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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1일 05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11일 14시 12분 KST

연례행사가 된 SAT 부정행위, 무엇이 문제인가

비정상적인 교육 체계가 비정상적인 점수 경쟁을 낳았고 사교육 업체들에게 황금어장을 열어주었으며, 점수 올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막장 사교육은 드디어 시험문제를 미리 빼돌리는 제임스 본드형 족집게 과외를 창조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실력의 경쟁이 아니라 부모가 가진 재력의 경쟁입니다. 이 험난한 환경에서 가난한 서민들 속에 숨어있는 천재들을 어떻게 발굴해낼 것인가. 아직 해답은 없습니다.

Shutterstock / Constantine Pankin

(이 글은 앞서 발표한 "영작문의 전설 E.B. White가 우리에게 주는 도움"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시험 부정행위의 근대사

대학 본고사가 한창 위세를 떨치던 40여년 전의 우리나라 이야기입니다. 초일류로 일컬어지던 한 고등학교 학생에 한해서 100명 가량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가르치던 수학 "족집게" 과외 교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해마다 S대학교 입학시험의 수학부분 열 문제 중에서 두 문제 내지 세 문제를 귀신같이 적중시킨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그 용하신 도사께서는 해마다 대학 본고사 바로 전날이면 자기 문하생들에게 "필기도구는 지참하지 말고 다 모여라"하고서는 다음날 시험에 나올 예상 문제를 미리 풀어주곤 했는데, 그 중에서 실제로 두, 세 문제가 시험에 그대로 나왔습니다.

통계학을 전공한 어느 분에 의하면, 부정이 개입되지 않고 10년이 넘도록 해마다 열 문제 중에서 두 세 문제를 적중시킬 확률은 대략 10의 20승 분의 1 이며, "그건 계란 열 개를 일 년 내내 삶았는데, 그 중 두 개 또는 세 개에서 산 병아리들이 나왔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마다 되풀이되던 촌극이 사실은 한국 최고의 지성으로 일컬어지던 인사들 중의 일부가 시험문제를 사전에 유출시킨 엄연한 입시부정이었는데,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돈 많고 발 빠른 부모들은 앞을 다투어 아들 딸을 그 수학 족집게 도사의 문하에 밀어 넣었고, 그것을 몰랐음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이었는지 사정당국은 단 한번도 이 문제를 조사한 적이 없었습니다.

힘 있고 돈 많은 상류 계층이 범하는 대학입시 부정행위는 조선시대의 과거제도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폐습의 잔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조의 과거제도에서도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시험문제를 미리 빼내는 등, 온갖 부정행위가 공공연하게 성행했고, 또 시험 결과와 무관하게 뇌물과 정실, 문벌과 당파의 소속에 따라 급제와 낙제가 결정될 정도였으니, 그 때도 돈 없는 서민층 자제들은 재주가 출중하다 해도 서러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시험 부정행위 처벌에 대한 두 나라의 비교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자들의 잘못은 "솜방망이"로 다스리고 구멍가게에서 빵 한 개 훔쳐먹다 걸린 자들의 죄는 철퇴로 다스린다고 하지요. 시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특히 더 관대해서, 죄를 짓고도 오히려 떳떳해 할만큼 처벌이 작거나 없는 탓에 강남 소수의 "축복받은" 집단이 해마다 연중행사처럼 SAT 부정행위 사건을 터뜨리는데도, 한국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감각입니다. 그 덕택에 미국 대학에서는 한인 지원자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해마다 나빠져서 아무 잘못이 없는 대부분의 무고한 한인 자녀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큰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지역의 44개 공립학교에서 무려 180명의 교사들이 학교의 평균성적을 높이기 위해서 학생들이 제출한 표준학력고사 답안지를 변조하거나 시험장에서 학생들에게 해답을 가르쳐줬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후 8년에 걸친 수사 끝에 35명이 기소되었고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에 각각 징역 20년 형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사를 최근에 읽은 적이 있습니다. SAT의 경우에도 대리시험적발 사례가 가끔 뉴스가 되는데, 유죄 판결이 나는 경우 의뢰한 고등학생은 대개 징역 6개월~1년 형, 대리시험 제공자는 징역 3~4년 형을 선고받습니다. 우리나라와는 그 형량이 매우 대조적이지요.

부정행위의 원인 분석 및 그 해결방안 제안

우리나라는 SAT문제가 사전에 유출되어 수험생들에게 고가에 판매되는 대규모 부정행위가 그치지 않습니다. 비단 SAT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치러지는 모든 시험에서 일어나는 부정행위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그 해결방안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1. SAT는 우리식 영어 교육으로는 안된다.

SAT 영어 부분에서 부정행위를 하지 않으면 미국 대학이 요구하는 점수를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외우고, 정답 고르는 요령을 외웠지만 영어 독해능력은 늘 제자리 걸음이라면 남은 옵션은 부정행위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요.

