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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14일 17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15일 14시 12분 KST

안철수와 김종인

우선 그가 더민주당 지지자들은 고정표니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의 선거전략의 핵심이 부동층이나 보수층 표를 겨냥한 것이라면 그 자체를 뭐라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기존 지지층의 지지에 균열을 가하는 행동은 극히 삼가야 한다. 지금 김종인에게서 제일 위험하게 보이는 것은 그가 선거를 너무 정치공학적으로만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론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연합뉴스

나는 현실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정치 자체를 모른다기보다는 여의도 현실 정치인들의 그 면면을 모른다. 그래서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정치적 원론이나 방향은 언급하지만 특정 정치인에 관한 이야기는 극히 삼가려고 한다. 나 말고도 말할 사람들이 도처에 있는데 쓸데없이 나까지 숟가락 들고 밥상에 앉을 생각이 없다. 하지만 오늘 이런 이야기는 해야겠다.

안철수. 나는 몇 번 안철수에 대한 실망을 이곳에서 말한 적이 있다.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한 번 더 이야기해야겠다.

오늘의 초점은 안철수 그 인물에 대한 평이 아니라 그에 대해 아직도 희망을 걸고 있는 지지자에 대한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여론조사를 신뢰하지 않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에 대한 지지가 아직도 7-8%라는 게 신기할 뿐이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그는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에 비해서도 아직 우위에 있다.

이건 불가사의다. 어떻게 그런 여론조사가 나올 수 있을까? 아마도 안철수가 지금도 국민의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올 것이다. 대권후보감으로서는 이제 거리가 멀어지고 있지만, 아직 상당수의 국민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고, 어떤 기회가 되면 그것이 급상승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이, 그로 하여금 아직도 자신을 무슨 대단한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안철수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그의 능력이나 비전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안철수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안철수 현상이란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이 가져다 준 단순한 반사이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현역 국회의원으로 지난 4년간의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국민은 이제 그 성적표로 그를 평가할 수 있다.

그의 의정활동이 뚜렷했는가? 나는 기억에 없다. 의사출신이라고 하는 데 메르스 사태 때 무슨 말 한마디를 제대로 한 적이 있는가? 안랩의 주인이었다고 하는데 국정원 댓글 사건, 도감청 사건에서 뭐 하나 제대로 한 일이 있는가? 그래 의정활동이야 초선의원이니 그도 어쩔 수 없다고 하자.

그러면 선수와 관계없는 공감능력은 어떤가. 세월호 사건으로 유족이나 많은 국민들이 아파할 때 그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며 울어본 적이 있는가? 도대체 그가 한 일이 무엇인가?

심지어 그는 기자회견을 해도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만 하지 기자들과 일문일답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데도 아직 안철수 현상의 추억 속에 빠져 있는 지지자들이 있다? 그것도 여론조사를 하면 7-8%라? 이건 내 상식으론 이해불가다.

지지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이제 검증은 끝났으니 환상에서 깨시라.


김종인. 나는 그가 더민주의 권력을 장악할 때 몇 가지 고언을 한 적이 있다. 그 핵심은 겸손할 것과 당내 민주주의에 신경 쓰라는 것이었다. 그가 비대위원장으로 더민주의 원톱이 된 이후 그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이제 몇 가지 평을 할 때가 왔다.

김종인, 그는 매우 노회한 사람이다. 정치의 맥을 짚을 줄 알고 국회에 입성하기 위해 날뛰는 자들을 길들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만하면 다 죽어가는 야당을 기사회생시켜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런 기대를 아직 그에게 걸고 있다. 하지만 이 기대가 위태롭다. 지금 그가 조금만 삐긋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곡예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가 더민주당 지지자들은 고정표니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의 선거전략의 핵심이 부동층이나 보수층 표를 겨냥한 것이라면 그 자체를 뭐라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기존 지지층의 지지에 균열을 가하는 행동은 극히 삼가야 한다. 지금 정청래 의원 컷오프로 인해 지지층 균열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야권연대가 어려운 현실에선 더민주의 지지층을 더욱 확실하게 잡고 거기에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지금 김종인에게서 제일 위험하게 보이는 것은 그가 선거를 너무 정치공학적으로만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론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그가 지금 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더민주의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지층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부동층이나 보수층에 대해서도 이 나라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떻게 말인가? 몇 가지를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해야 한다. 바로 이런 것들이다.

우리(더민주)는 세월호를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다수당이 되고 집권하면 반드시 그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우리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테러방지법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국정원이라는 빅브라더에 의해 감시당하는 국민들의 자유를 회복시키겠습니다.

우리는 개성공단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대결보다는 화해를 추구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겠습니다.

우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용인하지 않겠습니다.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도 용인하지 않겠습니다. 역사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우리는 4대강을 잊지 않겠습니다. 강이 흐르도록 하겠습니다. 더 이상 국토를 망가트리지 않겠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전달되었을 때 국민들은 더민주에 희망을 건다.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정치는 그 어떤 정치도 실패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끊임없이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라. 그리고 그런 메시지를 던질 선수들을 골라 링 위에 올려 보내라. 그리하면 김종인도 살고, 더민주도 살고, 이 나라도 산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