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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20일 10시 3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21일 14시 12분 KST

야동, '국산'은 스킵하자

darksite via Getty Images

야동. 이거 요즘은 구하기 참 쉽지. 그런데 학력고사 세대인 형이 사춘기 때 야동을 입수한다는 것은 굉장한 위험과 함께 엄청난 수고를 해야만 했어. 일단 야동을 보기 위해선 비디오테이프와 비디오카세트플레이어가 있어야만 했어.

아 먼저 비디오테이프가 어떤 물건인지 설명을 해야 하겠군. 이 물건은 일종의 아날로그형 USB 메모리라고 보면 돼. 데이터를 IC회로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검지손가락 굵기의 자성을 띈 검정색 비닐테이프에 기록을 해서 보관하는 거지. 흔히 볼 수 있는 있는 스카치테이프 뭉텅이 같은 것 두 개가 책 한 권 정도의 크기의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다고 보면 될 거야. 저장 시간은 약 60분에서 180분. 그런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복사를 여러 번 할수록 화질이 나빠지는 단점이 있었지. 아날로그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여러 친구들의 손을 타고 돌아온 테이프일수록 야동 속 인물 얼굴이 점점 잘 안 보이게 되는 거야. 생각해봐. 이거 끝내주는 거라며 친구가 야동 파일을 보내줬는데 뿌옇고 잘 안 보여. 이거 얼마나 열 받겠어.

그리고 이것보다 중요한 게 바로 비디오카세트테이프레코더 줄여서 VTR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비디오테이프를 '삽입'하면 금속으로 만들어진 헤드가 테이프의 자성물질에 기록된 데이터를 읽어내서 TV화면에 뿌려 주는 거지. 그런데 이게 TV와 쌍으로 붙어있는 경우가 많았어. 그리고 지금도 그렇지만 TV는 거실에 있잖아. 즉 야동을 본다는 것은 지금처럼 자기방에서 컴퓨터로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정확하고 믿을 만한 영상소스를 미리 입수하고, 부모님의 손길과 눈길이 닿지 않는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에 엄폐보관을 한 후 부모님의 동문모임 참석 등 집을 비우는 시간을 철저히 계산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이었어. 가히 미션 임파서블을 방불케 하는 정보수집과 은밀하고 결단력 있는 행동이 필요하지.

그것뿐만이 아냐. 비디오테이프는 모터로 구동되는 즉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끔 고장 나는 경우가 있어. 최악의 경우는 그거야 테이프가 플레이어 안에 끼어서 안 나오는 상황! 아무리 '꺼냄' 버튼을 눌러도 찌익 찌이잉 소리가 몇 번 나다가 아예 입구에 덜커덕 걸려서 'PENT HOUSE'라는 선명한 로고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을 땐 정말 비둘기호를 타고 가출하고 싶을 정도였어. 당시 국산 비디오카세트테이프레코더의 조악한 품질 때문에 아들이 성에 한창 관심이 많은 사춘기라는 것을 강제로 노출당한 10대들이 참 많았단다.

porno tape

형이 야동 본 이야기가 꽤 길어졌다. 형이 선캄브리아기 때 이야기를 한 이유는 우리 때나 너희들 때나 야한 동영상처럼 남자들의 동공을 크게 만드는 영상이 따로 없었다는 거야.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해봤니? 왜 남자들은 야동을 좋아할까? 여자들이 이뻐서? 정품영상에서 볼 수 없는 결정적 장면이 많기 때문에? 난 중간과정의 '생략'이 있기 때문이라고 봐.

어떤 일이 일어나기 위해선 세 가지 요소가 있어. 바로 사람, 시간, 장소지. 섹스도 마찬가지야. 일단 사람이 있어야 해. 혼자선 당연히 불가능하고 최소 두 명이 있어야겠지. 그리고 같은 장소에 동일한 시간에 존재해 있어야 해. 원래 이 작업은 굉장히 복잡하고 정성스러우면서도 고단한 노동을 수반해. 야생의 세계에 사는 동물들도 한 번의 짝짓기를 위해서 특히 수컷들이 많은 노력을 하지.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은 천적에게 사냥감이 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암컷 눈에 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상징이야. 복어 같은 어류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 자기 배로 모래 바닥을 찍어서 동그랗게 자국을 만드는 거야. 왜 이런 짓을 하냐 하면 이렇게 해서 지나가는 암컷들의 시선을 받겠다는 거지. 동물이 이런데 사람은 얼마나 더 힘들고 복잡할까.

