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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0일 04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2월 09일 14시 12분 KST

가난하지만 '섹시'한 베를린의 교훈

현재 베를린 시장은 클라우스 보버라이트인데 게이 시장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하다"는 말을 남겼다. 베를린 시장이 도시의 키워드로 '섹시' 함을 선택한 것이다. 오늘도 서울시청에서는 많은 사람이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고, 뭔가 창의적인 도시를 만들려는 아이디어를 짜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도시 브랜드는 몇몇 창조적인 카피라이터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소수집단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가난한 예술가에게 표현의 자유를 허하고 마음껏 소통하게 해야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것이다.

현재 베를린 시장은 클라우스 보버라이트(Klaus Wowereit)인데 게이 시장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하다(Berlin ist arm, aber sexy)"는 말을 남겼다. 베를린 시장이 도시의 키워드로 '섹시' 함을 선택한 것이다. 도시가 섹시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섹시라는 말에 대해 대한 느낌이 국가간은 물론이고, 남녀노소 간에도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섹시한 도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람들이 그 도시에 살고 싶은, 또는 방문해보고 싶은 그 어떤 '매력'을 뜻한다. 매력 있는 사람에게 눈길이 한번이라도 더 가듯이 매력적인 도시에는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모여서 비즈니스하기에도 좋은 공간이 된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면 이들을 상대로 한 레스토랑과 쇼핑몰이 들어오고, 또 호텔도 많아져서 이른바 도시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베를린 중심가는 처음 보는 나에게 아주 매력적이었다. 통독 이후 동서 베를린이 통합된 도시라는 상징성도 좋았지만, 분위기 있는 뮤지엄과 갤러리, 그리고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 쇼핑몰과 레스토랑 등과 함께 어우러져서 보기 좋았다. 원래 교통이 좋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도시가 만들어졌다. 도시가 개방되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면 그 곳에 시장이 만들어지고, 그 시장을 기반으로 권력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오고 가지 못하면 시장이 문을 닫고 그곳을 기반으로 한 권력도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세계적인 대도시도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지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문화예술이 번성하는 도시는 발전하지만, 그렇지 못한 도시는 침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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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베를린은 독일의 정치적 수도이지 도시 자체가 잘 살지도 않고, 전체 독일경제로 볼 때 영향력도 많지 않다. 통일의 상징적 도시로서 동서독 간의 통합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도시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별 볼일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베를린은 통일 이후에 정치적인 수도로서 행정부가 들어오고, 예술가들에게 값이 싼 창작공간을 제공할 수 있었기에 기회의 땅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베를린이 문화적 관용이 높고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는 공간이었기 가난한 예술가와 지식인들에게는 선망의 도시가 되었다. 이러한 개방성과 자유로움 때문에 베를린은 더욱 더 매력적인 도시가 되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베를린 시민들은 게이를 시장으로 선출할 수 있었다. 클라우스 보러라이트 베를린 시장은 2014년 신년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베를린은 인간적인 도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간적 도시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시민들의 포용적인 태도입니다. 베를린의 특징은 인구구성의 특수한 혼합에 있습니다. 서로 다른 출신의 사람들이 서로 공존하는 곳, 이러한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결속입니다."

베를린에서는 예술가들이 건물을 점유하는 예술공간점유운동(Squat)을 벌였을 때도 이를 허용했고, 오늘날 그러한 공간들은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오는 예술가의 창작공간이 되었다. 예술가들을 억압하지 않고, 그들의 다양한 창작활동을 보장해주는 그러한 도시가 되어야 도시가 매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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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예술가에게 매력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이 많아져야 하고, 최소한의 예술활동을 위한 경제적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소수집단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고,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되어야 하고, 예술활동을 하면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소수집단이 서울에서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서울의 다양성은 약화할 것이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예술가의 창작을 위축시켜버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서울은 돈이 많지만 매력 없는 도시가 될 것이다.

오늘도 서울시청에서는 많은 사람이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고, 뭔가 창의적인 도시를 만들려는 아이디어를 짜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도시 브랜드는 몇몇 창조적인 카피라이터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소수집단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가난한 예술가에게 표현의 자유를 허하고 마음껏 소통하게 해야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것이다. 그래야 도시에서 더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창의적인 예술창작물들이 생산되고, 그래서 도시는 더욱 활력과 매력을 얻게 될 것이다. 즉, 그래야 이른바 도시의 국제경쟁력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을 더욱 섹시하게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