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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8일 11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8일 14시 12분 KST

자율주행차량의 진짜 과제

Autoblog Quebec

자율주행차가 다가오고 있다. 구글 자율주행차는 160만㎞ 무사고 주행에 성공했고, 유수의 자동차업체들이 앞다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11월22일 서울 도심에서 3㎞를 시범주행했다. 구글은 2020년까지 면허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물론 사회구조를 바꿀 파괴적 기술이다. 자동차 핵심 기술이 기계공학과 에너지 기술에서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로 바뀌게 된다. 일본의 자동차회사 도요타는 내년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연구소(TRI)를 설립해 5년간 10억달러(1조16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기술 경쟁의 패러다임도 바뀌어 전혀 생각지 않던 사고를 해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주행하려면 기술적 과제를 넘어 윤리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산업과 기술이 고민하지 않아온 영역이다.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 무단횡단자를 칠 것인가, 핸들을 틀어 방호벽을 들이받고 운전자와 차량의 피해를 선택할 것인가'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헬멧을 안 쓴 오토바이 운전자 대신 헬멧을 쓴 운전자와 충돌해 사망사고를 피할 것인가'와 같은 철학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1967년 영국의 철학자 필리파 풋(Philippa Foot)이 제기한 윤리학의 사고실험으로, 흔히 '전차 문제(Trolley Problem)'로 불리는 딜레마 상황과 유사하다. 이제껏 이런 유형의 질문은 결과주의를 다루는 윤리학적 사고실험에 불과했으나, 앞으로는 우리가 자율주행차량의 알고리즘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현실의 문제가 되게 된다. 인간 운전자는 고민할 필요 없었고, 운전자의 선택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해도 무작위와 무지의 그늘에 덮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것을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판단해야 하는 자율주행 차량의 경우에는 다르다. 각 업체의 자율주행 차량이 과시하는 잇단 기술적 성취는 몇 년 안에 합리적 가격대의 자율주행 차량이 등장할 것처럼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그 차가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기술과 가격 너머에 있는 '진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도로 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숱한 상황의 처리에 대한 사회적·윤리적 해결방안이다.

 

다임러벤츠재단은 무인자동차가 사회에 끼칠 영향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의 안전성을 위한 연구에 1000만달러를 지원한다. 구글 자율주행차 연구를 주도하는 크리스 엄슨은 "실제 운전상황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0.001% 경우까지 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의 위험'을 경고하는 스티븐 호킹이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은 인공지능 윤리 전문가와 지원금이 집중되며 새로운 기술의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도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 뛰어들려면 무인주행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해야 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