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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08일 13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01일 14시 23분 KST

[허핑턴 인터뷰] 김상곤 "무상급식 중단, 예산 때문이 아니다"

1. 충암고 교감 "급식비 안 냈으면 밥 먹지 마"

2. 경남도, '종북세력'이 무상급식 중단 반대

'아이들 밥그릇'에서 시작해 보편복지와 선별복지로 이어지는 논쟁은 기시감을 준다. 우리는 수년 전 이미 이런 논쟁과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 무상급식에 대한 여론은 입증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하면서 일단락됐다.

지난 4월 1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중단한 '무상급식 지원'은 이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우여곡절 끝에 무상급식을 처음으로 광역단위에서 실시했던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만나 이 논쟁을 되짚어 봤다.

2010년 한나라당이 다수였던 경기도의회는 김 교육감의 무상급식 예산을 세 차례나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인터뷰는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김 전 교육감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퇴로 정리된 것 같았던 무상급식 논쟁이 최근 다시 불거졌다.

= 이건 퇴행적인 논쟁이다. 이미 선거를 통해서 국민적인 동의를 거친 것인데 다시 되돌리려는 것은 잘못된 판단에서 나온 큰 실수다.

아이들의 밥 그릇 문제를 정치,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안타깝다.

- 경기교육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다수였던 경기도의회가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당시 교육청은 어떤 논리를 펼쳤나.

= 이렇게 이야기했다. 국민들이 땀 흘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동안에 고속 성장을 했는데, 국민들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의무교육인데 급식을 무상으로 하는 건 필수적이지 않은가.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즐겁고 평등한 분위기를 만드는데도 급식은 필요하다.

그리고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민들의 안정적인 성장에도 기여한다.

- 2009년 경기교육감 선거에서 '초중고 단계적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최소한 경기도에선 무상급식 논쟁이 종결됐다고 보나.

=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본다. 초기엔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수당인 경기도의회가 세 번 정도 부결시켰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강하게 요구하면서 점차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는 계속 반대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 때 경기도의 31개 시군 후보들은 무상급식을 공약했다. 도의원 후보들도 당과 관련 없이 공약했다.

도지사는 반대했지만 기초지자체장은 지원한 것이다. 그러다가 작년에 남경필 도지사가 무상급식 지원을 시작했다. 이제 경기도에선 무상급식 논란은 일어나지 않는다.

남경필, "무상급식은 국민적 합의, 되돌려선 안돼"

- '선별적 급식 지원'을 주장하는 이들은 한정된 예산을 지적한다.

= 예산이 없는 게 아니다. 작년 말 경상남도와 18개 시군은 무상급식 지원예산을 배정했다.

그걸 예비비로 돌린 후 다시 '서민자녀 교육 지원'으로 돌린 거다. 무상급식 예산이 없는 게 아니라 무상급식을 끊겠다는 정책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게다가 경상남도의 수입과 지출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지수'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흑자로 예상된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평균이 89억원인데 경상남도는 1561억원이다.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에는 경남도비 257억 원과 시군비 336억 원 등 총 643억 원이 들어간다. 이 643억 원이 원래 무상급식 예산이었다. (미디어오늘 3월27일)"

- 홍 지사는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학교와 교육에 대한 홍 지사의 생각은 상당히 구시대적이다. 옛날 우리가 어렵게 살 때는 학교에서 지식을 어떻게 습득하느냐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젠 학교가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인성, 감성, 사회성도 함께 골고루 성장시키는 장소라는 게 현대 교육의 개념이다.

그래서 학교의 생활 자체가 큰 틀에서 공부고, 무상급식도 교육의 일부라고 하는 거다. 그걸 아직 모르는 것 같다.

- 대권행보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란 비판도 있다. 이미 올해 초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 무상급식도 그런 과정의 활용 대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무상급식이 가진 교육적인 의미, 우리 국가 발전 과정에서 의미로 따지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최근 경남도청이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본부'를 '종북좌파 정치집단'라고 비난했다. 아이들 복지와 관련된 무상급식에 '종북 이데올로기'를 연관 짓는다면 본인이 역풍을 받을 것이다.

