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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03일 12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04일 14시 12분 KST

뉴트리아 담즙이 위험한 이유

한겨레

뉴트리아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예쁜 이름과는 달리 별명이 괴물쥐라죠. 남아메리카가 고향이었던 이 동물이 1980년대 여차 저차한 이유로 이 땅에 들어와서 토종들과는 게임이 안 되는 번식력으로 낙동강 유역의 골치거리가 될 때까지는 사연들이 꽤나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생태계 내에서는 천적이 없다는 이 쥐가 현재 사상 최대의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하네요. 뉴트리아의 담즙에 우르소데옥시콜산 (Ursodeoxycholic acid)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뉴스가 나온 후부터 입니다. 이 성분은 아주 귀한 약으로 알려진 곰의 쓸개, 즉 웅담에 많이 들어있고, 잘 알려진 간영양제인 우루사의 주성분이기도 하죠.

웅담이 처음 약으로 쓰인 지는 천 년이 넘었다고 하는데요 동의보감을 보면 웅담을 "성한미고무독(性寒味苦無毒)"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질이 차고 맛이 쓰며 독이 없다라는 의미죠. 성질이 뜨겁고 찬 것은 제가 잘 아는 영역이 아니니 패스하고 맛이 쓰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독이 없다"는 부분은 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어요. 아마 동의보감이 작성되었을 그 시절에는 "無毒"이었을 것 같으나 21세기의 웅담, 특히 뉴트리아의 담즙은 위험천만한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의 노출원이 될 수 있거든요.

20세기 이후 인간들이 실험실에서 합성해서 만들어 낸 화학물질의 종류가 거의 10만여종에 이릅니다. 현대 문명사회란 이러한 새로운 화학물질의 존재 없이는 성립이 불가능한 사회죠. 그 편리함에 대한 대가로 지금 우리는 공기, 음식, 물,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통하여 아주 낮은 농도의 수많은 화학물질에 일상적으로 노출이 되면서 살아가고 있고요. 일반적으로 이러한 화학물질에 노출되어도 국가가 정해놓은 노출허용기준 이내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출허용기준이란 화학물질이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만든 것이거든요. 허용기준 이내의 아주 낮은 농도를 가진 수많은 화학물질의 혼합체에 대한 만성노출은 암을 비롯한 수많은 난치성질환의 매우 중요한 원인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우리 몸이 자체적으로 만들지 않은 화학물질이 체내로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들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배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들의 주된 배출 경로가 바로 소변과 담즙입니다. 특히 담즙은 지용성이 강한 종류들이 많이 배출되는 경로인데요 화학물질은 지용성이 강할수록 우리 몸에 더 해롭게 작용한다고 보시면 확실합니다. 따라서 뉴트리아의 담즙을 먹는다는 것은 그 몸에 좋다는 우르소데옥시콜산 성분과 함께 뉴트리아가 야생에 살면서 노출되었던 유해화학물질들 중 특히 지용성이 높았던 종류들, 발암물질이기도 하고 환경호르몬이기도 한 그런 화학물질들을 같이 먹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동안 뉴트리아가 서식했었던 낙동강의 수질이 어떠했는지는 제가 굳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이라 봅니다.

100세 시대를 앞둔 요즘, 장수가 재앙이 되지 않기 위해서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방법으로 제일 선호하는 방식이 몸에 좋다는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 먹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보조식품이 명절 최고의 선물이 되고 뉴트리아의 담즙이 화제가 되는 것이겠죠. 하지만 21세기의 건강은 뭔가를 더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비움의 철학이 가지는 의미가 더 크죠. 유해화학물질들이 가능한 한 몸 속으로 덜 들어오게 만들어서 혹은 이미 들어온 유해화학물질들의 배출을 촉진시켜서 건강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