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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9일 05시 20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9일 14시 12분 KST

청룡상·대종상은 무엇을 주는가

연합뉴스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상의 시상식이 1주일 간격으로 있었다. 대종상영화제는 일부러 노력해도 그렇게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웃기는 코미디였고, 청룡영화상은 그런 대종상을 일부러 두들겨 패는 재미를 제외하면 무난하고 평범했다. 결과는 이미 다들 아실 거라고 믿는다. 아니면 벌써 잊어버리셨나?

보통 때 같으면 잘 보지도 않는 두 시상식을 챙기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과연 이 상들은 왜 필요한가. 도대체 어디다 써먹는가. 아카데미 상을 탔거나 칸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면 이해가 간다. '아카데미'란 타이틀은 배우나 작품을 선전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칸 영화제 수상작들은 다들 재미없다는 소문이 퍼져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제에 참여하고 상을 타는 것은 전세계에 희박하게 퍼져 있는 아트하우스 영화 관객들을 확보하는 데에 중요하다. 한마디로 이들은 모두 돈 값을 한다. 둘 중 어느 것도 순수한 명예 따위는 아니다.

그렇다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은 무엇을 주는가? 수상 결과는 시상식이 끝나면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배우들도 자신을 대종상이나 청룡영화상 수상자라고 광고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올해 최고의 영화와 영화인을 뽑는 의미가 있을까? 그것도 아니다. 청룡영화상 시상식 진행자인 김혜수는 "청룡은 정말로 상을 잘 주죠!"라고 외쳤고, 대종상에 비해 좋은 선정이란 말을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 선정이 올해 한국 영화를 결산하는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결산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다양한 평론가나 잡지에서 낸 리스트들의 리스트로 적어도 관객들은 그 다양성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봤자 올해도 홍상수 영화가 1등이나 2등을 먹겠지만.

청룡영화상이 올해 칭찬을 받은 건 대종상이 워낙 멍청해서 비교가 되었기도 하지만 소위 연말 영화상의 분위기에 맞는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평론가 반응을 보면 매년 홍상수와 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상을 휩쓸어야 할 것 같지만 정말 매번 그런다면 재미도 없을 것이고 의미도 없을 것이다. 나는 올해 청룡영화상을 받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고 그들 대부분은 노력과 재능에 걸맞는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시상식의 목표가 연말 파티였고 수상 결과 역시 그 분위기를 위해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대종상은? 올해 혼자서 슈퍼맨처럼 일인다역을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진행자 신현준은 행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영화제인 만큼 영화인들이 소중히 지켜나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나름 '좋은 말'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이처럼 슬픈 이야기가 없다. 대종상은 내세울 가치라는 것이 오직 나이밖에 없고 과거의 업적을 보면 얼굴 붉어지는 추태만 떠오르는 늙은이다. 앞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남은 인생 동안 개선의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이 경우 안락사는 의미있는 대안일 수 있다. 어차피 없어져도 슬퍼할 사람은 없다. 꼭 영구적인 죽음일 필요도 없다. 지금의 늙은 피가 다 빠져 무언가 새로운 것을 채울 때까지만 기다려도 된다. 여기서 성서 인용을 하는 건 민망하지만, 어차피 이집트를 탈출한 유대인들도 노예근성에 빠진 구세대가 다 죽어없어질 때까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지 않았던가.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