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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11일 09시 20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12일 14시 12분 KST

무능한 정치인이 선거에서 당선되는 이유

Comstock Images via Getty Images

진실을 숨기고, 거짓말도 서슴지 않으며, 기본 지식과 교양이 턱없이 모자라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중요한 사안이 무엇인지 제대로 판단할 능력조차 없는, 무능한 정치인들이 도대체 왜, 어떻게 해서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는 것일까?

인지과학과 사회심리학에 근거해 그에 대한 5가지 답을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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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다수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렇기에 다수결의 원칙을 따른다.

그 배후에는 가능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평등하게 존중하고자 하는 철학이 있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하나의 표를 가지고 있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의사 결정의 과정에 참가할 수 있을 때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가 가장 잘 보장된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선택이 늘 가장 현명한 선택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에서 당선되었으나 국가의 미래에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온 정치인들의 예들이 있다. 예를 들어, 1932년 7월 31일, 독일 전체 국민의 37.3% 가 아돌프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당에 투표한다. 그는 경제난에 허덕이고 여러 정당과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를 잃은 독일 국민에게 무엇보다 국가의 경제 회복을 우선적인 공약으로 내세워 크게 승리했고, 일부 주에서는 70%가 넘는 득표율이 나오기도 했다. 정확히 1년 후인 1933년 히틀러는 독일 총리로 임명되고, 단 하나의 선거에서 이루어진 독일 국민의 잘못된 판단이 그 이후 몇 년간 전세계를 혼란과 파탄에 빠뜨린 2차 세계 대전의 시작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직까지도 독일 국민들의 대다수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어이없는 선거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지난 수십년간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이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도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들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추세다.

그 원인은 물론 한 가지가 아니다. 복합적이다. 하지만 간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위험한 소수를 당선시킨 무관심한 다수

민주주의에서의 다수결의 원칙이 효율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충분한 숫자의 사람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만약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극을 달하는 상황이라서 대부분의 국민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급진적인 이념을 가진 소수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히틀러가 총리로 임명될 수 있었던 독일의 1930년대의 상황이 그렇기도 했고, 급진주의자 르 펜이 갑자기 2위로 대선 후보로 올라갈 수 있었던 프랑스 2002년의 선거 상황이 그랬다. 대다수의 국민이 자신의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주도권은 위험한 인물에게 넘어갈 수 있다.


2. 권위주의에 물든 당신, 어리석은 지도자를 선호한다

미국 공화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대선 후보는 문제가 많다. 여성과 소수인종을 차별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그가 제시한 경제나 외교 정책의 대부분도 만약 실제로 실현된다면 미국 사회를 순식간에 침체와 카오스로 빠뜨릴 수 있는 문제 있는 공약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열광적으로 따르는 팬들이 많고, 그들의 투표가 도널드 트럼프를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도약시켰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2016년 초에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에서 1800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이루어진 통계 조사에 따르면 교육수준, 월수입, 나이, 성별, 종교, 정당 선호도 등의 지표와 상관 없이 모든 트럼프 지지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던 한 가지 강한 성향은 바로 권위주의 authoritarianism에 대한 추종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 독일에서 히틀러에게 열광하던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역시 그들 대다수가 비판적 사고 없이 권위주의를 추종하는 이들이었다는 것이다.


3. 근거 없는 자신감(근자감)에 속지 말자 - "더닝-크뤼거 효과"

조지 W. 부시 George W. Bush 미국 전 대통령은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지니고 있다고 있지도 않은 증거를 들어서 전쟁을 시작했으며, 현재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테러조직 IS 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와 같은 과거 미국의 무모했던 이라크 참전도 하나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2004년 당시 미국의 조지 W. 부시 George W. Bush와 존 케리 John Kerry 후보 사이의 대선 토론 도중 왜 이라크를 공격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부시 후보의 논리는 아주 간결명료했다: "우리는 선의 편, 저들은 악의 편. 따라서 그들을 폭격하는 것이 답입니다. We are good, they are bad. That's why we bomb them." 그러나 이라크 문제에 대해 같은 질문을 받은 케리 후보는 당황하며 "...이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인데요... ...it's complicated..."로 시작해 대략 15분 정도 긴 설명을 하느라 횡설수설했다.

