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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7일 12시 27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0월 28일 14시 12분 KST

[인터뷰] 친구사이, 바이모임을 만나다 2

저 같은 경우는 그 시청에서 농성했을 때, 게이 레즈 바이 모두가 같이 있던 공간에서 뭔가 큰 감동을 받고 마음을 크게 열었는데 다가온 게 너무 큰 상처여서요. 그리고 쉽게쉽게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들도 워낙 많아서, '그럼 너 여자 좋아하지 왜?'라든지, '넌 그럼 결국 결혼 할 거지?'라는 등 온갖 질문들이 있었어요. 아직까지도 저에게 친구사이 몇몇 사람들은 바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근데 저도 이제 처음에 게이라고 생각을 했다가, 바이라고 생각을 했다가. 군대 갔다오고 이거저거 생활하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너무 많이 한 거예요.

* 이 글은 친구사이 소식지 70호(2016년 4월)에 실린 글로 당시 인터뷰를 재구성한 글임을 알립니다. '친구사이, 바이모임을 만나다 1' 인터뷰는 링크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웹진 '바이모임'- 두 번째 이야기

우리가 모두 다 다른 것처럼

크리스: 그러고 보니 주제는 보통 어떻게 정하시는지. 그리고 기고는 많이 들어오나요?

이브리: 일단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쓰고 싶은 얘기 아무거나 보내세요'라고 하는 거보다는 생각의 씨앗을 던져주는 편이 사람들도 편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사실 꼭 정해진 주제만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거나 그건 아닌데 그냥 약간 생각을 시작하는 의미에서 그때그때 당시 회의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꽂혀있는 걸로 (했구요).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성애나 동성애가 아닌, 혹은 거기에 확고하게 들어가 있지 않은 여러 가지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글을 쓰면 좋겠다 해서 시작을 한 거였어요.

2호 같은 경우엔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많이 기고받고 싶어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얘기하고 싶어하는 게 뭘까 생각해보다가 '연애' 얘기하자고 하면 좋아하지 않을까 했는데. 꼭 연애를 하는 얘기만 아니라 나는 왜 연애를 안 하는가 그런 얘기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3호는 이제 다루고 싶은 주제가 뭘까 트위터에서 막 설문도 하고 이메일 보내주세요 했는데 아무도. [웃음] 그래서 그냥 우리도 모르겠다, 보내고 싶은거 보내보세요 해서 '아무거나'가 됐죠. 기고하시는 분들이 더 감을 못 잡긴 했지만.

주누: 3호 같은 경우 우선 주제를 '아무거나'로 던져 놓고 나서, 기존 필진들 같은 경우엔 '아무거나'를 비틀어서 다른 식으로 글을 쓸 수가 있었거든요. 근데 그냥 외부에서 섭외 없이 기고를 하신 분들은 되게 어려워 하시더라구요.

이브리: 사실 '아무거나'가 제일 어렵잖아요. "뭐 먹을래?" "아무거나." 이러면 진짜. [다들 웃음]

주누: 기고 같은 건 직접 섭외하거나 부탁하거나. 한 건은 이브리가 인터뷰를 해오기도 했죠. 글을 써주시기 힘든 상황이거나 인터뷰가 더 편하시면 직접 가서 인터뷰할 수도 있구요. 그리고 글만 받는 게 아니고 형식은 다 열어놨거든요. 영상은 딱 한 분 들어왔었고, 그 외 나머지는 아직 텍스트 형태로. 아, 그림이랑 같이 글이 실린 것도 하나 있어요.

크리스: 저희랑 상황이 비슷하시군요. [웃음] 근데 바이모임은 뭔가 개개인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느낌이에요. 그게 어찌 보면 편할 수도 있는 반면에 개인 속사정을 끄집어내야 하는지라 부담스럽기도 하지 않으신가요? 예를 들어 마치 자신이 하는 얘기가 바이를 대표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잖아요 외부에서 봤을 때는.

