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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08일 05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2월 07일 14시 12분 KST

영재를 망치는 영재교육과 올바른 영재교육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영재교육의 특성은 초고속 선행학습입니다. "3년치 분량을 1년에 가르치고 배웠다는 것"이 무슨 자랑이나 되는 듯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곤 했지요. 머리 속에 지식이라는 물건들을 잔뜩 쌓아 놓으면 그게 지식인을 만들고 천재를 만드는 줄로만 알았겠지요. 심신이 지치도록 점수 따기와 실수 안하기 훈련을 반복하면 천재들의 타고난 창의력, 관찰력, 사고력은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능률을 위해서 훈련된 기억장치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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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앞서 발표한 "영어 회화 교습 '광풍'에 감춰진 허점"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영재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나라의 교육환경

나라를 위해서 큰일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이 태어났다 해도 주변의 무관심으로 묻혀버리고,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범인과 같지 않다고 해서 이단으로 낙인 찍거나 소외시키는 우리 사회의 획일성, 특정분야에 천재성이 뚜렷한 인재들을 "암기식 전인교육"이라는 병든 교육체계와 함께 도태시키는 대학 신입생 선발제도, "점수 올리기 사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리한 성적 평가제도 등이 우리나라 교육환경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신동이 출현했노라고 나라가 떠들썩하도록 언론 매체를 뒤덮는 일이 일어난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비범한 두뇌를 교육하는 방법에 대한 상식조차 없는 사람들이 마치 전문가나 된 듯이 앞장서서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그 보물 같은 아이들의 두뇌를 모조리 망가뜨리는 바람에 십대 중반을 넘기기도 전에 지극히 평범한 두뇌로 만들어버린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보아왔지요.

결함투성이의 현행 교육체계로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제전쟁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경쟁력을 키워낼 수 없습니다. 해마다 한반도에서 태어나는 저 많은 천재들을 지식을 단순암기하는 기계로 전락시키고 부모 세대가 빠져있는 극단적 배금사조에 휩쓸리도록 방치하는 관리체계로는 나라의 미래가 밝아지기가 어렵습니다. 영재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가의 재산입니다. 그런데 "스파르타식 교육", "선행학습" 따위의 퇴폐적인 교육과 저급한 점수경쟁 안에서 국가의 소중한 인재들이 훼손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무정부 상태의 공허함과 유사합니다.

천재 중의 천재 Isaac Newton 1642 - 1727

천재의 두뇌는 어떻게 다른가

우리나라 역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천재들을 살펴보면 주로 기억력이 남달리 좋아서 뭘 많이 외우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지요. 이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새 역사를 창조하기보다는 옛것을 답습하는 것에 역점을 두었고, 그것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지 못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와 천재교육관에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나라가 필요한 천재란 옛 지식이 많이 주입된 사람이 아니라, 기존 질서나 법칙에 구애 받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자유롭고, 창의력이 최대한 신장되어,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내거나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가 누리고 있는 전자 정보시대의 기초를 쌓은 천재들이 여러 사람 있었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잘 아는 이름 둘만을 예로 들자면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입니다. 이 두 사람이 쌓아 올린 업적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의 도움을 받은 것들이 아닙니다. 빌 게이츠는 대학을 1년 만에 중퇴했고, 가난한 양부모 밑에서 자란 스티브 잡스는 대학 입학 6개월 만에 등록금이 없어서 자퇴하고 18개월 동안 컴퓨터와는 무관하게 창의력에 관련된 강의를 다양하게 무료 청강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에 두뇌가 탁월하게 좋았다는 점이고, 또 하나의 공통점은 교육과정에서 두뇌가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력과 창의력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천재의 두뇌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자극에 의해서 크게 성장할 수도 있고 쉽게 부서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천재성이 뛰어난 아이를 상대할 때에는 얇은 유리잔을 다루듯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교육을 흔히 음식을 먹이는 것에 비유하지요. 아이가 잘 소화하도록 음식을 잘게 잘라서 먹이듯이, 가르칠 때에도 그것을 잘 분해해서 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두 과정에서 드러나는 유사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음식물이 잘 소화되면 그 영양소가 다른 영양소들과 합성되어 우리 몸 안에서 새로운 세포로 재구성되듯이, 지식도 잘 소화되면 두뇌 안에서 다른 지식의 요소들과 적절히 결합하여 새로운 지식으로 창조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천재는 실수가 없는 마술사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천재는 뭐든지 잘하고 실수가 없는 척척박사, 마술사 같은 존재라는 겁니다. 아닙니다. 천재는 실수도 많이 저지르지만 그 실수를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찾아낼 줄 알고, 용감하게 시도를 많이 하는 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늘 배워나가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천재적인 두뇌는 주변의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수시로 바꾸기 때문에 그 안에 고정관념이 자리잡을 수 없습니다. 또 천재는 점수로 경쟁하는 문화를 본능적으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시험점수로 천재를 발굴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수능시험에 만점을 받은 학생이 장차 과학계를 이끌어갈 천재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지만 서구권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명문 대학에서는 신입생을 선발할 때에 시험 점수나 학교성적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절대적인 잣대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천재들은 이렇게 파괴되었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영재교육의 특성은 초고속 선행학습입니다. "3년치 분량을 1년에 가르치고 배웠다는 것"이 무슨 자랑이나 되는 듯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곤 했지요. 머리 속에 지식이라는 물건들을 잔뜩 쌓아 놓으면 그게 지식인을 만들고 천재를 만드는 줄로만 알았겠지요. 성급하게 나이 열여섯, 열일곱에 박사 학위를 따서 뭘 어쩌자는 것인지, 국가가 고대하는 큰 그릇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고 어떻게 구워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영재교육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모르면 차라리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것이 잘하는 일입니다. 괜히 건드려서 깨뜨리지나 말고.

