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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0일 05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20일 14시 12분 KST

영어 단어 학습은 반드시 이렇게 하라

영어 단어를 하루에 200 개씩 암기하는 것은 기본이고, 영어 단어를 번쩍이게 해서 잘 외워지게 한다는 기계가 나오는가 하면, '연상법'이라고 하는 괴이한 사술이 등장하여 영어의 고유 감각과는 무관한 암기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단어의 용법과 언어적 고유감각에 대한 훈련은 간데없고 단어의 뜻을 무작정 많이 외우는 것 자체가 단어 학습의 최종 목표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식 영어교육이 이와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사용 가능한 영어를 위한 학습의 최소 단위는 완전한 문장이다."라는 원칙으로 속히 돌아와야 합니다.

(이 글은 앞서 발표한 "영문 독해는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언어는 감각이다. (사진 출처: Fotolia.com)

목적을 잊은 단어학습

어떤 단어를 안다는 것은 그 단어의 의미를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적절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영어 단어는 영어의 기초를 이루기 때문에, 어휘력은 반드시 갖춰야 하는 능력입니다. 그러나 단어학습에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단어의 뜻을 외우는 것이 곧 단어공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오해는 영어 단어를 익히는 궁극적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았거나, 언어는 직관적인 감각이라는 사실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영어단어는 영어 실력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영어의 네 가지 기본기능, 즉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능력의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익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단어실력은 다른 네 가지 기능과 연계되어 있는 보조기능이기 때문에 단어를 하나의 독립적인 지식으로 기억해서는 안됩니다.

영어와 우리말은 어순은 물론이고 단어들도 엄밀히 말해서 일 대 일의 대칭관계를 이루고 있지 않습니다. 의미가 서로 비슷한 경우에도 용법이 다르고 사용되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우리말에서도 그렇지만 영어에서도 어떤 단어를 사용할 때 그 단어의 고유감각이 그 문화에 알맞게 관용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단어 사용 시 그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즉 어떤 영어 단어의 뜻을 우리말로 안다고 해서, 그 단어를 우리 언어와 우리 문화에 해당하는 정황에 맞추어 문장을 만들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우스꽝스러운 영어가 되기 쉽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우리말을 배운 어느 외국인이 "세 시 오 분"을 "삼 시 다섯 분"이라고 말했다면, 뜻이야 어렴풋이 통하겠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건 우리말 표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말의 고유감각을 위배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단어의 뜻을 기계적으로 단순 암기하는 한국식 영어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영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에 이런 실수를 무수히 저지릅니다.

영어교육의 최종 목표가 100 걸음 떨어진 곳에 있다고 비유했을 때, 영어 단어의 뜻을 배웠다는 것은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뗀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나머지 걸음들을 어느 방향으로 내디뎌야 할지 모르고 시작한 첫 걸음이라면, 그나마도 의미 없는 낭비일 뿐입니다.

영어단어를 외운다는 것은 예문을 통해 단어의 고유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언어 학습에서는 어떤 부분을 공부하든지 고유감각을 벗어나지 않은 완전한 문장, 즉 좋은 예문 안에서 익혀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영어 단어 역시 무작정 뜻을 외우지 말고 그 단어의 용법에 알맞게 작성된 예문 안에서 학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방대한 양의 독서를 통해서 어휘력을 쌓을 수도 있지만 학습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면서 같은 효과를 얻자는 목적으로 예문을 읽고 외우는 것이지요.