둘 중 누구의 말이 옳았느냐는 결과에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보다 "자신감 있어 보이는" 부시 후보의 말을 신뢰했고, 그가 결국 다시 당선되었던 것이다. 여러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더 "자신감 있어 보이는" 사람의 말을 신뢰한다.

문제는, 인지능력 및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 코넬 대학교 심리학과의 데이비드 더닝 David Dunning 과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 교수가 1999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실험 결과들에 드러난다. 인지능력과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모자란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차리는 능력이 낮으며, 따라서 비정상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바로 이들이 발표한 "던닝-크뤼거 효과"이다. 반면에, 실제로 능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자기 자신의 실수를 정확히 인지하기에 비정상적인 자신감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 대중의 눈에는 실제로는 능력이 없지만 "자신감만 매우 높은" 이들이 실제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따라서 이들이 선거에서 의외로 더 많은 표를 얻기도 한다. 이미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머조차도 다음과 같이 탄식했다고 한다: "현자들이여, 그대들은 왜 그리도 걱정이 많으며, 그토록 조심을 한단 말인가" "How prone to doubt, how cautious are the wise" 바꾸어 말하자면, 어리석은 자일수록 걱정이 없고, 아무 조심성 없이 행동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4. 우리는 쉬운 답을 선호한다 - "파킨슨의 법칙"

영국의 역사학자 시릴 노스콧 파킨슨 교수Cyril Northcote Parkinson 에 따르면, 사람들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쉽게 자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 토론하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파킨슨 교수는 "원자력 발전소의 건립에 대해서 토론하는 정부 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토론한 안건은 에너지 효율성이나 안전 문제가 아니라 발전소 직원들의 자전거 출퇴근 문제였다" 라고 예를 든다. 실제로 여러 정부나 기관의 위원회들에서는 "중요한" 문제보다는 누구에게나 설명하기 "쉬운" 문제들이 우선적으로 토론되고 결정된다고 지적하는 것이 바로 "파킨슨의 법칙" (Parkinson's Law of Triviality) 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정치인들 역시 국민에게 설명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안건들만 내세운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실제로 어려운 문제도 잘 해결해 낼 수 있는 "유능한" 정치인이 당선되기 보다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만 할 줄 아는 말빨만 좋고 "무능한" 정치인이 당선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커다란 담을 쌓는 것이 모든 이민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답이라고 선전하는데, 이것을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모든 것의 해결책을 쉬운 답으로 포장해서 파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속는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에 정말 쉬운 답은 없다. 무조건 쉬운 답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속지 말자. 그가 꼭 문제를 더 잘 해결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5. 하나 잘 하면 모든 걸 잘하겠지 - "후광효과"

수많은 사회 심리학과 뇌인지과학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 중의 하나가 "후광 효과 Halo Effect" 에 기인한다. 다름 아니라 한 가지 분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잘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효과를 처음 발견한 것은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 Edward Thorndike 였다. 그는 두 명의 군대 장교들에게 자신들의 병사들의 다양한 특성들을 평가하라고 했는데, 결과를 살펴보니 항상 다양한 조건들 (외모, 성격, 지능, 충성심, 책임감 등) 끼리 높은 상관 관계를 보였던 것이다. 후에 나온 수많은 연구들 역시 같은 결과를 보였다. 사람들은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지능도 뛰어날 거라는 기대감이 아주 높으며, 뿐만 아니라 한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은 다른 분야에서 성공할 거라는 기대도 많이 한다. 특히 2010년 뉴욕 스토니브룩 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정치인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외모가 뛰어난 정치인이 더 능력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는 2012년 일리노이 대학교의 연구에서도 다시 재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형 기업에서 성공적인 기업가의 커리어를 쌓은 이가 정치를 비롯해 다른 일도 더 잘할 거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연구도 있다.

