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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04일 08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04일 14시 12분 KST

슈틸리케의 인간 경영학을 배운다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축구 감독을 보면 놀랍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아축구연맹 대회(동아시안컵)에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하고 있는데, 그의 용인술이 놀랍습니다. 동아시안컵에는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의 남녀 대표팀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2일 밤 첫 경기 중국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2-0 완승을 거뒀습니다. 애초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대표팀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파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 구자철, 박주호, 김진수 등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는 국제축구연맹의 대표팀 경기 캘린더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유럽 구단에서 선수들을 대표팀에 보내줄 의무가 없습니다. 그래서 국내파 선수들과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프로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로 23명의 팀을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첫 경기 중국전에서 한국은 최강 진용의 중국을 완파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뛴다.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이 대단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일종의 슈틸리케 감독 특유의 '인간 경영학'에 놀라움을 표시한 것이죠. 선수들은 매우 기술적인 축구를 했고, 효율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과거에는 상대가 압박해 들어오면 공을 누구한테 주어야 할지 모르고 허둥대다가 앞으로 냅다 지르는 경우가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 아래서 그런 선수들은 없습니다. 달라진 것은 감독 하나인데, 선수들이 한 단계 높은 축구를 구사하니 신기할 수밖에 없네요. 더욱이 유럽파가 빠진 상태에서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니 팬들도 즐겁습니다. 사력을 다해 전투적으로 뛰는 선수들 앞에서 우승을 장담하던 중국팀은 왜소해 보였다. 중국전 역대 맞전적은 17승12무1패로 한국의 절대적인 우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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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

하재훈 프로축구연맹 감독관은 "결국 감독의 몫은 선수들의 헌신을 끌어내는 것이다. 단순하게 보이는 그 작업은 감독과 선수 사이의 신뢰감이 없다면 이뤄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축구 선수들도 인간인지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보다는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에서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쉽게 말하면, "감독이 실력이 있으면, 감독이 공평무사하면, 감독이 일관되면 따른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경기장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서, 즉 경쟁력을 평가받기 위해서 사력을 다합니다.

감독의 눈이 공정하다면 잘하는 선수를 뽑아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는 것이죠. 거기엔 사사로운 관계나 정이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마음을 장악하기 위한 조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잘하는 선수가 경기에 뛴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 선수들끼리는 연습훈련을 하면서 누가 선발로 나가야 할지 서로 안다고 합니다. 자칫 못하는 친구가 나가게 되면 그 순간 신뢰가 깨집니다. 중국전에서도 대표팀의 주력 공격수는 김신욱이었습니다. 키가 크고 발재간도 좋은 대표팀의 재목입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을 경기 막판에 투입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몸상태가 썩 좋지 않다고 본 것 같았습니다. 그가 팀의 최고참이고 대표팀 경험이 많은 선수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면 경기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판단합니다. 이런 감독의 상대적 평가와 공명정대한 기용은 선수들로 하여금 늘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동기가 됩니다.

선수와의 신뢰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말 한마디, 스킨십도 때에 따라서는 필요합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늘 "대표선수는 한 나라를 대표한다.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대표팀의 문턱은 낮지 않다"며 자긍심을 심어줍니다. 특별하게 선택된 선수라는 생각을 갖게해 행동 하나하나, 훈련 하나하나에 좀더 진지하게 몰입하도록 만듭니다.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집어서 지적을 하거나, 선수들에게 강온 양면을 보일 수 있는 관리, 간명하고 효과적인 작전 지시 등 세세한 부분에서 소통을 이뤄내는 것도 감독과 선수의 신뢰감을 쌓는 요소 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율 속에서 원칙이 지켜지면 선수들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목표는 항상 똑같습니다. 바로 이기는 것입니다. 그것을 해내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운동장의 선수들입니다. 그 선수들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내적인 동기를 끌어낼 때 가능합니다. "너의 가치를 보이라. 주눅들지 말라"는 대표팀의 분위기에서는 처음 들어온 신출내기 선수들도 맹랑할 정도로 당당합니다. 자기 경쟁력을 평가받기 위해서 선의의 경쟁은 일상화했습니다. 최경식 해설위원은 "K리그 선수들이 기본기를 갖추고 있는데, 슈틸리케 감독이 조직적으로 역량을 발산하도록 묶어내면서 선수들이 더 빛을 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축구 경기의 승패는 기술, 체력, 전술, 심리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갈립니다. 감독의 용인술은 이 모든 것들을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창조적으로 모으는 일입니다. 특히 축구의 기본은 뛰는 것입니다. 선수들이 죽자사자 뛰게 되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강한 팀이라도 당해낼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동기 부여, 보상 시스템, 벤치에 앉아있지 않고 쉴 새 없이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감정적으로 교감하는 능력이 선수들을 움직입니다.

흔히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은 스포츠를 통해 경영의 기법이나 철학을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포츠가 사람을 조직해 목표인 승리를 일구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역시 사람을 조직해 목표(이윤)를 일구는 과정이 똑같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시이오가 그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슈틸리케의 인간 경영학, 저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