천재교육의 목표는 다양하게 배운 지식의 요소들이 두뇌 안에서 유기적인 연결망을 이루어서 서로 대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각기 흩어져 쌓여있는 짐짝이나 다름없는 죽은 지식으로부터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이지요. 그런데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위 안에 오래 남아 있으면 병이 되듯이, 제아무리 뛰어난 신동이라 해도 소화되지 않은 지식이 장기간 머리 속에 누적되어 있으면 병이 됩니다. 배운 지식이 적절히 소화 분해되고 그것이 다른 지식의 요소들과 합하여 새로운 지식으로 합성되지 못하고, 삼킨 지식이 그대로 남아 있을 때 두뇌가 그 고통으로 인하여 병들게 되는 것입니다.

영재의 두뇌는 혼자서 쉬면서 열린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소위 영재교육 전문가라는 어른들이 어린 아이에게 쉴 틈도 주지 않고 엄청난 양의 지식 덩어리를 중압감을 주면서 밀어 넣는다고 생각해봅시다. 그것을 음미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실험하고 질문하고 주어진 틀에서 밖으로 나가보기도 하면서 소화를 해야 그것이 살아있는 지식의 요소들로 두뇌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텐데, 그런 공간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렇게 여러 달 여러 해가 지나면 감각이 여린 아이의 천재적이던 두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부터 생존하려는 본능적 방어수단으로써 두뇌의 민감도, 즉 천재성을 둔화시키거나, 아예 문을 닫아 걸게 됩니다. 물론 그것은 아이 본인이 의식적으로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흔히 정신적 장애(Mental Trauma)를 일으키게 되어, 세기적인 천재가 되었을 인물의 지능이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낮아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오는날 최고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이론 물리학자 및 수학자 Edward Witten 교수

오늘날 최고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Edward Witten 이야기

Edward Witten은 미국의 고등 연구원 (Institute of Advanced Study)의 교수로 있는 수학자 및 물리학자입니다. 많은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이 이 사람을 일컬어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라고 부를 정도로 그의 탁월한 천재성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Witten교수는 초끈이론(Super String Theory)을 집대성한 이론 물리학자 및 수학자입니다.

그런데 그의 성장기를 살펴보면 특이하게도 한국식 영재교육관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의 교육 생활환경이 아무 장벽이 없이 열려있는 자유공간이었다는 점입니다. Witten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하버드나 MIT등의 명문대를 다니지도 않았습니다. Brandeis 대학을 졸업했는데, 전공은 역사학이었고 부전공은 언어학이었지요. 졸업 후에 잠시 대통령 후보 선거 유세를 도왔고 위스콘신 대학의 대학원에 경제학 전공으로 한 학기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프린스턴 대학의 대학원으로 옮겨가 물리학을 전공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그는 타인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도약을 반복하면서 이론 물리학계를 이끌어가는 거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물리학을 하는 부인이 하는 말입니다. "Edward는 장벽이 없는 것 같아요. 식탁에서 아침 먹다가 휴지에 연필로 몇 자 적었는데 그게 새로운 이론으로 이어지는 적도 많아요." Witten교수는 완전히 열려 있는 사고의 전형입니다. 바꾸어 생각하자면 사고의 장벽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멍청해질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어느 구석을 봐도 온갖 종류의 장벽들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 그리고 우리 각자의 정신 세계 안에 편견과 수많은 금기조항 따위의 장벽들이 마치 남북을 가로막은 휴전선처럼 널려있지요. "그런 질문은 웃음거리가 되니 하지도 말아라. 이 토의장에서는 공인받은 생각 이외에는 입 밖에 내지 말아라. 이해가 안되면 무조건 외워라. 배우지도 않은 것, 개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우둔한 짓이다." 다양한 장벽들이 이렇게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는 한, 개인의 상상력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를 나누고 싶은 우리의 천재들은 설 땅이 없습니다.