이브리: 그런 이유 때문에 다양한 분들에게서 기고를 받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 사실 여기 편집진만 글을 쓰면 말씀하신대로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여러 사람의 서로 다를 수도 있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으면 저희 목소리도 그냥 그 중에 n분의 1이잖아요. 그리고 또 모든 목소리가 웹진에 실리는 것도 아니구요. 그건 보시는 분들이 감안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그렇게 하는 거죠.

주누: 2호 때 <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 간담회 관련 글을 썼는데, 실제로 그때 섭외가 들어와서 같이 준비했었어요. 한편으로는 그 자리에 불러줘서 감사하다, 이런 조사 없었는데 여기까지 해줘서 참 좋다와 더불어서 읽는 분들에 따라서는 되게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뉘앙스도 썼었거든요. 고민고민하다 좀 그런 말투로 썼었어요. 저 혼자의 판단이었거든요. 같이 그에 대한 평가는 했었지만 글 자체는 저 혼자 썼고요. 글을 보면 개인 얘기 같은 게 나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예 개인 얘기를 안 쓰기도 하고. 각각에 따라 다른데 저의 글에서는 주로 제 얘기를 살짝살짝 집어넣어요. 대표성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누구도 저를 전형적인 바이 시스젠더 남성으로 보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냥 거기 써놓은 글 보면 아니거든요. [다들 웃음]

계속 드는 생각은 아주 어려운 줄타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왜냐면 어떤 이야기를 할 때는 분명 이 목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거거든요. 전부를 대변하냐 안 하냐 그에 대한 판단보다도 어쩌면 그 이야기가 어딘가에서는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써야 한다는 목적이 있는 건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그럼 바이섹슈얼을 전부 대변? 그래서 너희 이제 활동?' 이런 식에 대한 부담이 왔다갔다하는 게 있어요.

이런 입장에서 보면, 바이섹슈얼 그룹을 "남성과 여성에게 성적 이끌림을 느끼고, 깊은 관계를 맺는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정의에 국한하여서만 보고, 이 정체성과 경험과 맥락을 여타의 다성애적 정체성과 분리된 집단으로 별도 논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지요. 특히나 이번 집단별 워크숍에 참여를 하면서 저를 비롯하여 바이모임 웹진의 필진들이 '바이모임'이란 타이틀을 가진 집단 소속으로서 참여하고 동시에 젠더퀴어 정체성을 가지신 분이 섭외되셔서 또 다른 패널로 참석을 하셨기에, 모양새는 바이섹슈얼 패널과 비LGB 퀴어 패널이 병렬적으로 위치되는 구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설령 이러한 분리/분절과 병렬화된 배치 방식이 애초 의도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워크숍 현장에서는 사실상 그렇게 된 것으로 포지셔닝을 하게 되었고요. 저 스스로도 거기에 맞춰진 역할을 스스로에게 주입하고 있진 않았나 생각들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기회였음에도 어디까지만 말해야지라며 말할 수 있는 범위를 한계 지은 채 거짓된(?) 패널 노릇을 하고 말았었지요.

▲바이모임 2호 '<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 발표회 참관 및 집단별 워크숍 참여 후기: 이번엔 과연 바이섹슈얼이 감춰왔던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중 발췌 

황이: 저는 소식지팀에 한 번 어떤 웹툰을 연재한 적이 있는데, 동성애자들이 종종 하는 음란한 얘기들을 주변 사람들이 보고는 '왜 그런 얘기들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냐' 이런 식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거에 대해서 제 생각을 웹툰으로 만들었거든요. 근데 그게 한번 다른 데 공유가 됐는데 거기에 대한 댓글이 너무 제 생각이랑 반대되는 게 남겨져 있는 거예요. 딱히 악플도 아니었는데, 그거 보고 제가 되게 상처받았거든요. 이게 그러니까 대표성을 띤다는 게 너무 위험하고 그런 건 알겠는데. 아까 또 하신 말씀이 이런 생각도 있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끝까지 다 끝내긴 했거든요. 그래서 얘기하실 때 어떤 공감가는 게 있었어요. 아, 아름답다. [다들 웃음]

이브리: 사실 저희가 또 인권단체라든가 그런 건 아니고. 저희 스스로도 글을 쓰지만 일단은 우리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발언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기 때문에 딱히 우리가 대표다 이런 것도 아니고, 대표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어떤 정체성 집단이든, 한 개의 단체나 단 몇 명이 대표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잖아요.