- "눈칫밥을 주지말자. 차별 없는 교육환경을 만들자."는 주장은 대부분 동의하지만 당위적으로 들린다. 반면 "한정된 예산으로"로 시작하는 '선별적 복지' 주장은 상대적으로 현실적으로 들린다.

= '현실적'이라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어 보인다. '의무교육은 국가가 무상으로 한다'는 헌법 조문이 있고, 그래서 더더욱 한국의 사회 경제적 발전을 뒷받침하는 것은 교육이라고 누구나 말한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창의적, 자주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뭔가. 아이들이 아무런 눈치 보지 않고 차별 받지 않고 성장하는 게 국가가 해야 할 의무다. 의무교육 기간 동안 보편적 급식을 하는 게 기본아닌가.

- 그렇지만 예산이 없으면 못하는 것 아닌가.

= 예산은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 문제다. 4대강이나 토목 건축 이런 불요불급한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우선적으로 책정해야 하는 게 교육과 관련된 예산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무상급식을 못하는 게 아니다.

- 외국 사례는 어떤가.

= 국가적으로 무상급식을 하는 곳은 적고, 대개 지자체 수준에서 한다. 미국, 핀란드, 스웨덴도 지자체나 학교 별로 다르다.

우리도 정부가 아니라 지자체가 하는 거다. 그래서 지역 별로 무상급식을 하는 학생 비율이 다르다. 전북이 가장 높고, 대구와 울산 등이 낮은 편이다.

영국은 보수당 정부지만, 작년부터 국가적으로 초등학생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 홍 지사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 이들도 꽤 있다.

= 국민들이 무상급식을 이렇게 생각해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적 발전 동력은 교육에서 나온다. 교육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 미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담 공교육비 비중은 4.8%로 평균(5.4%)보다 낮다. 이런 정도로 정부가 교육에서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주면 좋겠다.

두 번째로 우리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자기 역할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교육은 계급계층을 이동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이 계급계층을 고착화하는 상황이다. 이걸 바꾸는 것을 필요하다고 모든 국민이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차별 받지 않고 대등하고 평등하게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앞의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수단으로서도 보편적인 복지가 필요하다. 무상급식뿐만 아니라 교복, 체험학습 등 학교 교육에 들어가는 건 모두 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

홍준표의 "학교에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러 가나"라는 말을 들었을 때 하고 싶었던 말인데, 너무 시간이 지났다. 그의 말처럼 학교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면 똥 싸러 가는 곳도 아니다. 학교에 화장실을 만들고 유지하는 비용 때문에 교육에 들어갈 예산이 줄어들었다. 그러니 학교 화장실을 유료화장실로 하고 저소득층 학생만 지원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최지용 on 2015년 3월 18일 수요일

교육감은 2009년부터 직접선거로 뽑지만, 성격상 교육행정가에 가깝다. 김 전 교육감은 2014년 경기도지사 출마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 추가로 그의 근황을 물었다.

- 지난해 7월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에서 낙마한 후 어떻게 지냈나.

= 헌법 공부를 시작했다. 헌법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전반적인 국가 구조를 규정한다.

정치인들이 헌법이 갖고 있는 가치와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국민들이 헌법이 제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누리지도 못하고 있다.

헌법 가치가 우리 국민의 삶의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는 정치를 펼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년 8월부터 혁신더하기연구소를 준비해서 지난 3월 25일 창립 심포지엄을 열었다.

- 왜 헌법인가.

= 우리 사회를 전반적으로 개혁, 혁신하고 어떤 면에선 혁명적으로 바꾸는데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 바로 헌법이다.

그동안의 헌법은 일반 국민들은 별로 의식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추상, 피상적인 수준이었다면 이걸 아주 구체화하고 삶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 개헌이 필요하다는 건가.

= 개헌까지도 포함하지만, 일단 헌법이 가지고 있는 가치, 삶의 지표를 출발점으로 삼자는 거다.

- 지금 상황에서 개헌은 어렵지 않나.

= 그렇다. 당장 개헌을 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다.

- 앞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4•29 재보선 성남 경선 출마를 요청했다. 왜 고사했나.

= 도지사 경선에서 실패했다. 정치인으로서 기초를 좀 더 닦아야겠다는 판단을 했고, 그래서 연구소를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생긴 재보선에 참석하는 것보다는, 연구소를 더 발전시켜서 내용을 채우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