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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28일 08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29일 14시 12분 KST

살빼기, 늘 누구에게나 좋은 것일까?

지방조직 내에 화학물질들이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는 시점에서 지방 양이 줄어들면 우리 몸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네, 당연히 지방조직 내에 축적되어있던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혈중으로 흘러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흘러나온 화학물질들을 제대로 처리해 주지 못하게 되면 결국 이 화학물질들이 다른 중요한 장기로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겠죠. 화학물질로 인한 이런 문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주 서서히, 그리고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뭐가 잘못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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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비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했던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조금씩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뚱뚱한 사람들이 더 오래 산다는 뉴스가 간간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입니다. 엄청나게 병적으로 뚱뚱한 경우를 제외하면 과체중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정상체중이나 마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사는 현상.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비만의 역설"이라고 이름을 붙였더군요.

그런데 비만의 역설이란 것이 단순히 과체중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정상체중이나 마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사는 현상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Obesity paradox, 즉 비만의 역설이라는 용어가 논문에 등장한 것은 1990년대부터입니다. 뚱뚱한 사람들이 당뇨병, 심장질환, 암 등 많은 만성질환들이 걸릴 위험은 더 높은데 일단 병에 걸리고 나면 이상하게도 뚱뚱한 사람들의 예후가 더 좋은 현상을 두고 바로 비만의 역설이라고 부르죠. 특별히 병이 없어도 나이가 많아지면 역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앞뒤가 안 맞는 현상을 두고 보통 역설이라는 말로 부르는데요. 비만의 역설이라는 현상이 존재하려면 뚱뚱한 것이 티끌만한 장점이라도 있어야만 설명이 가능합니다. 아니 티끌만한 것으로는 부족해요. 지방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현재의 패러다임에 치명상을 가할 정도로 어떤 파격적인 중요한 역할을 지방조직이 해 주어야만 비만의 역설이라는 현상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연구자들은 뚱뚱한 사람들이 영양상태가 더 좋아 병에 걸려도 더 잘 견딜 수 있다, 뚱뚱한 사람이 치료를 더 잘 받기 때문이다, 뭐 이런 종류의 이유들로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이러한 이유들이 비만의 역설이라는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한참 부족해 보입니다.

비만의 장점? 도대체 뭐가 있을까요? 오늘 제가 비만조직이 가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순기능 하나를 여러분들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 지방조직의 순기능이 오늘 이 시간에도 살을 뺄까? 말까? 이렇게 뺄까? 저렇게 뺄까?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를 이야기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연구하는 것, 논문 쓰는 것 따위는 때려치우고 세상과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이기도 합니다.

제가 앞서 현미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글에서 결론만 이야기하라는 댓글들의 살벌한 태클에도 굴하지 않고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노출되고 있는 화학물질들의 중요성에 대하여 아주 장황하게 설명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 일부를 다시 한번 잠깐만 상기시켜 드리자면 우리 몸에 들어오는 그 수많은 화학물질들 중 우리가 가진 현재 능력으로 제대로 처리가 안 되는 놈들은 부득이하게 우리 몸 어딘가에 보관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죠. 우리 몸이 처리를 잘 하지 못하는 놈들이 특히 인체에 해로운 놈들인데요. 이 놈들이 가진 대표적인 특성이 바로 지용성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 현미가 사람을 서서히 죽이는 독약이라고? 1편

- 현미가 사람을 서서히 죽이는 독약이라고? 2편

그렇기 때문에 이런 화학물질들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몰라도, 일단 몸 안에 들어오게 되면 어딘가는 머물 곳이 필요합니다. 지용성이 강하다는 것, 기름에 잘 녹는다는 의미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화학물질들의 일차적인 보관장소는 바로 우리의 지방조직이 됩니다. 지방조직은 우리 인체 장기 중 이 놈들을 보관하기에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한 장소"이고요. 만약 우리 몸에 지방조직이 없다. 그러면 이 놈들이 다른 주요 장기로 갈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지방 함유량이 높기로 유명한 뇌로 가서 이놈들이 머물고 있다. 그럼 재앙이에요. 재앙.

제 배로 낳은 자식을 포함하여 요즘 헬스하면서 몸 만드는 사람들 체지방 0%에 대한 환상들이 꽤나 큰 것 같습니다. 체지방 0%. 물론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그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위험합니다. 어떤 숫자를 목표로 가지게 되면 사람들은 거기에 집착을 하게 되거든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심리에 중독이 되는 거죠. 수많은 화학물질로 모든 것이 오염된 현대사회에서 살면서 체지방 0%를 향해 간다는 것. 맨 몸으로 적진을 향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가는 영화 속의 그 누군가가 연상됩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리고 건강할 때는 화학물질 저장소로서 지방조직이 하는 역할을 잘 느끼기 힘듭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거나 병에 걸리면 지방조직이 가진 이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우 뚱뚱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예후가 좋은 비만의 역설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죠. 화학물질, 비만, 비만의 역설, 그리고 질병 사이의 관련성에 대하여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거의 논문 수준으로 글이 복잡하고 길어지기 때문에 오늘은 살빼기의 관점에서만 이 문제를 언급하도록 할게요.

