이라는 왜곡되고 오도된 생각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

과학적, 문화적, 역사적 세력들이 우리를 이러한 곤경으로 인도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지식인들은 각각의 전공지식과 식견을 이용한 지도력에 있어서 특별한 책임이 있다.

모든 분야의 전공과 행동의 영역에서 지식인들은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근시안적인 이해만을 추구하는 이해타산적인 요소들과 자주 낙담하고 오도되고 때론 냉담한 시민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무모한 군비확장과 범죄적 환경파괴에 항의를 해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모두 함께 합심하여 우리들의 목소리를 높일 때가 왔다.

Foreign Policy in Focus, the Asia Institute, and World Beyond War가 이 성명서를 지지하며 2015년 7월 9일 공동으로 발표한다.


einstein russell

버트런드 러셀이 1955년 7월 9일 영국 런던에서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 (1955년 7월 9일 런던)

우리는 인류가 비극적 상황 속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면서, 과학자들이 회의를 개최하여 대량 파괴 무기가 발달한 결과 야기되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을 평가하고, 첨부된 초안에 담긴 정신에 입각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저러한 국가나 대륙이나 이념에 얽매이는 구성원이 아니라, 미래의 존립성마저도 위협받고 있는 인류라는 생물 종에 속하는 구성원으로서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세계는 온통 분쟁에 휩싸여 있다. 또한 규모가 작은 모든 분쟁들은 공산주의와 반공주의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매우 첨예한 투쟁의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다.

정치의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 이러한 문제들 중에서 적어도 한 가지 문제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분이 가능한 한 그런 입장에서 잠시 벗어나서, 찬란한 역사를 이루어 왔으며 우리들 중 아무도 멸종되길 바라지 않는 인류 구성원의 입장에서만 각자 스스로 되돌아보기를 원한다.

우리는 특정한 집단에 호소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겠다. 모두가 너 나 할 것 없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경우, 그 위험을 자각하기만 해도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희망이 존재한다.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설사 우리가 특정 집단을 선호한다고 해도, 그 집단이 무력 수단을 이용하여 승리할 수 있도록 어떤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조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 즉, 모든 당사자에게 필연적으로 재앙을 가져다주는 무력 투쟁을 방지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일반 대중과 심지어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조차 핵폭탄을 사용한 전쟁으로 인해 초래할 실상을 미처 자각하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일반 대중은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는 정도로 인식한다. 새로운 폭탄이 과거의 폭탄보다 위력이 훨씬 강력하다. 즉 원자폭탄 한 발로 히로시마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었던 반면에, 이제 수소폭탄 한 발로 런던이나 뉴욕이나 모스크바와 같이 규모가 훨씬 큰 도시들을 완전히 파괴시킬 수 있다.