SAT 문제의 난이도에 대해 한국인들이 크게 오해하고 있는 점이 있습니다. 수학문제는 중학교 수준이어서 쉽고 영어 문제는 대학교 수준이어서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실 SAT 시험의 영어와 수학 문제의 난이도는 공히 11학년 (우리나라 고등학교 2학년 과정)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진 것입니다. 2014년 가을에 미국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SAT 전국 평균 점수가 수리능력 513점, 독해력 497점, 작문능력 487점이었다는 사실에서 영어 문제가 수학에 비해 그렇게 난해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영어 시험이 너무 어렵게 출제된 것이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우리식 영어 교육이 그만큼 잘못돼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영어교육계 지도자들이 공교육 체계를 바로 잡아주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지난 100년 간의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 해가 서쪽에서 떠주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해결책은 각자 알아서 챙기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주제의 신문 잡지 기사를 많이 읽고 좋은 글은 여러 차례 입으로 반복해서 읽는 감각 훈련이 그 비결입니다.

2. 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이 너무 가볍다.

우리나라에서는 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은 경미하거나 전무하고, 상대적으로 고득점이라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험 부정행위라는 불의와 타협해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문제를 사전에 빼돌리는 첩보원들 역시 언제나 많은 고객들이 기다리고 있고 혹시 적발되는 경우에도 형사 처벌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안전한 큰 돈 벌이가 보장되는 셈이지요. 시험 부정행위라는 범법행위와 그에 따른 죄의식에 대한 총체적인 불감증 시대입니다.

과도한 점수경쟁은 단순 암기한 지식에 대한 경쟁이기 때문에 실력을 겨루는 것과는 크게 다릅니다. 또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은 절대로 가르치거나 배우는 적이 없는 점수경쟁 문화에서는 교육과정 전체가 허점투성이가 되어 결국 국민 전체의 사고력이 빈곤해지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점수를 올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교육은 흔히 기대하는 바와는 달리 우리나라 국민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켜서 후진국 수준으로 퇴보시키는 악성 종양과도 같습니다. 게다가 부정행위가 묵인되는 가운데 치러지는 불공정한 경쟁은 그것이 우리나라 시험이든 남의 나라 시험이든 우리의 문제이고 국가의 백년 대계에 해악을 끼치는 범법행위이므로 부정행위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 즉 시험문제를 사전에 유출시킨 범인은 물론이려니와, 그것을 구매한 사람, 그 문제를 이용해서 도움을 받은 학생들, 그리고 그것을 알고도 묵인한 사람들까지 처벌 수위를 대폭 높여서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3.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는 우수하지 않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 대계," 정말 화려하고 멋진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실상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우리나라 교육은 백년 야바위 놀음"이라고 하는 것이 차라리 더 적합하겠습니다. 흔히들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발전은 훌륭한 교육 때문이었다"라는 말로 우리나라 교육의 우수성을 과시하려고 합니다. "아"와 "어"가 다르듯, 그것은 진실이 왜곡된 평가입니다. 한민족의 자질은 뛰어나지만 교육은 결코 남보다 앞서지 못했다는 증거가 너무나 많습니다. 영어교육 뿐만 아니라, 과학, 인문학, 철학, 심지어는 종교 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에 관한 한 우리가 자랑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천지사방에 널려 있지요.

전 세계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훌륭한 교육에서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해방과 한국동란을 거치면서 우리가 남보다 먼저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 잘 살아보겠다는 의욕이 남달리 강한 국민성, 그리고 우리 한민족 특유의 공격적 승부 근성도 큰 역할을 했지요. 그리고 5.16 이후, 소위 "재벌"들이 탄생하는 과정에서도 거의 군대 수준으로 잘 조련된 노동력이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방직 공장 여공들이 고등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에 "한강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매일 12 시간 이상 혹사 당하면서도 불평할 줄 모르는 다수의 착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이렇게 서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우수했다면 오늘날 우리의 영어도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테고, 여러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최소한 서너 명은 나왔겠지요. 우리의 교육이 우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과 현대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 중에 우리가 독자적으로 발명해서 개발한 것은 단 한 개도 없고 모두가 모방 산업의 산물들입니다. 그래서 해마다 타국에 천문학적인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우리는 뒤늦게 잠이 깬 다른 나라들에게 언제라도 추월 당할 수 있는 취약한 산업 구조에 갇혀 있지요. 치열한 점수 경쟁을 학문의 경쟁으로 착각하거나, 그것이 우리 국민의 교육열이며 우수성이라고 자랑하는 것도 사고력과 분석능력의 빈곤에서 온 오해이며 이것 또한 우리나라 교육이 우수하지 않다는 증거물입니다.

비정상적인 교육 체계가 비정상적인 점수 경쟁을 낳았고 사교육 업체들에게 황금어장을 열어주었으며, 점수 올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막장 사교육은 드디어 시험문제를 미리 빼돌리는 제임스 본드형 족집게 과외를 창조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실력의 경쟁이 아니라 부모가 가진 재력의 경쟁입니다. 이 험난한 환경에서 가난한 서민들 속에 숨어있는 천재들을 어떻게 발굴해낼 것인가. 아직 해답은 없습니다. 이젠 아무도 정치인들에게 희망을 두지 않습니다. 교육계 지도자들이 새 사람으로 거듭나 장시간 함께 고민하며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뿐입니다. ♣

(다음 회에 게시될 글 "영어 회화 교습 '광풍'에 감춰진 허점" 에서는 500 단어 수준의 영어 회화가 마치 1인당 평균 1만 5천 시간을 쏟아 부은 영어 공부의 핵심인듯이 오해받게 된 배경, 그리고 배우는 회화영어가 주로 단문(Simple Sentence)인 토막 영어이기 때문에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독자 훈련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