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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26일 10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6일 14시 12분 KST

데이비드 보위가 알려준 '존엄한 죽음'

esquire russia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웰다잉법'이 통과돼 2년 뒤 시행된다. 존엄한 삶은 존엄한 죽음을 요청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1위'는 한국인의 삶이 존엄함과 대척점에 있음을 말해준다. 벨기에·네덜란드에선 안락사와 존엄사를 허용하고 스위스 안락사 전문 병원엔 존엄한 죽음을 택하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조력 자살'로 불리는 안락사와 존엄사는 논쟁이 치열하지만,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숨진 영국 팝가수 데이비드 보위는 존엄사의 새 조건을 알려준다. 18개월 동안 암 투병을 해왔지만, 이튿날 가족이 사망 사실을 알리기까지 아무도 세계적 뮤지션의 건강 상태에 대해 발설하지 않았다. 보위는 숨지기 이틀 전 69살 생일을 기념한 새 앨범 <블랙스타>를 발표했다. 보위는 충격에 빠진 전세계 음악팬들의 추모를 받으며 자신이 바라던 방식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개인정보를 자산으로 삼는 구글,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유명인의 프라이버시는 더더욱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프라이버시는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보위의 이별 방식은 프라이버시 소멸 시대에 어떻게 존엄함을 지킬 수 있는가를 알려준다. 가족과 친지, 의료진은 물론이고 마지막 활동 과정에서 만난 음반제작자, 영화인, 사업가 등 숱한 사람들 중 누구도 보위의 건강 상태를 누설하지 않은 덕분이다. 프라이버시 소멸 시대의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1년 병세가 악화한 스티브 잡스는 건강 상태를 공개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았다. 잡스는 병가를 떠나며 "나와 내 가족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받기를 간곡히 희망한다"고 요청했고, 이후 춤추던 루머성 보도도 사라졌다. 프라이버시는 모두의 협조가 필요한 가치이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프라이버시 요청과 보호라는 새 과제가 던져졌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