수소폭탄을 사용하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틀림없이 대도시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는 우리가 겪게 되는 자그마한 재앙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가령 런던과 뉴욕과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모두 다 몰살당했다고 해도, 세계는 수세기가 지나는 동안에 그 타격으로부터 회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특히 비키니 실험 이후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훨씬 넓은 지역에 걸쳐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폭탄이 점차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매우 믿을 만한 권위자의 견해에 따르면, 이제는 히로시마를 파괴했던 핵폭탄의 이천오백 배나 될 정도로 강력한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한 폭탄 한 발이 지상 근처나 수중에서 폭발할 경우에 방사능 입자가 상층대기로 보내진다. 그러한 입자는 치명적인 먼지나 강우의 형태로 서서히 낙하하여 지구의 표면에 도달한다. 일본의 어부들과 그들이 잡은 어류를 오염시켰던 주범이 바로 이 먼지였다. 그처럼 치명적인 방사능 입자가 퍼져 나가는 범위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가장 권위 있는 사람들 모두가 만장일치로 공감하는 견해에 따르면, 수소폭탄을 사용하는 전쟁이 한 차례만 일어나더라도 인류가 종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만일 여러 개의 수소폭탄이 사용될 경우, 그 순간에 곧바로 죽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병으로 인해 서서히 고통을 겪으면서 몸이 망가져 가다가 결국에는 인류 전체가 죽음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군사 전략적 차원에서 저명한 과학자와 권위자들로부터 수많은 경고가 있었다. 그들 중에서 아무도 최악의 사태가 틀림없이 예상된다고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결과가 일어날 수 있고, 그러한 결과가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고 그들은 말할 따름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이 문제에 관한 전문가의 견해가 조금이라도 그들의 정치적 입장이나 편견에 좌우되었다는 조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의 견해는 오로지 특정한 전문가의 지식수준에 의존하고 있을 따름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조사 과정을 통해 밝혀졌다. 우리는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 우리는 여러분에게 적나라하고도 무시무시하고도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제시하겠다. 우리는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전쟁을 포기할 것인가? 사람들은 전쟁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양자택일의 문제와 마주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을 포기할 경우, 국가의 주권은 어쩔 수 없이 제한될 것이다. 하지만, '인류'라는 말이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상황 인식을 가로막는다. 어렴풋한 개념으로 다가오는 '인류'에게 위험이 닥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나 자식들이나 후손들에게 위험이 닥쳐 있다는 사실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절실하게 느끼지 못한다. 그들 각자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사라져 가는 절박한 위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식 무기의 사용이 금지된다면, 전쟁이 계속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희망은 환상이다. 수소폭탄을 사용하지 말자고 평화시에 어떤 협정을 맺었다고 해도,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에 그러한 협약은 더 이상 구속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면서,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쌍방은 수소폭탄을 제조하는 일에 착수할 것이다. 그 이유는 어느 한쪽이 그 폭탄을 제조하고 상대방이 그렇지 않을 경우, 그 폭탄을 제조한 쪽이 틀림없이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면적 군비 축소의 일환으로서 핵무기를 폐기하는 협약이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그것은 다소간 중요한 목적에 기여할 것이다.

첫째로 긴장 완화를 지향하는 한, 동서 진영 사이에 맺어지는 모든 협약은 유익하다.

둘째로 양쪽 진영 모두가 상대방이 협약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믿을 경우, 핵무기를 폐기함으로써 진주만이 기습적으로 공격을 당했던 경험처럼 기습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현재 양쪽 진영은 기습 공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첨예한 긴장 상태에 빠져 있다. 따라서 우리는 비록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그러한 협약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대다수는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지 않지만, 우리는 인류 구성원으로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즉, 만약 동서 진영의 문제가 공산주의자든 반공주의자든, 또한 아시아인이든 유럽인이든 미국인이든, 또한 백인이든 흑인이든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최대한 만족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러한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우리는 동서 진영 모두가 이 점을 이해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지식과 지혜가 지속적으로 진보하느냐 퇴보하느냐가 결정된다. 과연 우리는 싸움을 그만둘 수 없다고 해서 그 대신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가? 우리는 인류 구성원으로서 인류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여러분의 인간다움을 상기하라. 그런 다음에 나머지는 모두 잊어버려라.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새로운 낙원으로 향하는 전망이 열릴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인류 전체가 멸종당할 위험이 여러분 앞에 다가오게 될 것이다.

선언 : 우리는 세계의 과학자와 일반 대중이 이 회의에 참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의문에 서명할 것을 제안한다.

'향후에 세계 대전이 일어날 경우, 핵무기가 틀림없이 사용될 것이고, 그러한 무기가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세계의 모든 정부는 자국의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세계 대전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자각하고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들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분쟁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서 평화적 방법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막스 보른(Max Born)

퍼시. W. 브리지먼(Percy W. Bridgman)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레오폴드 인펠트(Leopold Infeld)

프레데릭 졸리오퀴리(Frederic Joliot Curie)

허먼 물러(Herman Muller)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

세실 F. 파웰(Cecil F. Powell)

요제프 로트블라트(Joseph Rotblat)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히데키 유카와(Hideki Yuk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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