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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1일 12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31일 14시 12분 KST

메뉴가 늘어나면, 더 행복해질까?

gettyimagesbank

디지털 기술은 휴가지 풍경과 여행자의 휴대품도 계속 바꾸고 있다. 지난해 말엔 셀카봉이 '올해의 발명품'으로 인기를 끌더니 이내 유행이 지나갔다. 최근 스키장이나 관광지에서는 고프로와 드론 촬영, 그리고 360도 카메라를 이용한 역동적 동영상을 담는 게 유행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선보인 360도 동영상의 신기함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소셜미디어에는 자신의 모습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해 올린 이들이 적지 않다. 사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시야를 만나게 해주는 신기술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으로도 해상도 높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좀더 특별한 사진을 위해서 다양한 기기 앞에서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게 만든다.

 통신과 검색을 넘어 우리가 기억을 의존하는 '제3의 두뇌'가 된 스마트폰은 으뜸 가는 여행 필수품이다. 로밍 서비스는 초기에 국외 출장을 떠나는 이들의 업무용이었는데, 이제는 많은 해외 여행자들의 필수아이템이 됐다. 최신 디지털 기술은 여행자들에게 도구와 휴대품의 변화를 넘어, 여행 경험 자체를 달라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각각 제주도와 유럽을 여행하고 온 두 사람의 지인을 만났는데, 서로 비슷한 여행담을 들었다. 여행지에 가서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로 연결되어 있는 탓에 멀리 떠났지만 떠나온 것 같지 않았으며 평소처럼 지인들과 소통하며 지냈다는 얘기는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었다.

 제주도를 다녀온 친구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강박감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여행을 앞두고 미리 여행정보를 알아보고 여정을 짰는데, 이번에는 "현지에서 검색해서 해결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고 별 준비없이 가볍게 길을 나섰다고 말했다. 그런데 제주로 가는 길과 현지에서 검색을 통해 접하게 된 정보가 너무 많아,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려웠다는 얘기였다. 그는 모처럼 여행인 만큼 '꼭 찾아야 할 맛집'과 '꼭 가봐야 할 명소'를 주로 가보려 했는데 왜 그리 맛집과 명소가 많은지 선택하느라 고민스러웠다고 '강박감'의 정체를 설명했다.

 유럽을 여행하고 온 지인은 멀리 떠난 여행이지만 여행지의 세세한 사정과 특성에 대해 미리 너무 많은 정보를 알고 간 것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먼저 여행한 사람들이 소개한 이름난 관광지와 맛집을 따라 가서 남들처럼 멋진 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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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화로 편리한 도구를 지니고 많은 정보를 얻게 됐지만, 쏟아져오는 정보와 기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많은 정보가 오히려 부담스러워지는 '선택의 역설'을 만나게 되는 상황이다. <선택의 역설> 저자인 미국 스와스모어대학 심리학 교수 배리 슈워츠는 유명한 '잼 고르기' 실험을 통해, 선택할 것이 많으면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워지는 현상을 설명해냈다. 슈워츠는 사람들이 선택 앞에서 보이는 성향을 기준으로 사람을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극대화 지향(Maximizer)'은 '최상의 선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더 나은 것이 없는지, 지금 선택이 최선인지 고르고 또 고른다. 다른 한 부류는 '만족 지향(Satisficer)'의 사람이다. 이들은 선택 상황에서 최소한의 필요 기준이 충족되면 재빨리 결정하는 유형이다. 우리에게는 더 똑똑하고 더 경제적인 선택을 위해 점점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진다. 미리 스스로의 원칙이 없다면, 어쩌면 즐거움을 위한 선택도 미련과 후회를 남기는 복잡한 의무가 될 수 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