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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31일 04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02일 14시 12분 KST

(덜) 친절한 '등기안내'씨

신청서류 양식을 내려받으려고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누리집에 들어갔다. 검색창에 '전세권 설정 등기' 하고 쳤더니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단어를 몇차례 바꿔 쳐봐도 안 나왔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이러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지금이라도 법무사 시킬까.... 이러면 안 된다. 이런 일 할 때야말로 중요한 태도가 '하면 된다'는 정신이다. 마음 다잡고 '전세권설정등기'를 다 붙여서 쳤더니 양식이 나타났다. 검색어를 띄어 쓰지 말라는 안내글이라도 올려놓을 것이지....

Shutterstock / alphaspirit

프리랜서를 하니까 전에 안 하던 일을 하게 된다. 시간 조절이 가능하니까 돈 주고 남 시킬 일을 직접 하곤 하는데, 그중 가장 큰일이 얼마 전에 한 전세권 설정 등기였다. 전세보증금이 다른 채권에 밀려 떼이지 않도록 등기를 하는 건데, 이런저런 비용 30여만원에 법무사를 시키면 22만원이 더 들었다. 직접 해보자! 시간이 걸리면 어떠냐.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게 하는 한 중요한 요소이기도 할 거다.

'전세권 설정 등기 신청'이라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등기소 가기 전에 구청 가라, 은행 가라, 이 서류 준비해라, 저 서류 준비해라 여러 가지로 복잡했다. 또 '등록면허세' '등기신청수수료' '법원행정처장이 정한 수납 금융기관' 등 모르는 말이 수두룩했다. 그렇겠지. 법무사들 돈 벌게 하려고 복잡하게 해놨겠지. 그렇다고 여기서 질 수는 없지. 쫄지 말자.

신청서류 양식을 내려받으려고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누리집에 들어갔다. 검색창에 '전세권 설정 등기' 하고 쳤더니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단어를 몇차례 바꿔 쳐봐도 안 나왔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이러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지금이라도 법무사 시킬까.... 이러면 안 된다. 이런 일 할 때야말로 중요한 태도가 '하면 된다'는 정신이다. 마음 다잡고 '전세권설정등기'를 다 붙여서 쳤더니 양식이 나타났다. 검색어를 띄어 쓰지 말라는 안내글이라도 올려놓을 것이지....

전세권 설정 등기 신청서 양식을 다운받았더니 등기 신청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었다. 생각보다 잘 돼 있었다. 몇 차례 읽고 나서 집주인의 인감도장을 받아야 할 서류(전세권 설정 등기 신청서, 위임장)들을 작성한 뒤 집주인에게 넘겼다. 며칠 뒤 이 서류들과 부동산 등기필증을 건네받아 집을 나섰다. 머릿속에 동선을 그려봤다. 먼저, 구청에 가서 '등록면허세' 고지서를 발부받는다. 구청에서 내 주민등록등본도 한 통 뗀다. 구청 옆 은행에 가서 등록면허세를 내고 영수증을 받는다.

여기까지는 쉬웠다. 실제로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헤맨 게, 등기신청수수료였다. 안내문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법원행정처장이 지정하는 수납금융기관 또는 신청수수료 납부기능이 있는 무인발급기에 현금으로 납부한 후 발급받은 등기신청수수료 영수필확인서를 첨부합니다." 그런데 '법원행정처장이 정한 수납금융기관'이 어딘지 알 도리가 없었다. 인터넷에 쳐도 안 나오고, 구청 근처 은행에서 등록면허세 내면서 물어보니 옆 은행에 가보라고 해서 갔다. "등기 신청할 때 돈 내는 거 이 은행에서 담당한다고 해서...." "아, 수입증지 사시려고요? 금액은요?" "근데 수입증지가 맞나요?"

직원도 나도 확신이 없었다. 결국 몇번 더 왔다갔다할 각오를 하고 등기소로 갔다. 등기소 직원이 친절했다. 내가 준비해 간 서류들을 훑어보면서 빈칸은 자기가 써넣겠다며 편철을 했다. "등기신청 수수료는 어디다 내나요?" "저기에 1만5000원 넣고 영수증 받아오세요." 창구 바로 앞에 무인발급기가 있었다. 더 이상 발품 팔 일 없이 그날 접수를 마치고 나오면서 생각했다. 안내문을 조금 더 쉽고 친절하게 쓰면 안 되나.

이 글 쓰기 전에 인터넷등기소에 전화를 해보고서야 알았다. 안내문에서 말하는 '법원행정처장이 정하는 수납금융기관'이 신한, 우리, 전북은행과 농협, 네 곳이라는 걸. 또 지난해에 등기수입증지가 사라져 현금 납부를 해야 하는데, 이 네 금융기관이라고 해도 등기소 근처에 있지 않으면 직원이 그런 제도를 잘 모를 수 있다는 걸. 그러니 안내문에 무인발급기가 등기소에 있으니 등기소 와서 내면 된다고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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