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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2일 05시 3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04일 14시 12분 KST

제품 정보의 과부하와 소비자의 선택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세탁 세제의 종류는 50~100가지이며, 대형마트에 진열되는 와인은 3천원부터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이르기까지 무려 180~500종에 이른다. 소비자에게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풍부한 제품 대안과 정보가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정보로 인하여 소비자는 선택과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많은 것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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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무얼 먹을까? 여자 친구에게 어떤 선물이 좋을까? 15년된 자동차를 바꿔야 하는데 이번에는 무슨 차를 살까? 소비자들은 소소하고 반복적인 일상사에서 인생에 단 한번뿐인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바야흐로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시장에는 매년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세탁 세제의 종류는 50~100가지이며, 연말 성수기에 대형마트에 진열되는 와인은 3천원부터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이르기까지 무려 180~500종에 이른다. 미국의 콜게이트 (Colgate) 치약과 크레스트 (Crest) 치약은 각각 그 종류만 25종과 27종에 이르며, 캠벨 스프는 53종이나 된다. 소비자에게 하루에 노출되는 광고의 개수가 많게는 4,000개나 된다. 인터넷 정보의 경우 2000년까지 누적된 인터넷 정보량은 약 20억 기가바이트이지만 최근엔 그 정도 양의 인터넷 정보가 단 하루만에 새롭게 만들어져 누적된다. 소비자에게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풍부한 제품 대안과 정보가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정보로 인하여 소비자는 선택과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많은 것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Is more better or worse)?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 이상의 정보는 소비자의 학습과 문제 해결을 오히려 방해하게 된다. (Jacoby, Speller, and Kohn, 1974). Lee와 Lee (2004)의 연구에서는 인터넷상에서 제시되는 제품 대안과 속성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의사 결정의 만족과 확신이 감소하고 기억오류가 증가된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소비자들은 누구나 수많은 제품 대안을 두고 불확실성과 혼란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일상 생활에서 최소 한두 번씩은 경험했을 것이다 (대형마트의 세제나 와인 진열대를 상상해 보라). 특정 제품을 선택했지만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다른 제품들이 매력적으로 눈에 들어 와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선택한 제품에 불만을 갖게 되기도 하고, 따라서 선택의 확신도 줄어들게 된다. 또한 많은 경우 소비자들은 선택을 유보하거나 원래 중요하게 생각했던 제품의 속성보다는 제품을 평가하기 쉬운 속성 (예, 구매시점에서의 광고, 사은품 증정, 할인율 등) 에 근거해서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그조차도 어려우면 판매원이나 다른 소비자의 의견과 추천에 전적으로 의지해서 제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기업은 국가간 시장 규제 완화와 글로벌화의 가속으로 시장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의 높아진 요구와 제품 선호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와 긍정적이고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들의 노력은 결국 소비자에게 과도한 선택 대안을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이러한 관행은 선택 대안은 많을수록 좋으며 다양한 제품 구색은 소비자 선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첫째,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제품 구색이 다양할수록 소비자의 선호와 선택 제품의 특성이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즉, 제품 대안이 많을수록 제품의 다양한 가치가 제공되고, 의사 결정에 더 융통성이 생겨서 소비자가 선택한 대안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동기론적 관점에 따르면 소비자는 다양성 추구의 동기가 있어서 더 많은 제품 구색을 선호한다. 사람들은 똑같은 대상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지루함을 느끼고 다른 대안을 찾는다. 한 소비자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25%가 항상 신제품을 찾는 만성적 다양성 추구자이며, 또 다른 25%는 특정 제품 범주에서 새로운 제품을 찾는 선택적 다양성 추구자라는 자료를 내놓고 있다 (Consumer Reports, 2014). 즉 소비자는 제품 구색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선택의 자유를 더 향유하게 되고 선택한 제품을 더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후속 연구들에서 제품 대안이 많다고 해서 늘 선택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선택 대안이 많으면 소비자의 인지적인 부담을 가중시켜 개별 대안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방해함으로써 잘못된 선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Iyengar와 Lepper (2000)는 선택 대안의 수가 많아질수록 만족스러운 특정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적어짐을 발견하였다. 이들의 연구 결과, 6개의 잼이 제시된 조건과 24개의 잼이 제시된 조건 중 6개의 잼이 제시된 전자의 경우가 잼의 구매도 많았고 만족도도 높았다. 또한 대안이 많아지면 각 대안의 선택 확률이 낮아지고 선택된 대안의 선호도 약화된다는 실증적 증거들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대안이 많아질수록 특정 대안의 선택 가능성과 대안의 선호 강도를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반된 결과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제품 다양성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을 평가하는 준거가 확실하거나 의사 결정의 단계가 최종 대안을 선택하는 단계가 아니라, 제품을 탐색하는 단계에서 소비자는 다양한 제품 구색을 더 선호하지만, 제품 선택 준거가 불확실하거나 최종 대안을 선택하는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다양한 제품 구색이 의사결정에 장애요인이 된다. 또 다른 요인으로 소비자의 해석수준에 따라서도 제품의 다양성에 대한 선호가 달라질 수 있다. 해석 수준 이론 (Construal level theory: Trope and Liberman, 2003)에 따르면, 어떤 사건이나 대상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에 따라 그 대상이나 사건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가 달라진다. 사람들은 가까운 미래의 사건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특성에 의해 해석하여 처리하지만 먼 미래의 사건은 목표등과 같은 추상적인 정보에 의해 해석한다. 여행을 예로 들어보자. 6개월 후 있을 여행은 여행의 목적, 즐거움 같은 추상적인 수준에서 지각되고 해석된다. 그러나 내일 떠나는 여행은 티켓, 행선지, 준비물 등과 같은 구체적이고 지엽적인 사항들에 의해 여행이라는 대상이 지각되고 해석된다. Goodman과 Malkoc (2012)은 가까운 미래 초점의 소비자는 제품 대안이 많은 매장을 선호하고 먼 미래 초점의 소비자는 제품 대안이 적은 매장을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대상을 '상위의 목표 수준에서 처리'하는 먼 미래 초점 소비자에게는 제품의 대안들이 목표에 적합하다면 서로 비슷하게 지각되어서 다양한 제품 구색의 이점이 없어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제품 대안이 적은 매장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제품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과연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은 가능할까? 소비자 심리 분야에서 수행된 실증 연구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선택 전략을 제안할 수 있겠다.