그런데 포르노 즉 '야동'은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된 채 '그 장면'만 보여주니까 재밌는 거야. 만약 어떤 야동이 현실주의에 입각해서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밀고 당기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마음을 열어서 관계 직전까지 가는 과정을 85분 동안 보여주고 그 장면은 딱 5분만(형 말 믿어, 대개 5분이면 끝난다) 보여준다면 과연 '야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 생략과 과장은 야동뿐만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을 토대로 한 모든 소설, 영화, 연극이라면 당연한 거야. 지구를 반대로 자전시켜서 시간을 되돌리는 슈퍼맨이라든가 거미에 물렸다고 초능력이 생긴 스파이더맨, 방사능 오염으로 거대화된 고질라 등등. 이런 생략과 과장이 없다면 재미 자체가 없겠지.

형은 야동을 중학생 때 처음 봤고 요즘도 가끔 봐. 왜냐면 재밌거든. 그리고 '신기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인데 뭐랄까 동네 헬스클럽에서 깔짝 깔짝 아령 들고 운동하는데 어쩌다가 UFC 파이터들의 훈련모습을 보고 입이 벌어지는 뭐 이런 느낌이라고 하면 될 거야.

자 이제부터 핵심 들어간다. 집중 좀 해 봐. 야동을 보더라도 몇 가지만 생각해줬으면 해. 먼저 아까 말한 생략과 과장이야. 야동은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드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주소비층인 남성의 욕망을 철저하게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만들어졌어. 그러다 보니 성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의 '동의'라는 부분을 대충 얼버무리거나 심지어 강제로 성폭행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지. 이건 영상물 내에선 못된 판타지이며 현실에선 명백한 범죄임을 염두에 두어야 해. 특히 우리나라는 야동뿐만 아니라 TV드라마에서도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이 분명히 거부의사를 표현했음에도 거칠게 끌어안거나 강제로 키스하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는데 아냐 절대 그래선 안 되는 거야. 이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짓밟는 것이고 엄청난 범죄이기도 해.

자 그래서 형이 아주 중요한 문장을 알려줄게. 이 문장은 한순간의 어쭙잖은 쾌락 때문에 교도소에 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죄책감의 감옥에 수감될 일을 막아줄 거야. "정말 해도 돼? 너도 하고 싶은 거 맞지?" 한 번 더 물어봐. "정말 해도 돼?" 꼭 외워두었다가 나중에 어른 돼서 할 일 있으면 꼭 물어보고 동의를 구하도록 해. 물론 "No"라는 물 묻은 손으로 고압선 만지는 하늘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더라도 주저 없이 퇴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야.

또한 콘돔 사용도 필수. 콘돔은 상대방을 구하고 너를 구하고 각자 부모님의 인생을 구할 것이야. 제발 꼭 콘돔 쓰자.

또 하나 말하자면 야동이라도 '몰카'는 보지 말자는 거야. 즉 국산은 스킵하자는 거지. 미국이나 일본은 포르노가 합법인 나라여서 일반적인 영상물 제작할 때처럼 모두 자신들의 동의하에 출연을 하며 일정한 급여를 지급 받지. 물론 여기에도 모델촬영인지 알고 따라갔다가 사기,기만에 의해서 찍었다거나 한 번 포르노에 출연을 하면 일종의 주홍글씨 낙인 때문에 다른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거나 하는 맹점은 있지만 최소한 선진국들은 겉으로라도 법과 제도하에서 이 산업을 규제, 감독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포르노가 불법이고 따라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취할 수 없어. 이렇다 보니 흔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국산'은 몰카 또는 '리벤지 포르노'가 대부분이야. 비정상적인 변태성욕을 가진 이가 몰래 촬영한 내용을 올리거나 또는 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거나 협박하기 위해서 세상에 뿌린 것이지. 전자 후자 모두 범죄지만 특히 후자 리벤지 포르노, 익숙한 한국식 가정집이나 모텔을 배경으로 한국 사람이 나오고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얼핏 더 흥미가 당길 수도 있어. 그런데 생각해봐. 그 영상은 야동의 껍데기만 뒤집어썼을 뿐이지 실제로는 어느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멸시키겠다는 저주를 가득 담은 아주 강한 염산 같은 거라고. 유포자 자신도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각오한 무시무시한 염산이 드럼통으로 한 가득이야. 그걸 보면서 성욕을 느끼기엔 우리 호르몬이 너무 아깝지 않나 싶네. 차라리 정품 해외 야동을 보자. 이왕 볼 거면 정품 보자고. 국산은 보지도 말고 그냥 지우자.

사회생활하다 보면 여기저기 남자들만의 단톡방이 만들어지고 이런 동영상이 공유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이건 아니죠'라고 선비질 좀 하거나 방에서 빠져나와. 혹시나 만약에라도 너의 지인, 친구, 실친, 페친, 트친,인친, 카스 친구 어떤 범주에 속하는 인간이라도 야동을 직접 찍어서 히히덕거리면서 너에게 보냈다면 주저 없이 불러내서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주고 차단해 버려. 괜찮다. 그런 놈 하나쯤은 너의 인생 '아는 사람' 목록에서 사라져도 손해 볼 거 하나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