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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05일 10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05일 14시 12분 KST

나이들수록 시간은 왜 더 빨리 흐르는가

한 해를 보내고 맞는 이즈음에는 시간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진다. 나이든 사람들은 한해가 지나가는 속도가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며 한탄한다. 어른이 되길 고대하던 10대 땐 시속 10㎞이던 속도가, 40대엔 40㎞, 60대엔 60㎞로 빨라진다는 넋두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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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고 맞는 이즈음에는 시간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진다. 나이 든 사람들은 한해가 지나가는 속도가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며 한탄한다. 어른이 되길 고대하던 10대 땐 시속 10㎞이던 속도가, 40대엔 40㎞, 60대엔 60㎞로 빨라진다는 넋두리도 나온다.

무한한 흐름의 연속인 시간을 인위적으로 구분하고 계량화한 이후 인류는 더 시간을 의식하게 됐다. 아이작 뉴턴이 공간과 시간을 실재하는 실체로 규정한 것은 근대 과학의 출발점이다. 측정되는 과학의 시간은 균일하지만, 우리가 지각하는 시간은 그 속도가 주관적이다. <시경>에는 15분가량의 시간이 3년과 같다는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는 표현이 있다.

왜 나이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19세기의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는 1년이란 세월이 10살에겐 인생의 10분의 1로 지각되지만, 50살에겐 50분의 1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다우어 드라이스마는 2001년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를 펴내 궁금증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내놓았다. 시간의 속도가 달리 느껴지는 건 기억을 통해 시간을 인지하는 데서 비롯한다. 과거를 돌아볼 때 망원경으로 멀리 있는 것을 보는 것처럼 사건들이 가깝게 보이기 때문에 시간적 거리가 짧아져 보이는 것을 '망원경 효과'라고 부른다. 나이를 많이 먹어도 청춘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현상은 인생의 주요 사건들이 그 시기에 집중된 탓에 생기는 '회상 효과'다. 성년, 진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등 처음으로 겪는 기억이 강렬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리학적 연구는 나이가 들수록 생체시계가 느려져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슈피겔> 편집장 출신의 독일 과학저술가 슈테판 클라인은 <시간의 놀라운 발견>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시간과는 별관계가 없으며,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시간의 속도에 대한 주관적 느낌은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차원을 맞게 됐다.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강력한 시간 절약 도구를 손에 늘 쥐고 사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인터넷·이메일 덕분에 우체국을 찾을 일도, 사전을 찾거나 줄을 설 필요도 없어졌다. 유례없이 강력한 시간절약 도구를 지녔지만, 시간은 더 없어진 느낌이다. 현대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 수행을 요구받으며 쫓기는 삶을 <워싱턴포스트> 기자 브리짓 슐트는 <타임푸어>에서 고발했다.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시간 부족은 심화된다. 1970년대 스웨덴 통상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스타판 린데르는 "현대사회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구매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시간 기근' 현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2011년 미국 갤럽은 "미국인들은 점점 더 부유해질수록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인포메이션><카오스>의 저자인 미국의 과학저술가 제임스 글릭은 현대인이 '빨리빨리 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더 많은 시간절약 도구와 전략을 장만할수록 더욱 시간에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세상은 심심하고 한가할 틈을 허락하지 않고 더 많은 시간 일과 오락을 가능하게 한다. 늘 바빴지만 한 해를 돌아보면 뭘 하느라 바빴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날마다 텔레비전을 보느라 저녁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지만 나중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현상을 '텔레비전 패러독스'라고 한다. 소셜미디어와 이메일의 알림은 조작할 시간을 아껴주는 것 같지만, 사용자의 시간을 빼앗는 서비스다. 시간절약 도구의 역설적 진실이다.

시간절약 디지털 도구에 의존하는 대신, 한정된 나의 주의력을 어디에 기울일지를 따져보는 게 우선이다. 스마트폰의 푸시와 알림을 끄는 게, 내 시간을 되찾아오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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