크리스: 웹진 만들면서는 뭐가 제일 힘드세요?

이브리: 힘든 점을 막상 한 가지만 생각하려고 하니 힘드네요. [웃음] 말씀드렸듯이 예산도 없고 사람도 많지 않고 그런건 있는데 또 이게 사람이 엄청 많다고 잘될 수 있는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하면서 나름 재밌는 것도 있었고. 힘든 건 아닌데 그냥 가끔씩 온라인으로 반응을 보여주시는 몇 분 빼고는 거의 아무도 안 읽는 거 같다는 거.

크리스: 맞아요. 우리가 그래 우리가. [다들 웃음]

이브리: 그래서 가끔씩 '이거 왜 하지?' 이런 거. 블로그 보면 검색 키워드가 나오잖아요. 그래서 관리자 계정으로 들어가서 보면 뭔가 이 분은 우리가 하는 얘기를 궁금해해서 오신 게 아니라 뭔가 굉장히 막 기대한 게 없어서 화를 내고 가셨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예를 들어서 블로그 방문자 수가 하루에 15명, 이렇게 찍힌다고 했을 때 진짜 게시물을 읽어보는 사람은 그 중에 또 얼마나 될까 하는 거죠. '한 호당 한 10명은 읽어줄까?' 이러면서 혼자 삽질을 하고 일기를 쓰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기고자 분들도 어쨌든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기고를 해주신 건데 홍보가 너무 미진해서 공유가 원활히 안돼서 그런 점은 굉장히 죄송하죠.

주누: 1호, 2호가 4500, 5000씩 방문자가 있어요. 현재 3호까지 다 합치면 12,000쯤 되는데 이게 12,000명이 아닌 거잖아요 절대. [웃음]

크리스: 다른 두 분은 혹시 가장 재밌었던 글이 어떤 거였는지.

셀프: 저는 '상상의 동물 바이섹슈얼 생태보고서'? (글: [특집] 상상의 동물 바이섹슈얼 생태보고서) 약간 꽁트처럼 풀어서 쓴 글이 있는데 재미있게 읽었어요. 바이마다 각자 다른 경험들과 생각들이 있으시지만 또 어떤 공유되는 지점들을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크리스: 저는 아까 주누님이 쓰셨다는 '어떤 바이-폴리의 커밍아웃'이 가장 좋았던 게, 얘기만 들었던 폴리아모리에 대한 글을 본 건 처음이거든요. 되게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론 참 용기가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있었거든요.

주누: 사실 그게 밝힐 계획이 없었는데 글을 써야 되니까. [웃음] 물론 많이는 안 읽었지만 글을 썼다는 핑계로 이제는 까놓고 다녀요. 그래서 이상한 상담요청을 받기도 하고. 바이모임의 글들을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악취미의 요소가 한 방울씩은 들어가 있거든요. 근데 그 글도 그런 요소가 있었어요. 왜냐면 바이섹슈얼이니까 남자 여자 다 만나니까 남자 여자 동시에 다 만나는? 뭐 쓰리썸을 한다든지 등의 스테레오 타입이 있는 거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다라고 주로 많이 얘기되어 왔던 거 같아요. 바이섹슈얼은 여러 명을 만나니까 문란하거나 난잡할 거라는 얘기를 하셨었지만. 그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아니야. 우린 바이섹슈얼이어서 성적 지향이 그런 거지 둘이만 만나서 지고지순한 영원한 사랑을 해'라는 식으로 방어를 하시기도 하거든요. 그거를 탓할 생각은 전혀 없는데, 또 한편으로는 '그게 뭐 어때서?'라는 빡침도 사실 있었던 거예요. 셋 만나는 게 뭐 어때서 이런 거. 근데 그거를 어딘가에 풀고 싶었는데 너무 풀어버린 거죠. [웃음]

카노: 여러 가지 읽어봤는데, 저도 이제 친구사이 나오기 전에 했던 고민이랑 나와서 했던 고민들이랑 그 다음에 커밍아웃할 때 친구들의 반응 이런 것들이 좌담회든 뭐든 모든 글들에 조금씩 다 걸쳐있는 거예요 제가 느꼈던 부분들이. 그래서 부분부분 공감하면서 특정 글보다는 전체적으로 다.

