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5년 09월 22일 10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22일 14시 12분 KST

프로크루스테스와 '좋아요'

미국의 저명 웹디자인 컨설턴트인 에릭 마이어는 지난해 6월 뇌암으로 6살 생일에 딸 레베카를 잃었다. 페이스북의 연말용 알고리즘은 마이어에게 딸의 생전 사진을 보여주며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기본 설정된 메시지를 계속 보내며 아픈 상처를 자극했다. 마이어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페이스북의 잔인함을 고발했다. 마이어는 "알고리즘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없다. 알고리즘은 특정한 결정 흐름을 본뜨지만, 일단 작동시키면 사유 과정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AFP

'좋아요'는 2007년 미국의 소셜미디어 프렌드피드가 처음 선보였다. 페이스북이 2009년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페이스북의 상징이 됐다. 전에도 '별점 주기'와 '추천'이 있었지만, '좋아요'를 누르면 널리 공유되는 기능은 페이스북의 두드러진 장점이 됐다. 페이스북 바깥의 콘텐츠도 앞다퉈 '좋아요' 단추를 달고, 개인과 조직들도 '좋아요' 숫자를 늘리려 애쓰고 있다. 선거 때 '좋아요'를 사들여 호감도를 높이려는 정치인들도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15일 "사용자 요구를 받아들여 '싫어요' 단추를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재난과 참사에도 '좋아요'를 눌러 소통하면서 불편함을 경험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말이었다. 유튜브에는 '좋아요'와 '싫어요'가 함께 있지만, 페이스북에 도입될 새 단추는 '공감해요' '슬퍼요'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좋아요'는 추천과 공유 기능을 넘어선다.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드러내는 행위이며, 기업이 알고자 하는 고객 정보다. 미국에선 선거 때 상대편 후보나 동성애자 지지 단체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해고된 사례도 드물지 않다. 페이스북 때문에 해고된 사람들 사례를 모은 사이트가 있을 정도다. 2013년 3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무작위로 수집한 페이스북 '좋아요' 5만8000개를 분석한 결과, 인종·성적 취향·지지정당 등 프라이버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좋아요'만 허용한 페이스북은 여러 항의를 불렀지만, 지난해 연말 페이스북이 선보인 알고리즘과 맞물려 구조적 결함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의 저명 웹디자인 컨설턴트인 에릭 마이어는 지난해 6월 뇌암으로 6살 생일에 딸 레베카를 잃었다. 페이스북의 연말용 알고리즘은 마이어에게 딸의 생전 사진을 보여주며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기본 설정된 메시지를 계속 보내며 아픈 상처를 자극했다. 마이어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블로그(http://meyerweb.com)에 글(Inadvertent Algorithmic Cruelty)을 올려, 페이스북의 잔인함을 고발했다. 마이어는 "알고리즘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없다. 알고리즘은 특정한 결정 흐름을 본뜨지만, 일단 작동시키면 사유 과정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각 없는 알고리즘에 우리의 삶이 내맡겨져 있다며,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면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09-22-1442899721-5557507-unnamed.jpg

에릭 마이어의 페이스북

이 사례는 일련의 기계적 자동처리 절차인 알고리즘의 단면을 드러냈다. 문제의 근원에는 페이스북에서의 모든 감정적 표현과 반응을 '좋아요' 단추로만 표현하도록 하는 페이스북의 기본 구조가 있다. '싫어요'나 '슬퍼요' 단추가 없어, 사용자들은 친구가 부모상을 당하거나 비탄에 빠졌다는 글을 올려도 '좋아요'를 눌러대고, 알고리즘은 가장 많이 '좋아요'를 받고 공유된 콘텐츠를 골라내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발행한 것이다.

저커버그는 지난 15일 이용자와의 대화에서 '싫어요'가 글에 대한 찬반 도구가 될까 봐 허용하지 않아왔다고 말했다. '좋아요'에 더해 '공감해요'라는 단추를 제공하겠다는 말은 이젠 기계가 글쓴이의 감정과 글의 내용을 자동파악하게 됐다는 걸 뜻한다. 서비스의 설계자이자 운영자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자신만의 기준을 강요했지만, 사용자는 설계 변경이나 다양한 감정 표현의 권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단지 감정을 '좋아요'에 맞춰왔다. 설계자가 '싫어요'를 허용하겠다고 하자, 다시 '좋아요'가 쏟아지고 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