문제는, 이 모든 평가는 사람들의 주관적인 평가에 그칠 뿐이며, 실제로 객관적인 평가를 받았을 시에는 그 다양한 조건들 사이에 어떠한 상관 관계도 없었다는 것이다. 즉, 외모가 뛰어나다고 지능이 더 뛰어난 것도 아니며, 기업에서 성공했다고 정치인으로서 성공할 기반이 닦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기억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한 분야에서의 성공이 꼭 다른 분야에서의 성공을 약속하지 않는다, 우리의 뇌가 그런 막연한 기대를 가질 뿐이라는 것을...


* * *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선거란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꼭 신중한 선택을 하자. 각자 그 판단과 선택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순간순간 대중의 감정을 선동하는 정치인들의 뻔한 수에 미혹되지 말고, 막연한 기대와 감으로 중요한 선택을 하지 말고, 보다 신중하게 투표하자.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소리라 느껴질지라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다음의 사실들을 꼭 기억하고 투표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1. 일단 투표는 꼭 하자.

나의 작은 선택이 나라의 큰 선택을 좌우한다. 확신이 가지 않더라도, 믿음이 가지 않더라도, 나의 선택을 다른 이에게 넘겨버리지는 말자.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투표할 때 나올 결과가 적은 사람이 투표할 때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신뢰성이 있다.


2. 권위주의보다 실용주의를 택하자.

"나만 믿고 맡겨라" 큰소리를 치며 자신을 추종하라 하는 이보다는 실제로 구체적인 소신과 공약을 내세우며 국민의 일꾼이 되고자 하는 이를 뽑는 것이 더 현명하다.


3. 근자감과 뻥에 휘둘리지 말자.

실제로 능력 없는 사람이 자기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4. 쉬운 답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경제 문제건, 민생 문제건 "한 방에 해결되는" 쉬운 답은 없다. 국민과 소통하고, 수많은 토론과 고민을 거듭해서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감언이설로 모든 문제 해결이 쉽다고 설득하는 이를 믿지 말고, 정말 어렵지만 함께 해결해나가자고 제안하는 이를 믿자.


5. 보기 좋은 떡이 정말 먹기도 좋은지 확인하자.

잘 생겼다고 머리도 좋은 것은 아니고, 한 가지를 잘 한다고 모든 것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막연한 감으로 인물을 보고 투표하지 말고, 정확한 정책의 확인과 검증 후 투표를 하자.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제발 무능한 정치인이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길 빈다.

모두의 현명한 선택으로 능력 있고 유능한 정치인이 뽑힐 수 있는 선거가 되길 기원한다.


References:

Dean Burnett. "Democracy vs. Psychology: Why people keep electing idots" The Guardian, 2015.4.2.

Karen Dion, Ellen Berscheid, Elaine Walster. „What is beautiful is goo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972.

David Dunning & Justin Kruger. "Why people fail to recognize their own incompetence."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2003.

Justin Kruger & David Dunning. "Unskilled and Unaware of it: How difficulties in recognizing one's incompetence lead to inflated self-assessmen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999.

Matthew MacWilliams. "The one weird trait that predicts whether you're a Trump supporter" Politico Magazine, 2016.01.17

Northcote C. Parkinson. "Parkinson's Law - and other studies in administration." Boston: Houghton-Mifflin, 1957.

Phil Rosenzweig. "The Halo Effect". New York: Free Press, 2007.

Edward L. Thorndike. "A constant error in psychological rating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920.

Brad Verhulst, Milton Lodge, Howard Lavine. "The Attractiveness Halo: Why some candidates are perceived more favorably than others." Journal of Nonverbal Behavior,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