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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18일 07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5월 18일 14시 12분 KST

우리는 무뚝뚝한 엔지니어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는 이렇게 말했다. "인류는 여지껏 불가능을 극복하는 능력으로 스스로를 정의했다." 이것 참 뭐랄까, 중학생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한 잠언록의 37번째 페이지쯤에서 등장할 법한 고리타분하고 고루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고리타분함과 더 많은 고루함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우주와 지구 앞에서 우리는 지금보다 더 무뚝뚝한 엔지니어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INTERSTELLAR

2014년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주의 해였다. 지난 한 해 인류가 쟁취한 우주적 과업을 한번 떠올려 보시라. 나사의 큐리오시티 로버는 화성 대기 중에서 메탄 스파이크를 발견했다. 메탄은 생명활동으로 생겨나기 때문에 생명체의 존재를 가늠하는 증거로 활용된다. 먼 옛날 화성에 생명체가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차세대 우주선 '오리온'도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오리온은 향후 전개될 화성 유인탐사선 계획의 출발점이다. 게다가 유럽 우주탐사선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 로제타의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맙소사. 이 모든 일이 겨우 한 해 안에 벌어졌다는 게 믿어지는가?

그리고 이 모든 우주적 축제의 분위기를 멋지게 마무리한 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였다. 내가 이 영화를 유독 좋아했던 이유는 뻔뻔할 정도로 고전적인 SF영화였기 때문이다. 환경의 역습으로 지구가 멸망 직전의 재앙에 처하고, 인류가 이주할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해 우주로 떠나는 인간들의 모험이라니. 나는 지난 십수 년간 이렇게 순결할 정도로 로맨틱하고 고전적인 SF영화를 본 적이 없다. 이 영화와 비교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을 비교적 최근작들 중에서 고르라면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투 마스' 정도밖에 없다.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 유인 우주선의 모험을 다룬 이 영화 역시 우주와 인간의 모험 정신에 관한 사정없는 로맨티시즘으로 가득하다(만약 드 팔마의 이 우아한 영화를 놓쳤다면 지금 당장 DVD를 구해보시라!).

미션 투 마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우주 방사선이다. 아직 인류는 겨우 화성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 태양 코로나 활동이 활발해지는 순간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선이 발생하는 탓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우주선 안에 탑승한 우주인을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지켜줄 방법이 없다. 다만, 2014년의 새로운 우주적 도전의 성공담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폭탄과 내전과 테러가 요동치는 지구에서도 어쨌거나 인류는 계속해서 발전한다. 글로벌 '허핑턴포스트' 새로운 10년의 모토인 청신호('What's working)'처럼, 현재와 미래를 언제나 부정적으로 내다보는 경향이 있는 우리의 근심과는 달리 세상은 생각보다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우주를 위한 도전도 마찬가지다. 우주 개발은 정치적인 이유로 한동안 멈춰 서 있었지만 과학자들은 정치인들의 외교와 예산 전쟁 아래에서 계속해서 전진해 왔다. 그리고 지금 NASA의 과학자들은 우주방사선을 견딜 수 있는 우주선과 우주복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인류다. 생각해보면 인류는 항상 그랬다. 남극이 있기 때문에 남극으로 갔고, 에베레스트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에베레스트산을 올랐다. 화성이 거기 있는 한 우리는 화성으로 갈 것이다. 우주가 거기 있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우주로 갈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는 이렇게 말했다. "인류는 여지껏 불가능을 극복하는 능력으로 스스로를 정의했다." 이것 참 뭐랄까, 중학생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한 잠언록의 37번째 페이지쯤에서 등장할 법한 고리타분하고 고루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고리타분함과 더 많은 고루함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우주와 지구 앞에서 우리는 지금보다 더 무뚝뚝한 엔지니어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