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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24일 10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24일 14시 12분 KST

거절하면 왜 안 돼?

Gettyimage/이매진스

가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로부터 멘토링 부탁을 받는다. 처음에야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신나서 열과 성을 다해 도와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는 날 이용했고 누군가는 내 도움을 당연시했으며 누군가는 잘 나가면서 나의 존재조차 잊었다.

그래서 이제 이런 류의 부탁은 거의 거절하는 편이다. 사실 친하기 때문에 더욱 거절할 때도 있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스타트업 마케팅은 정석이 아니고 누군가의 '멘토'가 될 자질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스타트업 행사장에서 만난 누군가는 처음 보는 나에게 대뜸 마케팅 조언을 구했고 나는 거절했다. 그러다 그가 문득 '괜찮아요.'라고 하길래 '뭐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며 '거절당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어 괜찮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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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CK UP

거절을 당하는 것이나 하는 것이나 그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과 시간의 방'에 있지 않은 이상 예스맨이 되는 건 누구나 무리다.

하지만 거절이 매정하고 부정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한국 사회는 거절을 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피곤하다.

거절을 할 때 '저는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고 싶었지만'이라는 죄인 같은 표정으로 공손하게 굴지 않으면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는 때가 많다.

우리 아버지 대에 거절을 못해 친구 보증 서주다 말아먹은 집이 한둘인가. 예스맨은 남과의 관계는 원만해질지 몰라도 자신 혹은 가족의 속이 탄다. 게다가 오히려 미리 거절하지 못했다가 더 곤란해지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거절해야 하는 일은 단호하게 거절해야 장기적으로 너도 나도 편하다.

어차피 사회에 들어오는 취업 단계에서부터 우리는 수많은 거절을 기업으로부터 배우지 않았던가. 거절을 당했다고 앙심을 품는 상대방은 정상이 아니니 그것 또한 사람을 미리 알아보는 리트머스 시험지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