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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7일 13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17일 14시 12분 KST

조희연 교육감 선고유예 판결의 의미

연합뉴스

2015년 9월 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선거 당시 후보였으므로 아래에서는 '후보')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 및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유죄판결의 일종이지만, 범죄의 정황이 가벼워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을 선고하지 않는 판결로서, 특정한 잘못 없이 유예기간이 경과하면 선고 없이 재판을 종결하기 때문에 유죄판결을 선고하지 않은 것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법정으로 간 교육감선거 과정

공직선거의 핵심은 유권자가 후보자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수집한 뒤에 그 적격을 검증하는 것에 있다. 그런데 교육감선거는 지방선거의 일환으로 치르다보니 교육 문제가 차지하는 의미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선거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한다. 자연히 정책 검증도 하기 어렵다. 후보자 간 검증을 위한 정치적 공방이 거셀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택할 수 있는 결정적인 몫은 유권자의 것이다. 법관은 유권자의 합리적 관점에 따라 판단하고, 국민의 민주적 의사 형성을 왜곡하는 경우에만 정의의 칼을 사용해야 한다. 법관은 법률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왜 그러한 법 규정이 존재하는지, 그 법 규정으로 인해 다른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특히 표현의 자유가 연관된 사안에서 법관은 민주주의를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공직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가 표현의 자유로서 가지는 의미와 선거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행 법제의 틀 안에서 매우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

문제가 된 조후보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행위는 두 차례였다. 제1차 공표는 2014년 5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고승덕 후보에게 고후보 본인과 두 자녀의 영주권 문제를 해명하라는 기자회견을 한 것이었다. 같은 날 고후보는 미국 영주권이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인터넷에 게시했다. 제2차 공표는 5월 26일 고후보의 편지에 대한 답신 형식으로 인터넷 게재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고후보가 과거 공천 탈락 후 자신이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걸 들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거과정에서 정당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까지도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여 후보자들이 검증 공방에서 위축되지 않도록 적정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먼저 1차 공표에 대해 재판부는 조희연 후보가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보유 사실'을 단정하여 공표한 것이 아니라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해명 요구를 한 것에 주목했다. 즉 허위사실 공표 여부는 '의혹이 실제로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된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근거로 의혹이 존재했었기 때문에 조후보에게 허위사실 공표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았다. 처음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이가 탐사보도 전문기자였고, SNS의 속성상 트윗과 리트윗 등 일련의 행위가 조후보 캠프에 대한 제보라고 볼 수 있다는 점, 고승덕 후보 두 자녀의 영주권 문제는 나중에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점, 조후보 측에서 고후보의 영주권 보유 여부를 공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추후에도 영주권 없음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즉 조후보는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이 아니며 허위라는 인식도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이 부분을 무죄로 판결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2차 공표의 경우는 1차 공표와 다르다고 보았다. 조후보가 영주권이 없다는 고승덕 후보의 해명에 대해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고후보 말을 들은 사람의 증언이 다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언은 재판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2차 공표에서도 영주권 보유 사실을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증거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영주권 보유가 사실인 것처럼 암시했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암시 때문에 1심 배심원들이 유죄로 판단한 것이라고 보았다. 즉 2차 공표의 경우에는 과장된 근거에 의해 결과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잘못된 정보가 바로잡혔지만 일시적으로 유권자의 판단에 혼란을 초래했으며, 고승덕 후보가 처벌을 원하고 있고, 또한 1심 배심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조희연 후보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2차 공표가 진실을 향한 진지한 상호 공방 과정이었으며 1차 공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았다. 유권자들은 공방의 진정성과 정황에 주목하면서 자신의 심증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2차 공표가 유권자를 오도하여 선거결과에 의미있는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로도 고후보의 지지율은 오른 반면 조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주권 보유 사실을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암시한 수준이어서 확정적으로 표현하지 않았고, 선거일까지 여유가 있어 고후보에게 해명할 기회가 있었으며, 고후보가 구 여권 사본을 선관위에 제출함으로써 종결되었기 때문에 비난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선관위의 결정이 경고에 그치고 조후보가 고후보에게 사죄 의사를 표명한 점도 감안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재판부는 조후보를 처벌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선고를 유예한 것이다.

민주주의 가치를 우선시한 반가운 판결

그동안 관리 위주 선거법제와 선관위의 과도한 개입, 그리고 검찰의 자의적 기소가 맞물리면서 선거의 민주주의적 본질이 경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도 공소시효를 하루 앞두고 조희연 교육감을 기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처럼 선거 전문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하지도 않았다. 법의 이름으로 정치적 권력을 휘둘렀을 뿐이다.

선거는 후보자들이 유권자 국민 앞에서 적격 여부를 가리는 민주주의의 경연장이다. 검찰과 법원은 선거의 공정성이 현저히 훼손된 경우가 아니라면 유권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칫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능력을 무시하고 후견자 행세를 하려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조희연 교육감의 항소심은 모처럼 유권자의 관점에서 선거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민주주의를 존중한 재판이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