크리스: 친구사이 활동하면서 느낀 것들도 좀 있지 않아요?

카노: 물론 게이인권단체지만 성소수자 모두가 마음 편히 오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 같은 경우는 그 시청에서 농성했을 때, 게이 레즈 바이 모두가 같이 있던 공간에서 뭔가 큰 감동을 받고 마음을 크게 열었는데 다가온 게 너무 큰 상처여서요. 그리고 쉽게쉽게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들도 워낙 많아서, '그럼 너 여자 좋아하지 왜?'라든지, '넌 그럼 결국 결혼 할 거지?'라는 등 온갖 질문들이 있었어요. 아직까지도 저에게 친구사이 몇몇 사람들은 바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근데 저도 이제 처음에 게이라고 생각을 했다가, 바이라고 생각을 했다가. 군대 갔다오고 이거저거 생활하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너무 많이 한 거예요.

그러다가 이제 트랜스젠더 모임이 있었는데 우연찮게 그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가. 그럼 도대체 나는 뭘까. 게이들 사이에선 소위 '식'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까놓고 말하면 잡식 같은. 어디에도 낄 수 없는 뭔가. 그렇다고 얘기를 해도 누군가 내 얘기를 공감하면서 들어줄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혼자 붕 떠 있는. 그래서 저도 바이모임이나 행성인 같은 거 검색해서 알아보고 그랬죠. 다 해보고 했는데 일단 처음에 제가 정착하게 된 게 친구사이라 어디 가기가 무서운 거예요. 어디 가면 또 막 설명해야 되고 하니까 이게 워낙 상처가 되니까요. 그럼 내 정체성에 관련된 모임은 없나 찾아봤는데 거의 없더라구요 그냥 개인 블로그에 몇 개 말고는. 그게 없어서 항상 약간 겉도는? 그래서 바이모임을 나가볼까 생각을 했었는데 모임이 잘 없는 거예요. [웃음] 그래서 친구사이에 계속 나가고 있고, 농담인 걸 알지만 가끔씩은 좀 버거울 때가 있죠.

이브리: 네. 그래서 그런 느낌들을 좀 바이모임에 싣고 싶은데 어떠신지. [다들 웃음]

성소수자 통계가 놓치고 있는 건

황이: 제가 오래 전부터 활동했던 친목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얼마 전 단톡방에서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최근 어떤 사람이 성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죽은 게 뉴스에 나온 거에 대해서 아무 밝혀진 것도 없는데 '얘 게이다, SM플레이를 하다 죽었다' 이런 식으로 막 논의가 되니까 너무 빡치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나는 동성애자고 이런 식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논의되는 게 보이지 않는 폭력이 될 수 있다, 마침 내가 있고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그 방 나가버렸거든요. 근데 나가자마자 그 방에 있던 3~4명이 '사실 나도 바이다'라고 말을 하고는 다시 초대해줘서 아직 그 단톡방에서 얘기하고 있어요. 진짜 보면 주변에 있는 거예요. 몇 년 동안 서로 몰랐는데.

무명: 저도 예전에 고시반에 있었는데 거기 정원이 40명이거든요. 그럼 평균적으로 생각했을 때 3~4명은 있을 거 아니에요. [다들 웃음] 근데 얘기를 할 때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한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노골적으로 혐오 관련 얘기는 안 해요. 그러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했잖아요. 그 얘길 하면서 '그럼 우리 학교도 그런 거 아냐?', '생각해보니 걔도 레즈비언이었던 것 같애'라는 등의 얘기를 막 엄청 하는 거예요. 그래서 얘길 듣다가 '야 근데 여기 정원이 40명이니까 3~4명은 있을 거 아냐. 그럼 걔가 들으면 기분 나쁘지 않겠어?'라고 얘기하니까 갑자기 막 충격을 받으면서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웃음] 저도 그 얘기를 하면서 순간 나 빼고 39명 중에 2~3명은 더 있을 건데 나도 모르고 있었구나 했던.

