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5년 04월 22일 12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22일 14시 12분 KST

500년 원시림 가리왕산의 울음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면서 가리왕산을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제119차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총회에서 평창이 러시아의 소치와의 경쟁에서 패하자 기다렸다는듯이 환경부와 산림청이 가리왕산을 생태경관 보호지역으로,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중복 지정하며 서로 경쟁하듯이 보전하겠다고 주장하였다. 이곳이 한반도 내에서 중요한 산림생태계라는 것을 국가기관에서도 인정한 것이다. 그후 우리나라 국민들은 동계올림픽에 대해 잊어버렸다. 그러나 그 당시 강원지사로 있던 김진선씨가 동계올림픽 3수를 선언하고 다시 레이스에 뛰어들어 2011년 기어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 이때부터 가리왕산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기획연재>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가 대안이다 (5) | 500년 원시림 가리왕산의 울음

가리왕산이 발가벗겨졌다. 작년 10월 고라니와 하늘다람쥐가 뛰어놀아야 하는 가리왕산 전 지역에 포크레인, 기계톱 소리와 나무 넘어가는 비명 소리가 한 달간 울린 후, 그곳에 있어야 할 가슴 높이의 들메나무, 왕사스레나무, 음나무 등이 뿌리만 패어 내팽개쳐져 있다.

그것도 일주일간의 스키 경기를 위하여.

그곳을 지켜야 할 법적 주인인 정부와 그곳에 살아온 지역주민들은 무엇이 그렇게 급해 자기의 터전을 내팽개치듯이 버렸을까?

가리왕산의 잘려나간 나무. (사진 녹색연합)

가리왕산 벌목현장. (사진 박용훈)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면서 가리왕산을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제119차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총회에서 평창이 러시아의 소치와의 경쟁에서 패하자 기다렸다는듯이 환경부와 산림청이 가리왕산을 생태경관 보호지역으로,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중복 지정하며 서로 경쟁하듯이 보전하겠다고 주장하였다. 이곳이 한반도 내에서 중요한 산림생태계라는 것을 국가기관에서도 인정한 것이다.

그후 우리나라 국민들은 동계올림픽에 대해 잊어버렸다. 그러나 그 당시 강원지사로 있던 김진선씨가 동계올림픽 3수를 선언하고 다시 레이스에 뛰어들어 2011년 기어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 이때부터 가리왕산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경기가 열리는 가리왕산은 주봉(1561m)과 중봉(1433m), 하봉(1380m)으로 이루어진 주능선과 마항치를 지나 중왕산(1376m), 청옥산(1255m)으로 이어지는 넓은 산계를 아우른다. 이곳은 조선 초 산삼봉산(山蔘封山)으로 지정돼, 백성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숲을 보호했다. 이렇게 어명으로 보호해온 산림 자원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전쟁물자로 이용하기 위해 금강소나무, 왕사스래나무, 음나무, 신갈나무, 들메나무 등 많은 큰 나무를 벌채하면서 크게 훼손됐다. 그후 많은 노력으로 현재와 같은 숲이 만들어졌고, 국가는 이 지역 1,980핵타르를 2008년 10월 23일 산림내 유전자와 종 및 산림생태계 보전 목적으로 지정 관리해왔다.

가리왕산은 우리나라 여타 산지와는 다른 독특한 토양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지역 지질은 산성퇴적암과 알카리퇴적암, 그리고 일부 변성편마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활강스키장 예정 지역인 중봉, 하봉은 전석(애추) 지역이 많은 곳으로 흙과 돌이나 바위가 서로 연결돼 식물의 뿌리를 지키고, 바위가 서로 엉켜 공기를 차단한다.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 여름에는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풍혈현상도 나타나 추운 지방에 사는 주목, 만년석송, 가래고사리, 눈측백나무 등 아한대성 식물종이 자라고 있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적색 목록에 속해 있는 주목이 세대별로 자라고 있는 곳이 바로 가리왕산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백산 주목군락은 노령 주목만 자라고 있으며 계방산, 덕유산, 오대산 등 대부분 고산지에 분포하는 주목도 큰 나무 일색이다. 제주도 한라산 성판악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곳에 중간 크기의 나무들이 있지만, 가리왕산처럼 어린 주목부터 청년주목, 장년주목, 노령주목까지 세대별로 나타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가리왕산의 주목. (사진 우이령사람들)