문맥이나 정황을 무시한 채 단어의 뜻을 독립적으로 암기한 사람의 머리 속은 잡다한 물건들이 여기저기 나뒹구는 창고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게 암기한 단어는 아직 언어의 기능을 못 갖췄기 때문에 쓸모가 없는 건 물론이고, 그나마 예문을 통해서 얻어진 감각이 없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 예문이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출간된 영어 단어 참고서들에도 예문들이 들어있기는 하나, 7~8 개의 단어만을 사용해서 졸속으로 만든 단문들이어서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문이 반드시 중문이나 복문이어야 하는 이유는 단문은 너무 짧아서 배울 단어의 감각에 알맞은 정황이 설정될 공간도 없으려니와, 실제로 말하고 글을 읽고 쓸 때에도 우리가 사용하는 문장은 대부분 중문과 복문의 형태를 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문의 역할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짧은 예문을 더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영어단어교육의 현 실태

이와 같이 전통적인 영어교육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아직도 영어 단어의 뜻을 다량으로 신속히 외우는 방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미국 교민사회의 사교육 업체에까지 역유입되어 나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안을 들여다보면 영어 단어를 하루에 200 개씩 암기하는 것은 기본이고, 영어 단어를 번쩍이게 해서 잘 외워지게 한다는 기계가 나오는가 하면, '연상법'이라고 하는 괴이한 사술이 등장하여 영어의 고유 감각과는 무관한 암기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또 단어와 관련된 그림을 보면 잘 외워진다는 상품들이 교육시장을 휩쓸고 있는데, 단어의 용법과 언어적 고유감각에 대한 훈련은 간데없고 단어의 뜻을 무작정 많이 외우는 것 자체가 단어 학습의 최종 목표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식 영어교육이 이와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사용 가능한 영어를 위한 학습의 최소 단위는 완전한 문장이다."라는 원칙으로 속히 돌아와야 합니다.

영어 단어의 뜻을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사람은 망각과 좌절을 끝없이 반복하게 됩니다. 그게 기억력이 나빠서도 아니고, 노력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영어는 전화번호 외우듯 암기할 대상이 아니라 완전한 문장 속에서 다른 단어들과 어우러진 감각으로 익혀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낳게 된 것입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방금 외운 영어단어로 예문을 직접 작성하게 하는 열성적인 영어 교사들이 있습니다. 그 뜻이야 가상하지만, 객관적인 관점에서 냉정한 평가를 내리자면 그것은 뿌리 없는 교육의 허장성세일 뿐입니다. 그 단어의 고유감각을 아직 터득하지도 못한 학생들이 당연히 결함투성이의 예문을 작성하겠지요. 그것을 올바른 예문으로 친절하게 교정해주는 교사는 물론 없습니다. 학생들이 영어의 고유감각을 깨우치기 이전에 그렇게 제멋대로 자신의 개인적인 감각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교육은 잘못된 교육입니다. 이보다 먼저 좋은 예문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암기하게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결론: 영어단어의 유일한 학습방법

언어가 감각이듯이, 영어 단어 역시 감각입니다. 여기에서 감각이라고 하는 것은 시각이나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단어의 외적인 형태에 관한 것은 물론 아니고, 그 단어가 사용된 문장 속에 묘사되고 있는 정황, 또는 문맥 속에 흐르고 있는 감각이지요. 바꾸어 말하자면 "다른 단어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고유 감각"이 바로 그 단어가 가진 진정한 용도이며 느낌입니다. 그 느낌은 일단 우리의 두뇌 안에 각인되면 평생 잊혀지지 않습니다.

올바른 영어단어 학습방법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어 단어를 빠르게 익히고, 그것도 올바른 용법과 감각을 함께 익혀서, 단어실력이 Reading, Writing, Listening, Speaking 실력에 바로 직결되게 하려면, 좋은 예문을 외우겠다는 각오로 입으로 반복해서 읽고, 귀로 반복해서 듣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단어공부를 통해서도 영어의 네 가지 기본 기능을 함께 훈련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리고 기억력의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예문은 누구나 반복적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뛰어난 영어는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완전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고 들으면서 감각을 단련시키는 것으로 시작되고 완성됩니다. 우리 주변을 안개처럼 떠돌며 눈을 가리고 있는 학습 방법으로부터 상업성을 제거하고, 언어의 뛰어난 기능은 어떻게 터득되며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게 되면, 그 꿈 같던 수준의 영어가 언제나 손에 잡힐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다음 회에 게시될 글 "우리나라 영작문 교육의 첫 단추 바로잡기"에서는 왜 우리나라에서는 영작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