크리스: 재밌는 경험들이네요. 안 그래도 인터뷰 준비하면서 미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를 봤는데, 미국 성소수자 인구 중 본인을 바이섹슈얼이라고 표현한 사람들이 제일 많았다고 하더라구요. 또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에서도 자신을 바이섹슈얼이라고 밝히고 참여하신 분들이 게이, 레즈비언만큼 많았잖아요. (* 바이섹슈얼(29.0%), 레즈비언(29.5%), 게이(31.5%)) 그래서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근데 왜 바이섹슈얼이라고 정체화하고 또 오픈하고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좀 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서요. 그게 우리나라의 특수성 때문인 건지, 왜냐면 제가 알기로 성소수자 친화적인 인근 아시아 국가나 다른 곳은 바이섹슈얼 관련 단체도 많고 활발히 활동하는 것 같더라구요.

이브리: 제가 그 미국에서 나온 조사결과를 자세히 보진 못했는데, 영국에서 비슷한 조사를 작년에 했었어요. 근데 그냥 퀴어 커뮤니티뿐만 아니고 전체적으로 다 한 건데, 이성애자가 제일 많았고 바이섹슈얼을 뭐라고 해야 될지, 예를 들어 '나는 동성과 이성, 그러니까 여러 성에 끌려본 적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25세 이하 집단에서 기억하기로는 40% 가까이 됐고, 전체로는 한 20% 정도 됐어요. 근데 '그래서 당신은 성적 정체성을 뭐라고 표현하나요?'라고 물었을 때 바이섹슈얼은 2%였거든요. 그래서 바이섹슈얼 관련 통계가 얼마만큼 나왔다는 것만으로는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거고, 제가 알기로는 어떤 통계치 같은 걸 보면 항상 MSM(Men who have sex with Men)이 게이+바이 남성보다 많잖아요.

욕망을 느끼는 거랑 정체화는 되게 다른데, 그런 바이섹슈얼로 정체화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하는 부분에서 사실은 모르겠어요. 흔히 우리가 바이섹슈얼적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느낌을 갖는 사람보다 실제로 '나는 바이섹슈얼이야'라고 정체화하는 사람은 엄청 적다는 거죠. 근데 그 과정에서 굳이 단어로 표현한다면 바이포비아가 많이 개입한다고 생각하고, 저희가 웹진에서 고민을 하거나 표현을 했던 얘기도 상당 부분 그런 거였던 거 같아요. 무명님이 말씀하셨듯이 '나 바이섹슈얼이야.'라고 하면 '너 중증 중2병이야. 니가 뭘 알겠니. 앞으로 살다보면 말야 니가 확고한 이성애자/동성애자인 것을 알게 될 거야.'라고 하든지. [웃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다고 의심을 하는 거죠. 이해가 되지는 않는데 제가 들었던 말 중에 '동성애자는 너무 차별을 심하게 받으니까 그게 싫어서 바이섹슈얼이라고 하는 거 아니겠느냐'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고 막 그런데. 차별을 피하고 싶으면 이성애자인 척 하는 게 제일 나을 텐데 말이에요.

황이: 그런 말을 저는 고등학교 선생님한테 들었어요. 그 바이는 보통 동성애자인데 그거를 약간 감추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

이브리: 근데 뭐 비슷한 논리로 어떤 분들은 쟤들 다 이성애자인데 바이섹슈얼인 척 하는 거라고도 하고, 어쨌든 굉장히 진실되지 못한 뭔가로 여겨지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소위 말하는 이상한 정체성을 표방한 애들은 뭔가 뒤에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