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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05일 07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05일 14시 12분 KST

레이디 액션! 레디 액션

 

듀나의 영화 불평

최근 극장에 걸려 흥행에 성공하고 관객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암살>,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의 공통점은 일단 여성 액션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여자 배우의 액션 장면 비중 이상의 공통점이 영화를 묶고 있다.

우선 이들 영화에서 액션을 펼치는 여자 주인공들은 공식적인 주인공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매드 맥스>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영화판은 모두 1인 남성 주인공 중심의 프랜차이즈이고 이 시리즈에서는 이전까지 여성 비중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암살>의 경우 홍보에서 앙상블 위주의 영화임을 내세웠다. 다들 영화를 보고 나서야 홍보했던 것보다 여성 비중이 훨씬 높았음을 알 수 있는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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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충분히 관객들을 어필할 수 있는 훌륭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도 퓨리오사, 일사 파우스트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성공했고 여성 주인공은 호응을 얻는다. 이는 여성 주인공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에 대한 성공적인 반박이다. (<암살>의 경우에는 조금 더 용기를 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충분히 잘 만든 영화와 매력적인 캐릭터와 좋은 배우가 결합한다면 정상적인 관객들은 당연히 매료될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낮았던 것은 그들이 두려움과 게으름 때문에 이 간단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프랜차이즈 영화인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와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의 경우 남성 주인공들이 여성 주인공의 부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협조적이었음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톰 크루즈의 경우 작년에 <엣지 오브 투모로우>로 리타 브라타스키라는 여성 캐릭터를 공동 중심에 넣기도 했다. 그는 여성 캐릭터가 부각된다고 해서 원래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남성 캐릭터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 오히려 이것이 또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다른 중요한 유사점은 이들의 액션이 점점 현실적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와이어 액션 시절의 여성 액션은 점점 페티시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의 액션은 배우의 몸매를 보여주기 위한 비현실적인 판타지이다. (<콜롬비아나>를 보라.) 하지만 최근 세 영화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길을 택한다. 세 영화의 주인공은 비현실적인 근력의 소유자도 아니고 와이어의 도움도 비교적 꼼꼼하게 감추어져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션 임파서블>의 일사 파우스트는 이들 중 가장 '여전사' 캐릭터에 가깝다.) 이들은 자신의 핸디캡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것은 문제가 아니다. 액션 영화란 물리적 핸디캡의 극복 과정을 그리는 장르이다. 주인공이 극 중에서 가장 힘세고 가장 싸움을 잘 하는 존재라면 우린 굳이 영화를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더 늘어나고 보다 많은 상상력이 동원되게 된다. 오히려 이것은 아직 다루지 못한 재료들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