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5년 12월 27일 10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27일 14시 12분 KST

집에서 끓여 먹는 굴짬뽕

그다지 냉장 설비가 좋지 않던 과거에도 재래시장에 가면 늘 철마다 수산물을 팔았다. 요새는 마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속사정은 모르겠으나 다양성이 많이 떨어진다. 선도 문제나 그밖의 곤란(이를테면 매년 되풀이되는 홍합 독소 같은)을 미리 피해가려는 인상을 준다. 그러니, 제철이다 싶게 만날 수 있는 수산물이 드물다. 겨울에 어김없이 깔리는 건 굴 정도다. 그것도 대다수는 봉지에 담겨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는 자그마한 포장 굴이다. 굴은 역시 재래시장에서 푹푹 퍼주는 잔굴이 최고다.

우리나라 굴이 세상에서 제일 싼 축에 속하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이웃 일본만 해도 굴 값이 만만치 않다. 이런 싼 굴 값은 생산량이 많기도 하거니와, 노동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굴 관련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다는 뜻이다. 박신장(굴 까는 작업장)에서 까낸 굴 1㎏을 만들어야 2000~3000원이라고 하니 그 고됨을 짐작하겠다.

그래도 겨울 굴은 맛있는 재료다. 전으로 국으로 무침으로 갖가지 요리를 해먹는데, 맛은 기막히다. 나는 굴이 들어오면 자주 해먹는 음식이 있다. 요리 노동자들은 늘 시간에 쫓긴다. 이들 밥상이 더 부실한 경우가 많다. 요리 생활 20년에 위장병을 안 얻으면 이상하다는 말도 있다. 일반 노동자는 대개 밥 먹는 한 시간이 보장되어 있지만, 요리사는 대부분 일터가 식당이고 식당이 식탁이라 밥 먹는 일과 밥하는 일이 혼동되어 있다. 심지어 시내 작은 밥집에 서너 시경 가보시라. 밥 먹다 말고 주문을 받아 주방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노동자들!

하여튼 이런 분위기 탓에 라면이 주식이 되곤 한다. 다행(?)인 건 이것저것 가미를 해서 먹는다는 정도다. 겨울에는 굴이다. 굴탕면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먼저 냄비에 약간의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마늘, 대파를 볶는다. 굴을 넣고 한번 슬쩍 볶은 뒤 굴만 건져둔다. 그리고 물을 넣고 라면을 끓인다. 마지막에 건져두었던 굴을 넣고 먹는다. 뽀얗고 회색을 띠는 국물이 마치 중국식 굴탕면을 닮았다. 맛도 썩 괜찮다. 라면이야말로 우리들의 미각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맛을 자랑하니까.

올겨울엔 새로운 레시피를 찾아냈다. 바로 각 회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출시한 짬뽕이 대상이다. 앞서 굴탕면처럼 끓여도 되고 다른 방법도 있다. 바로 부추 굴짬뽕! 먼저 돼지비계나 기름을 한큰술 냄비에 넣고 송송 썬 대파를 볶는다. 향이 나면 짬뽕면 봉지에 써 있는 대로 끓인다. 보통 5분이 끓이는 시간인데, 4분이 되면 굴을 넣는다. 알맹이 굵은 굴을 기준으로 10개가 1인분. 30초 더 끓이고 불을 끄고 30초 기다린다. 굴에 뜸을 들이고 부드럽게 익히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준비한 부추를 넣는다. 부추는 뿌리 부분을 잘 씻지 않으면 흙냄새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default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