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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7일 05시 41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27일 14시 12분 KST

우리나라 영작문 교육의 첫 단추 바로잡기

영작문의 언어적 기법은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과 스스로 단련시켜야 하는 부분(배울 수 없는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여기에는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하는 심각한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단련시킨 영어의 고유감각이 없는 사람은 선생님에게서 아무리 많이 배워도 그것이 자신의 실력으로 쌓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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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앞서 발표한 "영어 단어 학습은 반드시 이렇게 하라."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사진 출처: Fotolia.com)

자신의 영어 실력, 영작문 한 편에서 가장 뚜렷히 드러난다.

영작문 한 편이면 그 사람의 영어실력을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적인 판정관들은 5백 단어 길이의 에세이를 단 1 분 동안 신속하게 훑어본 후에 평가를 내립니다. 단어 선택이 적절한가, 문장표현이 얼마나 다양한가, 문단과 문단의 연결은 자연스럽고 논리적인가, 글 전체의 짜임새가 좋은가, 논지가 전개되는 흐름이 얼마나 빠른가, 생동감이 있는가 등 여러가지 항목 전체에 대한 감각적인 평가입니다. 사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운 한국인이 이런 진단의 대상이 될만한 영작문을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영어를 공기처럼 숨쉬고 사는 듯한 원어민들에게도 영작문이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어가고 학년이 높아갈 때마다 그만큼 향상된 수준의 영작문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대학교육에서는 왜 작문 능력을 중시하는가?

약 10년 전에 미국 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 신입생들에 대해 불만스러운 점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에 대해서 학생들의 수준 미달인 영작문 능력을 큰 문제점으로 꼽은 교수들이 전체의 81%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수준 미달이라는 것은 대학생들이 마땅히 갖춰야 하는 수준에 미달됐다는 뜻이지, 각 문장이 영어의 기본 골격도 갖추지 못했다거나, 사용된 단어들이 영어의 고유 감각을 위배하고 있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영작문 한 편을 읽어보면 영어실력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분별력과 사고력까지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대학에서는 입학 사정 과정에서 학생들이 쓴 에세이가 매우 큰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지요. 뿐만 아니라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읽고 쓰는 과제물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데, 그 취지는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분별력, 사고력, 독해력, 작문능력 등을 충분히 훈련시키자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영작문 수준이 타 학생들에 비해 3~4 년 가량 뒤떨어져 있다면, 분별력과 사고력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것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리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작문의 구성 요소

영작문은 지식과 언어 두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지식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에 관련된 내용, 그리고 분석 비판 능력이 포함되고, 언어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그 동안 영문 읽기로 다듬어진 직관적인 감각과 논리 전개 기법 등, 여러가지가 포함됩니다. 이 중에서 지식 부분은 어느 언어권에나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반면에, 언어 부분은 각 언어의 고유감각에 따라야 합니다.

언어란 우리의 두뇌 안에 들어있는 모든 것에 대한 표현 양식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상을 지녔다 해도, 그 자체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언어로 표현한 만큼만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나의 영작문 표현 능력이 3류 수준이라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역시 3류 이상으로 보이지는 않겠지요.

영작문 교육에서 잘못 자리잡은 첫 단추

이 글에서는 영작문의 구성 요소 중에서 언어 부분, 즉 언어적 기법에 대해서만 다루게 됩니다. 영작문의 언어적 기법은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과 스스로 단련시켜야 하는 부분(배울 수 없는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여기에는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하는 심각한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단련시킨 영어의 고유감각이 없는 사람은 선생님에게서 아무리 많이 배워도 그것이 자신의 실력으로 쌓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훌륭한 영작문 선생님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학생의 작문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주면서, 오류를 지적할 때에는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하고, 단어 하나만 바꿔도 학생의 작문 수준이 확연히 달라지게 하는 선생님. 단어, 문장, 문단, 글 전체에 관해서 모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즉석에서 말해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런 행운을 만났다 해도, 배운 것이 자신의 영작문에 바로 응용되고 갑자기 영작문의 수준이 높아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작문은 내 영어 실력의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부터 수행한 감각 훈련을 통해 자신 안에 영어의 감각적인 틀이 잘 각인되어 있었다면 배우는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에서는 그와 같은 사전 훈련이 전혀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영작문 교육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향상이 지극히 더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영작문 교육에서 잘못 자리잡은 첫 단추입니다.

결론- 영작문 교육의 첫 단추 바로 채우기

외국어 학습에서는 어느 부분, 어느 기능을 익히든지 성공의 비결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글 전체를 반복해서 입으로 읽고, 가능하다면 전체를 입으로 읽어서 외우고, 반복 회수가 늘어날 때마다 읽는 스피드를 높혀가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오디오 문장이 있으면 그것도 반복해서 들으면서 입으로 따라하는 이 모든 훈련이 바로 그 비결입니다. 글을 읽을 때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고도 영어의 어순에 맞춰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문장 하나가 아무리 길어도 적힌 어순 그대로 숙달시키고, 영어로 적혀있는 순서대로 생각하고, 단어 공부할 때에도 완전한 문장 안에서 다른 단어들과 함께 감각적으로 소화하고, 이 모든 것을 입으로 반복해서 읽는 훈련을 했다면, 이미 영작문을 하기 위한 훌륭한 틀이 감각적으로 잘 갖춰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 단련시켜야 할 부분이며 영작문 실력은 이미 80% 이상 완성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것이 올바로 채워진 첫 단추입니다.

이와 같이 튼튼한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학생은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에게서 뛰어난 영작문 기법을 배운다 해도, 정작 영작문을 할 때에 그것이 자신의 것으로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어 교사가 학생에게 영작문에 관한 모든 기술을 전달하려고 해도, 영어의 고유감각 훈련이 전혀 안 된 학생들은 그것을 받아서 처리하고 소화해 낼 그릇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미 필요한 훈련이 된 학생들에게 교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 테두리가 뚜렷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그것은 학생이 작성한 글에서 문법이나 표현법 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마무리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학생이 해야 하는 그 다음 단계의 작업은 자신이 썼던 글을 고쳐서 다시 제출하고 교사로부터 마지막 검사를 받는 일입니다. 만약에 교사가 여력이 있다면, 학생의 수정안을 선생님 자신의 작문 수준에서 직접 교정한 최종안을 학생에게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이 단계에서는 학생의 글이 가진 독특한 개성은 가능한 한 건드리지 말아야 합니다. 학생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수정안과 교사의 최종안을 비교하면서 더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됩니다. ♣

(다음 회에 게시될 글 "영작문의 전설, E.B. White가 우리에게 주는 도움"에서는 E.B. White의 저서 "The Elements of Style"과 "Charlotte's Web"를 소개하고 이 저자가 미국 사회의 영작문 분야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으며 우리나라의 영작문 교육에도 어떤 도움이 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