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7년 01월 20일 10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1일 14시 12분 KST

국토보유세를 걷어서 국민들에게 나눠준다는 발상에 대해

Devonyu via Getty Images

재산세는 저량(stock)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유량(flow)에 대해 부과하는 소득세, 부가세, 법인세 등과 그 결이 살짝 다르다. 아파트나 자동차를 구매하면 등취득세를 내게 되는데, 이렇게 유량에 부과하는 세금은 상대적으로 저항이 크지 않는다. 거래행위로 인해 발생한 현금이 있는데, 여기서 몇 %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시지가 등으로 평가되어 현금흐름이 딱히 없는 저 땅이나 집에 계속해서 높은 세율로 과세를 한다면, 현금지급능력이 없는 부자가 아닌 서민들에겐 오히려 더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단적으로 평생 월급 받아 장만한 아파트 하나 있는 어느 할머니에게 재산세율을 계속해서 높인다고 가정해 보자. 소득이 없는 그 할머니는 결국 높은 재산세를 견디지 못하고 해당 자산을 처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매물로 나온 자산은 재산세 납부여력이 있는 고소득 자산가에게 매매되거나, 높은 임대료를 노리고 구매하는 법인에 매매될 수 있다. 아파트 하나 믿고 안정된 노후를 기대하던 그 할머니에겐 오히려 재앙과 같은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재산세-임대소득 관점으로 보자면, 고소득 고자산가 계층은 높아진 재산세 부분을 임대료의 형태로 전가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재산세는 애초 타깃으로 한 고소득자들에게 부담되지 않고 오히려 다시 서민들에게 부담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가령 연남동의 4층짜리 건물, 혹은 지방의 어느 산업단지에 이 재산세를 늘린다고 가정해 보자. 일정한 임대수입료가 발생하는 이 수익형 부동산에 있어 재산세를 높인다면 당연히 그 추가된 세금은 임대료 상승으로 직결되게 된다. 오히려 그 재산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는 타격이 없이 역진적으로 임대료를 지불하는 서민들이 높아진 재산세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2017-01-20-1484891749-1890162-16106010_1228895570530223_6152541761464152025_n.jpg

세금에 관해서는 전세계적인 추세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위 OECD자료를 보면 GDP대비 재산세의 비중에서 한국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이런 자료 찾는 거 뭐 어렵지도 않다. 고냥 'tax on property oecd'라고 휴대폰 인터넷 창에 치면 바로 나온다. 그 똑똑하다는 선진국들이, 복지강국이라는 북유럽이나 서유럽 국가들이 왜 재산세를 늘리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을 그리 많이 하지 않고,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렇게 해서 표를 얻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선심성 공약을 마구 내어놓으며 실제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도 않는 세금공약을 막 펼친다 하면, 오히려 변화된 시스템에 고통을 받는 것은 서민의 몫일 수 있다.


주) 상기 포스팅은 어느 대선후보께서 아래와 같이 현재 7조원 규모의 종부세+재산세를 세 배가량 늘려, 그 늘어난 세금만큼을 기본소득으로 국민들에게 주겠다는 발상에 대해 작성한 개인적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물론 이에 대한 각자의 의견은 다를 수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언론을 통해 전해진 그분의 정확한 워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 토지자산 가격이 6500조 원인데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 2조원, 재산세 5조원 정도로 너무 적다며 연간 15조원을 더 걷게 국토보유세를 설계해 이를 국민 95%에게 되돌려주는 형식으로 기본소득을 추가로 지급하자는 논리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