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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06일 12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06일 14시 12분 KST

부부관계를 아이에게 들켰다면

생각만 해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난감한 상황이다. 나의 민망함과 당황스러움은 둘째 치고 아이가 받았을 충격과 놀라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지, 뭐라 설명하는 게 맞는 건지, 설명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에 하나 일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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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안나(산부인과전문의)

아이가 우리 부부의 성관계 하는 장면을 봤다면?

생각만 해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난감한 상황이다. 나의 민망함과 당황스러움은 둘째 치고 아이가 받았을 충격과 놀라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지, 뭐라 설명하는 게 맞는 건지, 설명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에 하나 일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자.

1. 둘러대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자.

평소에 아이와 성에 대한 대화를 해보지 않은 부모는 아이가 본 것이 성관계라는 걸 모른 채 넘어가길 바라며 이에 대한 대화를 회피하거나, "레슬링 한 거야."라는 식으로 둘러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에게 '내가 뭘 잘못했나?' 혹은 '우리 부모가 뭔가 잘못했나?'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의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도 부부가 성관계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이를 통해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난 거다. 아이에게 들킨 것은 문제지만 부모가 성생활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인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부부에게 성생활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 아니고, 건강한 부부가 서로 사랑해서 할 수 있는 깊은 대화이다. 아이를 놀라게 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해해야 하지만 성생활에 대해서는 부모부터 당당하게 생각해야 이 일을 어렵지 않게 풀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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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의 기분을 살핀 뒤 성교육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자.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알려주는 기회로 삼아보자. 성교육은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부모의 성행위를 본 아이의 기분이 어떤지를 먼저 살피고 그에 맞추어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행위 장면을 처음 본 유아기 아이들은 놀라거나 무섭게 느낄 수 있다. 아빠가 엄마를 아프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이를 안아주며 본 것을 어떻게 느끼는지 살피고, 놀랐다면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라.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서로 많이 사랑해서 하는 놀이"라고 알려주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성행위에 대해 아이가 부정적인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에게 들켰다면 좀 더 본격적인 성교육을 시작하도록 하자. 그날 밤은 "부부는 이렇게 몸으로 사랑하는 거야."라고 성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다음날 아이가 어떻게 느꼈고 뭘 궁금해하는지 (이미 음란물을 본 아이라면 충격과 혼란이 뒤범벅될 수 있다. 우리 부모도 섹스를 하다니!) 차분히 묻고 설명해주는 시간을 갖자. 이 시기는 이차성징 등 아이의 성적인 발달과 연관하여 성행위의 의미에 대해 배워야 할 시기이다. 음란물에 노출되기 전에 부모로부터 들은 올바른 성교육은 아이에게 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의 씨앗을 심어줄 것이다. 부모의 성행위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아주 멋진 일이란 걸 알려주자.

3. 예방이 최선! 부모와 자식 간에도 프라이버시를 지키자.

부부의 성행위가 아무리 멋진 일이라도 자식에게 들키지 않는 게 최선이다. 밤 수유 때문에 아기와 한방에 자는 경우에도 성관계는 아기가 자는 방에서 나와 다른 공간에서 하는 게 좋다. 아무리 어린 아기라도 옆에서 성행위를 하면 아기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고 부부도 서로의 성반응에 집중하기 어렵다. 밤 수유를 끝내고 따로 잘 때부터는 성관계할 때 부부 침실의 방문 잠그는 것을 잊지 말자.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아이라 해도 어느 날 밤에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다. 부모 자식 간에도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한다. 걸어 다니는 아이가 있는 부부가 문을 잠그지 않고 성행위를 하는 것은 아이의 존재를 무시하는 거다. 또한 밤에 엄마 아빠 방에 올 때는 노크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자. 물론 엄마 아빠도 아이 방에 들어갈 때는 노크하면서 아이의 사생활을 인정해주자.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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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정의 중심은 부부

부부 관계를 아이에게 들키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들킬까봐 마음 놓고 성관계를 못 하는 경우는 많다. 육아와 일에 지쳐 부부 관계를 소홀히 하다 보면 섹스리스 커플이 되는 거다. 설사 들켰더라도 아이 앞에 당당해지려면 평소에 성관계를 육아, 일 다음의 후순위로 생각해서는 안 되고 부부 사이의 중요한 소통으로 여겨야 한다. 아이와 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성교육이란 특별한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해서 너를 낳았는지에 대한 탄생의 신비를 알려주는 거다. 아이에게 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가르치면서 부모 자식 간의 프라이버시는 지키도록 신경 쓰자. 가정의 중심은 아이가 아니라 부부다.

* EBS육아학교Pin <최안나의 엄마 성 아이 성> 부부관계, 아이에게 들켰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