현대사회에서 다이어트 시장은 불황을 모릅니다. 어떤 상품이든 다이어트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대박이 난다고 하더군요. 황제 다이어트, 한방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온갖 다이어트가 당신의 살을 빼게 해주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소위 권고체중을 넘어가면 남녀노소 누구나 살을 빼야 한다고 그렇게 끊임없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뚱뚱한 사람들이 더 오래 산다는 최근의 뉴스가 뭔가 찝찝하지만 그래도 진실은 아닐 거라고 애써 부인합니다.

보통 살을 빼고 나서 우리가 경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장점들을 즉각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빼는 것이 힘들어 그렇지, 뺄 수만 있다면야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조직이 화학물질 저장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살빼기는 단기적으로는 장점밖에는 없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한 양상으로 내 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조직 내에 화학물질들이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는 시점에서 지방 양이 줄어들면 우리 몸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네, 당연히 지방조직 내에 축적되어있던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혈중으로 흘러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흘러나온 화학물질들을 제대로 처리해 주지 못하게 되면 결국 이 화학물질들이 다른 중요한 장기로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겠죠. 화학물질로 인한 이런 문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주 서서히, 그리고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뭐가 잘못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살을 빼긴 뺐는데 유지하지 못하여 체중감소와 체중증가가 반복되는 현상을 많이 경험한 사람일수록 더 심각해집니다.

현재 엄청난 연구비를 쏟아 부으면서 이루어지고 있는 비만과 관련되어 수많은 연구들은 이 화학물질의 존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죠. 그리고 현재의 패러다임에서는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사람들에게 관찰되면 paradox라는 단어를 붙이고 그 이유를 유전자에서, 세포 수준에서 찾기 위하여 더 많은 연구비를 쏟아 붓습니다.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오랫동안 지켜 보았던 이러한 현실은 제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연구라는 것이 정말 얼마 만큼의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 줄 수 있는 것일까? 심각하게 회의하게 된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지방조직이 화학물질의 저장장소로서 순기능을 하고 있다면 우리가 살을 빼고자 할 때에는 두 가지 점을 꼭 고려하셔야 합니다. 첫째, 요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즉 내가 유지 할 수 있는 정도로 천천히 살을 빼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혈중으로 흘러나온 이러한 지용성 화학물질들의 배출을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반드시 같이 해주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미 현미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글에서 현미에는 이러한 화학물질들의 배출에 매우 도움이 되는 특별한 성분이 있다고 구구절절이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미는 기본입니다. 그러나 배출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이 놈들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먼저 배출되는 장기까지 배달이 원활하게 잘 되어야 하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혈액과 림프순환이 매우 중요합니다. 혈액과 림프순환에 가장 좋은 방법. 다들 아시죠? 바로 운동이죠. 단순히 칼로리 소모를 위한 운동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강조하는 운동은 화학물질의 배출에 초점을 맞춘 운동입니다. 바로 걷기와 같이 강도가 낮아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이 30분간 헬스클럽에서 하는 격렬한 운동보다 더 중요한 이유죠.

그리고 살을 빼고 싶으시면 가능한 한 젊은 나이에 빼셔야 합니다. 지방조직에 있는 화학물질들의 종류와 양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나이가 들면 우리 인체가 가진 모든 기능이 서서히 저하됩니다. 당연히 화학물질 배출능력도 젊은 시절 같지 않죠. 그런 상황에서 살이 빠지고 평생 동안 모아 놓았던 화학물질이 혈중으로 흘러나오게 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주요 장기로 가는 양들이 많아 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살빼기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가진 지방만 화학물질을 저장하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동물의 지방은 단지 지방 덩어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설마 아니시겠죠? 우리가 먹는 동물성 식품의 지방도 우리 몸에 있는 지방 안의 상황과 동일한 상황입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 동물이 평생 동안 모아 놓았던 화학물질들이 역시 그 지방에 농축되어 있다고 보면 되거든요. 이 글을 읽고 우리의 지방조직에서 혈중으로 흘러나오는 화학물질의 중요성을 인식하셨다면 당연히 동물성 식품의 지방에도 경계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결론적으로 건강상의 이유든 미용상의 이유든 살을 빼야 하시는 분들은 (1) 가능한 한 젊은 시절에 (2) 내가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3) 운동과 현미 꼭꼭 씹어먹기를 매일 기본으로 하면서 (4) 동물성 식품의 지방을 피해주어야 지방조직에서 흘러나오는 화학물질로 인하여 발생 가능한 미래의 문제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건강한 살빼기를 하실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다 아시는 건강한 살빼기 방법과 별반 다르지 않죠? 시시하고 지루해도 이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드시면 병이 있거나 없거나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상체중 따위는 신경쓰지 마시고 근력운동 해주시고, 스트레칭 자주 자주 해주시고 열심히 걸으면서 움직임에 집중하시는 편이 훨씬 더 신체 건강,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