서구사회의 영재교육관

서구사회에서는 그것이 꼭 영재교육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사고력을 최대한으로 신장시키는 방법으로 흔히 "소크라테스 방식"(Socratic Method)을 사용합니다. 특히 영재교육에서는 문제를 던져주고 나서 끝까지 답을 가르쳐주지 않는 교육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학생이 도움을 요청하면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에 더 구체적이고 새로운 질문으로 대답할 뿐입니다. 이때 새 질문이라는 것은 학생이 넘지 못하는 사고의 장벽을 정확히 아는 선생님만이 만들어낼 수 있지요. 이렇게 학생과 교사 간에 상호 질문하면서 토론하는 가운데 점차 학생의 사고는 해답을 향해 접근해 나가는데, 이때 교사가 처음에 의도했던 정답과는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 학생이 더 훌륭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방식에서 강조되는 것은 정답을 배우는 것보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 거치는 과정에서 사고력, 관찰력, 논리력 등을 단련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저는 학생들에게 "몸이 물에 젖어 있을 때 바람이 불면 왜 시원한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배워서 외운대로 "수분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는데, 저는 다시 "액체 상태에 있던 물 분자들이 분리되어 기화한 것은 바람이 제공한 운동 에너지 때문이지 우리 몸의 체열 때문이 아닌데, 왜 체온이 떨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다음에 계속 이어지는 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으려는 학생들은 실로 활발한 토론을 거치며 궁극적인 해답에 점차 접근해가는 것을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결론: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과 그 개선책에 대한 제안

1. 주입식 전인교육은 천재들을 파괴한다.

천재들의 두뇌는 주입식 교육에 순응하지 못하고 그에 반항하는 반골 기질이 매우 강합니다. 이런 경향이 원동력이 되어 천재들은 학계의 기존 이론에서 허점을 찾아내고 새 이론을 세우려는 노력에 몰두하게 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주입식 전인교육은 이미 전인교육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하나의 기억장치로 전락시켜서 기계화하는 죄악일 뿐입니다. 수많은 과목들에 대한 수학능력을 모두 점수로 평가하는 이 제도는 "실수 안 하기" 훈련을 낳았고, 그렇게 기계화된 닫힌 사고에 갇힌 채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어린 천재들의 두뇌에서 열린 사고의 자유 공간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특히 영재들에게는 위험한 제도입니다.

아이들의 두뇌 안에 자유로운 사고의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서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현재 전인교육에 포함된 교과목들을 필수와 선택으로 나눠서 선택과목에 대한 평가는 합격-불합격 판정으로 바꿔서 부담을 줄이고, 필수 과목에 대한 평가는 시험 점수만으로 할 것이 아니라 수업시간 중의 토론 참여도와 프로젝트 또는 교사 개인의 견해 등도 참조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2. 수능고사는 주입식교육에 대한 순응도를 평가하는 "순응 고사"다.

수능고사는 정치인들과 교육계 지도자들이 자신들을 비난의 화살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 고안한 소극적 장치로 보입니다. 수능고사는 "사교육의 폐단을 줄이고 교육의 기회균등을 꾀한다"는 명목을 유지하느라 교육의 본래 취지를 도살하는 아이러니를 초래했습니다. 사교육의 폐단은 더욱 극심해졌고 우리사회 어디에도 평등과 기회균등이 지켜지지 않는 이상, 수능고사의 존재가치는 없습니다. 특히 EBS 교재에서 70% 이상을 출제해야 한다는 기회균등 조항은 주입식 암기교육을 극단화하는 미친짓입니다.

이렇게 포장된 껍질만의 "기회균등"이 유지되는 동안에 우리나라의 차세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에드워드 위튼은 모두 성형외과 전문의, 증권시장 브로커, 또는 게임중독 환자로 전락했거나 그렇게 될 위기에 처해 있지요. 수능고사는 없애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발전입니다.

3. 선행학습은 천재들의 두뇌를 집단적으로 무능화시키는 폐악이다.