첫째,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중요한 속성에 초점을 맞춘다.

먼저 제품 대안 중에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속성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이를 넘지 못하는 제품들을 걸러내다. 이를 통과한 제품이 여전히 많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속성의 최저 수준을 적용하여 대안들을 다시 걸러낸다. 이런 방식으로 많은 대안들을 제거함으로써 정보 처리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남은 두세 개의 대안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평가해서 최종 선택을 한다.

둘째, 성급하게 결정해서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소비상황을 먼 미래의 관점에서 고려한다.

대상이나 사건을 먼 미래의 상황으로 해석한다면 제품 구매의 문제를 상위 수준의 목표에서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개별 제품의 세부적인 특성에 덜 얽매이거나 제품 정보의 과부하로 인한 인지적인 부담과 선택의 혼란을 덜 느끼게 될 것이다.

셋째, 제품의 종류가 적은 매장을 이용한다.

미국의 코스트코는 4,000종의 주력 제품만을 판매함으로써 소비자 선택의 불편과 어려움을 줄이고 판매 효과를 높이는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의 경우도 제품의 종류를 줄여 매장 운영을 최적화하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과 만족을 돕는 전략을 시행한 바 있다. 롯데마트는 판매하는 제품 수를 40,000여종에서 34,000여종으로 줄였으며, 이마트의 경우도 7만여 종에서 4만 5천여 종으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중앙일보, 2010).

넷째, 제품 사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나 전문가의 의견과 추천 제품을 참고한다.

소비자의 선택과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수많은 사이트와 온라인 앱들이 있다. 가격, 제조사, 인기 판매 순위별로 제품을 제시하는 온라인 사이트도 있고, 제품 사용 경험이나 의견, 추천 제품을 포함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운영하는 블로그 등도 다양하게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최종 선택과 의사결정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범람하는 제품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도 소비자의 일이다. 정보 과잉 시대에서의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화두다. 소비자심리학 연구자들의 행보가 더욱더 빨라져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Goodman, J. K., and Malkoc, S. A. (2012). Choosing here and now versus there and later: The moderating role of psychological distance on assortment size preference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4), 751-768

Iyengar, S. S., & Lepper, M. R. (2000). When choice is demotivating: can one desire too much of a good th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 (6), 995-1006.

Jacoby, J., Speller, D. E., & Kohn, C. A. (1974). Brand choice behavior as a function of information load.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11, 63-69.

Lee, B-K & Lee, W-N., (2004), The effect of information overload on consumer choice quality in an online environment. Psychology & Marketing, 21 (3), 159-183.

Trope, Y., and Liberman, N. (2003). Temporal construal. Psychological Review, 110 (3), 403-21.

* 이 글은 한국심리학회 웹진 PSY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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