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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0일 11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20일 14시 12분 KST

캐나다 엔지니어들은 왜 강철반지를 낄까

위키피디아

 

 미국의 비정부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재단 펠로인 데이비드 아워백(David Auerbach)은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는데,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특정한 결정이 왜 이뤄지는가보다는 알고리즘이 돈을 버는가가 중요하다"고 <슬레이트>에서 술회했다. 최근 폴크스바겐의 배기시스템 조작사기극에도 알고리즘이 동원됐다. 소프트웨어가 모든 걸 먹어치우는 세상에서 알고리즘의 사회적 영향은 커져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블랙박스에 담겨 있어 그 구조와 작동방식이 드러나지 않는다.

 조지아공대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 교수는 소프트웨어가 토목이나 도시설계, 건축처럼 사회기반시설과 유사한 공공성을 지닌 영역이 되고 있지만 직업윤리적 접근은 박약한 상태라고 <애틀랙틱> 최근호에서 말했다. (Programmers: Stop Calling Yourselves Engineers) 공공시설이나 사회간접자본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은 자격증과 인허가를 필요로 한다. 무자격자가 함부로 시공하다가 잘못될 경우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설계, 시공, 준공 단계에서 감리와 인가를 받아야 한다.

 사람들이 실제 이용하기 전 단계에서 안전점검과 평가가 이뤄지는 공공시설과 달리 소프트웨어는 미완성인 채로 출시되는 특성이 있다. 출시 이후 업그레이드와 패치를 통해서 수시로 수정·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페이스북의 "빠르게 움직여 혁신을 꾀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라는 모토다. 정보기술기업들은 교량이나 댐처럼 거대 건축물의 설계 시공 엔지니어들이 사전에 무결성과 안전성을 중시하는 작업 문화와 다르다.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다. 빨리 시장에 내보내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그를 반영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정보기술 서비스 경쟁에서 속도전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캐나다 엔지니어들은 왼손 새끼손가락에 강철반지를 끼고 다닌다. 공대를 졸업할 때 '엔지니어의 소명식'을 열어 선배들이 반지를 끼워주는 의식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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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백주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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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퀘백교 붕괴. ©위키피디아

1917년 준공된 퀘백교는 퀘백주 세인트로렌스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987m, 교각간의 거리 549m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다리의 하나로 꼽히는 건축물이다. 하지만 퀘백교는 건설 도중 두 차례나 붕괴사고를 겪으며 88명의 사망자를 낸, 아픈 역사를 지닌 다리이기도 하다. 첫 번째 붕괴사고는 1907년 다리 건설 도중 붕괴사고로 노동자 75명이 숨졌다. 이를 계기로, 엔지니어들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각성하는 의례를 만들고 그 징표로 삼은 게 강철반지다. 새끼손가락에 낀 강철반지는 각진 모서리들로 이뤄져 있어, 작업대나 설계도면에서 자그마한 마찰을 일으킨다. 그 마찰을 통해서 엔지니어가 기술의 힘과 영향에 대한 책임을 잊지 말자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기술의 영향력과 그에 대한 의존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졌지만, 그에 대한 개발자와 사용자들의 인식과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 디지털 세상의 공용어인 프로그래밍언어를 교육하는 것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의 힘과 영향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윤리적 성찰을 함께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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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엔지니어들의 강철반지. ©위키피디아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