주입식 전인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행 선행학습 풍조는 사설학원 무자격 강사들의 상행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심신이 지치도록 점수 따기와 실수 안하기 훈련을 반복하면 천재들의 타고난 창의력, 관찰력, 사고력은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능률을 위해서 훈련된 기억장치뿐입니다. 정부차원에서 선행학습을 금하고, 교육의 무게중심을 지식의 암기에서 사고력 훈련 쪽으로 대폭 이동시켜야 하며, 대학 신입생 선발 방식도 바꿔서 선행학습의 동기를 차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4. 국가가 연구비 지원을 아끼면 그 돈은 불의한 자들의 주머니 안으로 사라진다.

근대의 과학사를 보면 획기적인 업적의 상당부분이 젊은 두뇌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전세계 IT 산업계만 살펴봐도 리더들의 나이가 더 젊어져 가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놀라운 업적들이 20세 전후의 천재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젊은 천재일수록 부정적인 사고로부터 자유로와서 상상력이 더 멀리 뻗어 나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시도하는 에너지가 충만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천재 한 사람이 수백만을 먹여살리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한국 정부도 숨어있는 15세~25세의 천재들을 발굴하기 위해서 연구와 창업을 지원하는 정부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연구비 지원의 전체 규모가 너무 작아서 학계의 기득권층이 먼저 싹쓸이하고 나면 젊은 천재들의 몫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전 정권이 "멀쩡한 4대강을 개똥밭으로 개발하는 나쁜 일"에 퍼부었다고 알려진 22조 원의 10분의 1만이라도 연구비와 창업 지원에 투자했더라면 여러 젊은 천재들에게 좋은 날개를 달아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예를 들자면, 산업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인 전기자동차의 축전지 분야나 차세대 모바일 장치 개발에 관련된 주제 등에 대한 연구 개발 및 창업 지원금을 대폭 늘리는 한편, 기초과학 분야의 젊은 천재들을 위한 연구비 지원도 대규모로 늘여야 합니다. 특히 이 같은 젊은 천재 지원금은 학계나 업계의 기득권층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겠고, 이 귀중한 젊은이들의 천부적 재능이 탐욕스러운 집단에게 착취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적인 장치도 있어야겠지요.

5. 인터넷 게임 중독은 젊은 천재들의 공동묘지이다.

게임중독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상황을 먼저 살펴봤을 때, 문제의 심각성이 사실상 마약 중독의 위험 수위를 넘은 지 이미 오래된 것이 드러납니다. 게이머들 사이에 인터넷을 통한 연결망이 구축되고 나서부터 그 증세가 훨씬 더 심각해졌지요. 사흘 밤낮을 잠도 자지 않고 게임을 하느라 학교를 무단 결석하고, 과로로 돌연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게임 도박이 일반화되고, 중독자들은 사회성이 파괴되어, 가상공간과 현실세계 사이에 혼돈이 일어나는 등, 그 심각한 정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미국의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서 아무 말이 없습니다. 언론사들에게는 게임을 만드는 재벌급 업체들이 소중한 광고주이기 때문이겠지요. 한국의 상황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열려있는 세계를 향한 도전정신이 천재의 특성 중의 하나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분석했을 때 인터넷 게임과 주입식 교육은 똑같은 문제점을 공유합니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열려있는 세계"가 아니라 "닫혀있는 세계"를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배우는 모든 것들을 "완전히 정착된 완성된 이론"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요당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점수로 처벌을 받는 주입식 교육의 틀 안에서, 우리의 천재들은 "실패"가 두려워 다른 가능성을 시도해볼 용기를 스스로 포기하게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게임에서도 주어진 프로그램이라는 닫힌 세계를 지배하는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게임에서 패배하는 것을 배움으로써, 둘러쳐진 울타리의 밖으로 나와 열려있는 세계를 만나는 용기를 철저히 포기하게 됩니다.

마약 중독 문제에 대한 계몽과 비판은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객관적인 설득력이 있으나, 게임 중독 문제는 언론의 침묵으로 인하여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게임중독자들의 성향은 대부분 남학생이며, 개중에는 지능이 뛰어나게 좋은 영재들이 많습니다. 이 게임 중독은 부모들이 개별적으로 맞서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적입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이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국가적으로 인터넷게임 산업을 통제하지 않으면 영재들을 게임중독에서 보호할 길은 요원합니다.♣

(다음 회에 게시될 글 "15세의 천재 이야기"에서는 최근에 췌장암 조기 진단법을 찾아내어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진 Jack Andraka 소년을 소개하고, 이 아이의 성장 환경과 특성을 예로 들어가며 천재의 일반적인 경향과 영재교육이 나아갈 길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