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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5일 11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15일 11시 51분 KST

퀴어력이 '뿜뿜'했던 11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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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행동 지역순회 한마당 '퀴어라이브'를 마치며

울산, 광주, 대전, 춘천. 11월 한 달 이 네 곳에는 전국 각지 퀴어들이 모였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퀴어들, 그리고 그 퀴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퀴어들이 함께 했다. 올 한해는 6월 대구를 시작으로 7월 서울, 9월 부산, 10월 제주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그리고 11월 한 달 무지개행동이 각 지역에 존재하는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각 지역 내에서 알리고, 성소수자에게도 인권이 존재함을 드러내기 위해 퀴어문화축제가 열리지 않은 다른 지역을 찾아가 지역 내 성소수자 모임 및 단체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시민사회, 인권, 정당 등의 단체들과 함께 공개 간담회, 문화제, 행진을 진행했다. 수도권을 벗어나 강원, 충청, 경상, 전라, 제주에 올해 적어도 1회씩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행사들이 벌어진 셈이다. 전국 어디에나 있고, 어디든 잇는 퀴어들의 퀴어력이 뿜뿜한 11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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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라이브 in 광주 - 시나페(광주여성민우회) 퍼포먼스, 퀴어라이브 기획단

무지개행동의 '퀴어 라이브' 기획 배경은 10년 전 참여정부 당시 '성적지향'이 삭제된 채로 입법이 논의된 차별금지법에 대한 성소수자들의 투쟁에서 시작한다.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는 차별금지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만이 아니다. 반성소수자 운동, 혐오세력은 그 어느 때보다 조직적이고,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만이 아니란 정치권에서 더욱 적극적이다. 무지개행동은 그럴수록 전국 각 지역에 존재하는 퀴어들, 퀴어들의 지지자들과 함께 뭉쳐야하고, 힘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퀴어라이브는 전국 각 지역의 퀴어들의 생생함, 인권의 최전선의 현장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친구사이의 사무국장으로서 그 동안 부산, 대구, 광주 등의 현장을 찾아가봤지만, 직접 현지의 성소수자들과 만나 같이 행사 기획을 논의하고 함께 실무를 하면서 지역 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 상황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족한 인력과 빽빽한 일정, 그리고 직접 모금해야하는 보이지 않는 예산 등 쉽지않은 프로젝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마음먹은 것은 퀴어라이브에 대한 기획을 처음 선보였던 8월 무지개행동 활동가대회에서 만난 정말 소중한 지역 내 활동가들 때문이었다. 행사 몇 주 전에서야 진행된 사전 간담회, 이후 진행되는 몇 차례 회의와 처음 해보는 실무들 속에서 많이 힘들어했을 활동가들을 생각하면 행사를 마친 지금, 행사를 총괄하며 진행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도 각득하다. 그렇지만 그 힘든 과정 속에서 지역 내 성소수자의 인권문제 역시 빛을 보게 된다는 것을 행사 마친 후 이어지는 뒤풀이 속에서 활동가들의 미소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울산 퀴어라이브에서는 반가운 친구사이 온라인 회원을 만났고, 5.18 역사의 현장인 광주 금남로에서 내년에도 성소수자들이 행진을 해보겠다는 희망을 만났다. 대전에서는 성소수자의 부모님의 발언 속에서 감동과 힘을 얻었고, 춘천에서는 간담회에 함께한 대학생 성소수자를 보며 성소수자 청정지역이 아닌 성소수자들로 가득한 무지개색 춘천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각 지역마다 혐오세력들의 공격은 거셌다. 성소수자들이 직접 전국 행사를 기획하여, 각 지역에서 퀴어들의 존재를 드러낼 때 이들은 행사일 몇 일전에 집회신고를 하며, 현장에서 반인권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일부 언론은 동성애 찬반 집회가 지역에서 열렸다는 것으로 기계적인 중립적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지만, 이들의 집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권,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염원을 요구하는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부정하려드는 혐오 선동 세력들의 반인권, 반민주주의 집회였고, 현장에서 보인 그들의 발언, 구호, 피켓 역시 반인권적, 반민주주의의 표현들이었다.

올해 열린 퀴어라이브의 각 지역은 저마다 지역 내의 정치현실이 존재했고, 그 속에서 어떻게 성소수자들의 존재, 목소리를 드러낼 수 있을지를 이번 퀴어라이브를 통해 몸소 경험한 소중한 기회였다. 그리고 지역 내 성소수자 당사자, 전국 각 지역의 성소수자, 그리고 해당 지역 내 성소수자 인권의 지지자들이 함께 연대하고 결합하여 모인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시작이라 힘들고, 서툴고, 안타깝다. 그렇지만 그 시작이 있음에 지금의 성소수자들의 투쟁이 존재한다. 퀴어라이브는 그래서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곧 내년에 또 다른 지역에서 퀴어라이브의 생생한 현장이 필요할지 모른다.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글 · 이종걸(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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