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5년 03월 10일 13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10일 14시 12분 KST

최경환의 '한국판 뉴딜', 국민 등골 또 빼먹자는 얘기

최경환 부총리가 "한국판 뉴딜정책" 펴겠다며 하는 말이 결국 민자사업 활성화란다. 한국의 민자사업은 말로만 민자사업이지, 시공단계와 운영단계에서 모두 국민혈세를 퍼주는 "저위험 고수익"(땅짚고 헤엄치기)사업이다. 이런 민자사업의 문제점을 제대로 고치기도 전에 또 다시 민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들고나온 것이다. 생각해보면 기가 찬다. 이 나라 국민은 혈세로 4대강사업이나 경인운하 같은 토건사업에 탕진하고, 가계부채를 억지로 내서 고분양가에 분양주택을 사주는 것도 모자라 불요불급한 시설물을 짓도록 각종 특혜성 민자사업을 또 진행하게 해야 하나. 도대체 국민들이 건설업체들 먹여살려야 하는 호구란 말인가.

연합뉴스

최경환 부총리가 "한국판 뉴딜정책" 펴겠다며 하는 말이 결국 민자사업 활성화란다. 그것도 민자사업 공사장인 서울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현장에서. 초부유층 대상 자본소득세를 올리자는 버핏세 취지가 한국에만 오면 근로소득세 올리자로 둔갑하는 것처럼 금융규제 강화와 노동소득 증대, 복지강화와 함께 공공사업 시행이 패키지였던 뉴딜정책이 한국에만 오면 그냥 토건사업 강화로 둔갑된다. 2004년 하반기 부동산 경기가 일시적으로 가라앉자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한국판 뉴딜정책"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 토건사업 벌여 건설경기 부양론을 펼친 것도 마차가지다. 이처럼 한국의 토건족 성향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어쨌든 최경환이 민자사업 활성화를 외친 배경이 있다. 이미 4대강사업과 같은 대규모 재정지출로 과잉공급된 건설업계를 먹여살리지 못하자 이명박정부 후반부터 가계 부채를 동원한 집 사주기 토끼몰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말하듯 이 또한 지속하기 어려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재정도 부족하고, 가계부채 여력이 줄어든 상황. 궁리 끝에 들고나온 게 민자사업일 거다. 궁여지책인 셈이다.

예전에 많이 썼으니 길게 되풀이하지는 않겠다. 한국의 민자사업은 말로만 민자사업이지, 시공단계와 운영단계에서 모두 국민혈세를 퍼주는 "저위험 고수익"(땅짚고 헤엄치기)사업이다. 이런 민자사업의 문제점을 제대로 고치기도 전에 또 다시 민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들고나온 것이다. 민자사업이 제동이 걸리기 전 2000년대 후반까지 한국의 민자사업 물량은 GDP 대비 세계 최고였다. 워낙 저위험 고수익이니 남발됐던 것인데, 다시 이 수준으로 돌아가겠다는 건가.

최경환 부총리가 말로는 "제3의 사업방식" 운운하며 과거 문제점을 고치는 것처럼 떠드는데, 정부가 민간의 위험을 공유해주겠다는 것뿐이다. 가뜩이나 저위험 고수익 사업 구조를 정부가 공유해주면 더더욱 특혜가 될 뿐. "패스트트랙"으로 사업기간을 줄이겠다는 것도 민자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따지지 말고 기업들 뜻대로 빨리 진행하도록 해주겠다는 말일 뿐이다. 민자사업 종주국이라는 나라들에서도 민자사업은 수년~십수년씩 걸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을 하게 한다. 그런데 한국은 대부분 업체들끼리 컨소시엄 형성해 돌아가면서 담합한다. 기존에도 무위험 무경쟁 고수익 구조였었는데, 정부가 위험도 공유해주고 필요한 절차들 다 없애 사업기간도 단축시켜 주겠다는 거다.

어제 통화한 한 기자가 기재부 관료에게 물었더니 "민자사업은 고위험 고수익 구조이니 정부가 지원을 해준다"고 했단다. 기재부 관료라는 사람이 무식한 건지, 알고도 그냥 기자를 속여넘기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고위험에는 고수익이고, 저위험에는 저수익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외국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거의 100% 민간자본이 자신들의 자본과 기술력, 창의력을 바탕으로 책임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운영단계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사업을 자신들이 맡아서 진행하는 것이고, 그런 계산이 안 나오면 안 하면 된다. 즉 고위험은 이미 고수익으로 보답이 되는 셈이다. "고위험 구조이니 업체들이 사업을 안 한다"고 정부가 시공비의 30% 가량을 대주고, 최소운영수입까지 보장해주니 안 해도 될 사업들을 남발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조건이라면 뭐 하러 민자사업으로 하나. 그냥 재정으로 하는 게 길게 보면 훨씬 돈이 덜 들지.

지금까지 설명한 게 바로 최경환이 어제 말한 "한국판 뉴딜정책"의 생얼이다. 물론 정부는 이렇게 민자사업이라도 벌여서 좀비상태인 건설업체들 먹여살려 보겠다는 심산일 터. 그런데 생각해보면 기가 찬다. 이 나라 국민은 혈세로 4대강사업이나 경인운하 같은 토건사업에 탕진하고, 가계부채를 억지로 내서 고분양가에 분양주택을 사주는 것도 모자라 불요불급한 시설물을 짓도록 각종 특혜성 민자사업을 또 진행하게 해야 하나. 도대체 국민들이 건설업체들 먹여살려야 하는 호구란 말인가. 제발 생각을 좀 바꿔라. 지금 살아야 하는 건 건설업체들이 아니라 국민들이니까.

*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더 많은 필자의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