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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08일 10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08일 14시 12분 KST

조희연과 표현의 자유 2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2심 선고공판을 봤다. 그 뒤 기사들을 보니 어딘가 부족하고 부정확했다. 판결은 조 교육감이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행위를 둘로 구분해, 하나는 무죄이고 하나는 유죄라고 했다. 대다수 기사는 '처음 의혹제기는 무죄이지만, 고 후보가 아니라고 한 뒤에도 의혹을 제기한 건 유죄'라는 식이었다. "첫 의혹 제기는 무죄로, 고 후보의 해명 이후에도 계속된 의혹 제기는 허위 사실 공표로 봐 유죄를 인정", "고 후보가 해명을 했는데도 조 교육감이 2차 발언을 한 것은 허위사실", "조 교육감이 기자회견 이후 라디오 방송 등에 나와 비슷한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선 유죄로 인정"....

이 표현대로라면 2심은 두 행위 모두 유죄로 본 1심과 본질적 차이가 없고, 비난 가능성만 줄여서 선고유예를 내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2심 판결문을 봤다. 역시 그게 아니었다. 먼저 첫번째 의혹제기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한 부분이다. 여러 정황을 볼 때, 의혹제기 행위에 '고승덕이 영주권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려고 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1심과 정반대다. 이건 고 후보가 영주권 보유 사실이 없다고 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판결문은 "(고 후보가)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고승덕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다시 객관적 자료 자체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유죄를 내린 부분은 질적으로 다른 거다. 조 교육감이 두번째 의혹제기 때, '고 후보가 공천 탈락 뒤 자신은 영주권이 있으니 미국 가 살면 된다고 지인들에게 말하고 다녔다는 다수의 제보가 있다'고 말한 대목이다. 이건 다른 사실을 제시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 사실은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암시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충분한 확인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그게 부족해서 유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도 기본적으로는 후보 검증 과정에서 벌어졌고 무분별한 의혹제기나 일방적 흑색선전으로 보기 힘들다며 선고유예를 내렸다.

'의혹제기가 유죄인데, 한번 한 건 봐줄 만하니까 그걸 무죄로 해서 선고유예'가 아니라 '의혹제기는 무죄이고 그 과정에서 나온 일부 발언만 유죄여서 선고유예'라는 거다. 이 판결은 몇몇 언론의 비난처럼 '조희연 봐주기'인지 아닌지 이전에, 앞으로 선거문화를 바꿀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피고인은 '고승덕이 영주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단정적으로 공표한 것이 아니라, '의혹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사실대로 밝히라'는 해명 요구를 했다. 피고인이 1차 공표 당시 반대사실의 존재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사안에서 허위의 미필적 인식이 있다고 쉽게 인정한다면, 합리적인 추측에 기반을 둔 의혹제기 자체가 봉쇄될 위험성이 있다."

1심 판결 뒤 이 난에 내가 피고인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하면서 이렇게 썼다. "사건을 재구성해 보자. 이름난 탐사보도 전문 기자가 상대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트위터에 올려 빠르게 퍼진다. ... 실제로 상대 후보는 미국 영주권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영주권이 있음을 당사자 아닌 제3자가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 가만히 있는 게 능사일까? 후보 검증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하면 안 될까? (1심) 판결문의 답은 '노'였다."

같은 질문에 대한 2심 재판부의 답은, 조 교육감에 대한 유죄 판결과 관계없이, 정확하게 '예스'인 거다. 여기에 주목한 기사는 드물었다. 이 차이가, 조 교육감이 당선무효 되느냐 마느냐보다 덜 중요한 건가?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