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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24일 11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24일 14시 12분 KST

존 헨리와 이세돌 9단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서머스카운티의 탤컷에는 해머를 들고 있는 존 헨리의 동상이 있다. 1872년 완공된 탤컷의 빅벤드 터널 공사에 증기드릴이 사용되자, 가장 힘센 철도노동자 존 헨리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증기드릴과 대결을 벌인다. 하루 넘게 걸린 터널 뚫기 대결에서 존 헨리는 간발의 차로 승리를 거뒀으나 숨지고 만다. 쉬지 못한 채 너무 힘을 쏟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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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서머스카운티의 탤컷 타운에 세워진 존 헨리의 동상.

 기계와의 힘겨루기는 지적 영역으로 확대됐다. 컴퓨터 딥블루는 1997년 체스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에게 승리했고 2011년엔 왓슨이 퀴즈쇼의 최다 우승자 켄 제닝스를 꺾었다. 바둑 한 판은 경우의 수가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많아, 슈퍼컴퓨터도 프로기사를 상대할 수 없다고 여겨졌다. 존 헨리처럼 "기계는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자부해온 사람의 마지막 영역이었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을 5전승으로 꺾고, 세계바둑의 최강자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3월9일부터 2500년 바둑 역사상 가장 주목받는 대국이 5차례 펼쳐진다. 이 9단은 "이번에는 4-1이나 5-0으로 내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한시적인 자신감이다.

 멀리 보면 승부는 결정된 셈이다. 카스파로프는 1996년까지 딥블루를 상대로 거듭 승리했지만 그 전적은 의미없다. 그는 컴퓨터에 패한 인간 체스챔피언일 따름이다. 체스의 인기도 함께 몰락했다. 기계와의 대결은 한번 지면 리턴매치가 무의미하다. 이 9단이 이번에 알파고에게 승리하고 그 뒤 기계에 무너진 호모사피엔스의 대표로 기록되길 바라는 서글픈 처지다. 인간 최후의 영역이라는 분야까지 인공지능에 압도당하는 상황에서 사람의 일은 무엇인지, 사람이 기계와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인지를 물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