가리왕산의 들메나무. (사진 우이령사람들)

가리왕산의 숲은 생태적으로 다양한 서식형태를 가지고 있어 단일한 방식으로 쉽게 복원할 수 없다. <아바타>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Pandora행성의 숲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가리왕산의 숲의 모든 나무가 서로 의지하며 형성됐기 때문에, 그중 한 나무라도 베어지면 생명이 서로 연결돼 있는 모든 나무들이 영향을 받는다. 숲도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한 지역이 파괴되면 다른 지역도 영향을 받게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16일간 강원도 평창군, 강릉시 등에서 개최된다. 처음 개최지로 결정되었을 때 국민들은 강원도 도민을 축하하고 함께 열광하였다. 물론 필자도 기쁨의 축하를 마음속으로 보냈다. 그때만 해도 동계올림픽 종목에 무엇이 있는지, 또 어떤 종목이 자연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지 알지 못했다. 모든 국민이 단순히 기존에 있는 용평리조트나 무주리조트 등에서 경기를 치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가리왕산이 활강경기장의 후보지인지도 몰랐다. 또 유전자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된 그곳을 동계올림픽 지원특별법 하나로 무자비하게 벌채하며 모든 환경 관련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지도 몰랐다. 덕유산국립공원에서는 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 지원특별법 때문에 국립공원과 유전자원보호림이 해제되어 정상 부근에 넓게 자라던 수많은 주목과 구상나무를 옮겼다. 하지만 구상나무는 100%, 주목은 80%가 죽었으며 현재도 죽어간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자연자원은 우리 세대의 것이 아니라 잘 보존해서 미래 세대에게 상속을 해야 하는 재산이다. 가리왕산도 우리가 미래에 온전히 상속해야 할 자연자원이다. 가리왕산은 일제시대에 이어 다시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활강경기장으로 지정돼,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3km, 2km의 2개의 슬로프 만들고 곤돌라, 리프트 등 20여개의 부가시설을 지으려 한다. 이를 위해 수백년된 주목, 금강소나무, 가슴 높이까지 자란 지름 80-120cm의 음나무, 들메나무, 신갈나무, 가래나무 수백 그루가 잘려나갔다. 평창올림픽 조직위가 조사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가리왕산에서 가슴 높이 이상, 지름 20cm이상의 주요 활엽수 60,000 그루가 잘려나갔다. 일주일의 올림픽 활강경기를 위하여 이 많은 나무와 야생화들이 우리 국토에서 사라져간다는 것을 우리 후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동계올림픽 분산개최를 통해 활강 경기장을 기존 스키장이 있는 무주나 용평스키장으로 옮기고, 깎여나간 곳을 우리 손으로 하나하나 복원해가면서 가리왕산의 눈물을 닦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이 나 혼자만의 바람일까.

<기획연재>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가 대안이다

1회 : 국가체면 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고광헌 / 평창올림픽분산개최촉구시민모임 상임대표

2회 : 올림픽 경제효과의 진실

임정혁 / 스포츠칼럼니스트

3회 : 평창동계올림픽, 강원도 재정의 밑빠진 독

김상철 / 나라살림연구소

4회 : 여론조작, 왜곡된 의사결정

박지훈 / 변호사,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

5회 : 500년 원시림, 가리왕산의 울음

이병천 /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6회 : 어젠다 2020과 근대올림픽의 미래전망

정용철 / 서강대학교 교수

7회 :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와 방안

배보람 / 녹색연합 정책팀장

"평창동계올림픽분산개최를촉구하는시민모임"은 평창동계올림픽 및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반복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평창동계올림픽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위해 만들어진 시민모임입니다. 시민모임은 강원도 지역, 체육, 환경, 문화 시민단체 50여개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분산개최를촉구하는시민모임 후원계좌

하나 : 159-910003-63404 (문화연대)

* 후원금은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추진을 위한 시민모임의 활동에 사용됩니다.

[광고] 네스프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