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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01일 13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01일 14시 12분 KST

팀 쿡의 애플

ASSOCIATED PRESS

2011년 8월 팀 쿡이 애플의 최고경영자에 오르자, 애플의 정체성과 성공이 유지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만큼 한 개인이 기업과 제품과 동일시된 경우는 유례가 없다. 잡스는 기업의 통상적인 제품발표회를 어떠한 대중 공연무대보다 흥미진진한 이벤트로 연출하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잡스가 무대에서 "그리고 하나 더(원 모어 싱)"를 외치면, 그곳은 신흥종교 집회 현장을 방불케 하는 곳으로 변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였던 유카리 케인은 지난해 잡스 사후의 애플을 <유령의 제국>이라고 표현한 책을 펴냈다. 그는 스타이자 이상주의자인 잡스와 달리 쿡은 무대매니저이자 현실주의자로, 잡스의 창의성 없이 쿡의 실용주의가 빛을 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1984년 매킨토시 컴퓨터 광고에서 젊은 여성이 아이비엠(IBM)과 좀비인간들의 세계에 해머를 던져 박살낸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애플의 모토는 '다르게 생각하라'였다. 쿡의 애플은 지난해 7월 잡스가 파괴대상으로 삼았던 아이비엠과 손을 잡고 기업시장을 함께 공략하기로 했다. 아이패드 미니, 6인치 아이폰 등 잡스가 "출시하자마자 사망(DOA)"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던 카테고리의 제품도 내놓으며, '유훈 경영'을 무시했다.

하지만 쿡이 최고경영자를 맡을 당시 54달러였던 애플 주가는 3년반동안 250% 상승해 31일 현재 126달러다. 사상 첫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00조원) 기업 출현이 예고되고 있으며,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쿡을 2015년 세계 최고의 지도자로 뽑았다. 지난해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1위였다. <포천>은 쿡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탁월한 기업적 성공과 함께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각종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적극 발언함을 통해 세계적 역할 모델이 됐다고 밝혔다.

알라배마 출신의 '조용한 남부 사내'였던 쿡은 애플 사령탑을 맡은 이후 에이즈 방지, 이민 개혁, 교육 접근권, 여권 신장, 사생활 보호 등 인권과 평등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과 기부에 나서고 있다. 쿡은 지난해 <비즈니스위크> 기고에서 "솔직히 사생활을 공개하는 커밍아웃이 내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아니었다면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에겐 많은 것이 요구된다"고 도덕적 책무를 언급했다. 그는 3월29일 <워싱턴포스트> 기고 Tim Cook: Pro-discrimination 'religious freedom' laws are dangerous를 통해 미국의 20개 넘는 주가 도입하려고 하는 종교자유법이 차별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하며, 애플은 차별 없이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 쿡이 단순히 애플의 성공을 이어간 잡스의 성공적 후계자라는 걸 넘어 새로운 세계적 역할 모델이 된 진짜 이유는 <포천>이 세계 1위의 지도자로 발표한 이후에 드러났다.

쿡은 26일(현지시각) 10살짜리 조카에 대한 교육지원이 끝나는 대로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8800억여원으로 추산된다. 쿡은 조용히 이미 기부를 시작했으며 사후 기증이나 자선단체에 돈을 주는 대신 체계적으로 쓰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드류 카네기, 척 피니, 워런 버핏, 빌 게이츠에 이어 미국 기업인 중에서 또 한 명의 기부 아이콘이 예고된 셈이다. 유례 드문 카리스마 리더로부터 '다르게 생각하라'는 의발을 전수받은 후계자는 '다르게 행동'함으로, '쿡의 애플'을 만들어가고 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