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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3일 07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24일 14시 12분 KST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랩으로 한다면? | '블랙 셰익스피어' 아칼라와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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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저널리스트로서 나는 여러 활동을 해오고 있다. 힙합을 중심으로, 힙합과 연결고리를 지닌 여러 분야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 나의 역할 중 하나다. 그중 하나로 나는 '포에틱 저스티스(Poetic Justice)'라는 프로젝트 팀으로 활동 중이다. 김경주 시인, 엠씨 메타와 함께 하는 이 프로젝트는 '시와 랩의 연결고리'를 모토로 한다. 억지로 연결고리를 만드는 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둘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그 고리를, 한국에서 알리는 작업이다.

랩의 '라임'은 사실 랩의 전유물이 아니다. 힙합이 창조한 것도 아니다. 라임은 오래 전부터 영미권의 문학(혹은 보다 넓은 범위의 구술 전통)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랩 역시 영미권에서 탄생한 음악이자 예술이기에 자연스레 이 전통을 이어받았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랩이 라임을 창조한 건 아니지만 랩은 현재를 통틀어 라임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 역시 오래 전부터 라임을 가지고 있었다. 영미권의 많은 시는 라임을 품고 있다. 시와 랩의 연결고리는 시와 랩을 '블라인드 테스트' 해보면 알 수 있다. 가령,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의 시와 '갱스터 래퍼' 아이스-티(Ice-T)의 랩 가사를 나란히 놓고 창작자의 이름은 가린다고 치자. 형식상으로 이 둘은 거의 완전히 같기 때문에 무엇이 시이고 무엇이 랩인지 구별이 불가능하다. 랭스턴 휴즈의 시에는 아이스-티의 랩 가사처럼 완벽한 라임이 규칙적으로 자리 잡고 있고, 랭스턴 휴즈의 시를 비트에 맞춰 랩으로 부르면 사실상 완벽한 랩이 된다. 놀랍지만 한편으로 당연한 사실이다.

더 나아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14행 서정시)로도 랩을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이미 형식상으로 완벽한 랩의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영국의 한 인물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비트에 맞춰 랩으로 퍼포먼스하기도 했는데, 나는 강의를 할 때 이 영상을 가끔 활용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 영상 속의 인물이 한국에 왔다. 그의 이름은 아칼라(Akala). 영국의 작가, 시인, 역사가, 그리고 저널리스트인 아칼라는 자신을 '블랙 셰익스피어'라고 지칭한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10분 만에 즉흥적으로 27개의 셰익스피어 작품 타이틀을 랩으로 풀어내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 앞서 말한 대로 TED 강연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비트에 맞춰 랩으로 퍼포먼스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 '힙합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아칼라는 힙합 셰익스피어 컴퍼니를 통해 청소년들이 셰익스피어와 힙합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그들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잠재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하며, 자기표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육/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문화원을 통해 한국에 온 아칼라를 만나봤다. 아칼라, 나, 그리고 김경주 시인이 함께 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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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평소 인터넷을 통해 활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의나 책에서 당신의 활동을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만나서 반갑다.

김경주: 평소 시를 바탕으로 한 '포에틱 드라마' 연극을 만들고 있다. 그런 면에서 당신의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오늘 많은 이야기를 즐겁게 하고 싶다.

아칼라: 만나서 반갑다. 아직 시차 적응 중이다(웃음).

김봉현: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사실 한국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힙합음악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편이고, 또 힙합과 문학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칼라: 셰익스피어 400주기를 맞아 '셰익스피어 리브즈 페스티벌(Shakespeare Lives Festival)'이 진행 중이다. 나는 평소 셰익스피어와 관련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기에 이번에 초청을 받았다. 곧 한국에서도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힙합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추구하는 여러 가지를 맛보기 형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김봉현: '강남스타일'을 아는지는 묻지 않을 생각이다. 시인, 작가, 래퍼, 역사가, 교육자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분야는 다양하지만 하나의 공통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아칼라: 힙합이 모든 작업의 연결고리다. 힙합의 '힙'은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서 나온 단어로, '새로운 곳을 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케이알에스-원(Krs-One)이 말했듯 힙합은 '지적인 움직임'이다. 예술과 교육을 결합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사업적인 것도 포함된다.

김봉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랩으로 퍼포먼스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왜 셰익스피어인가. 그리고 왜 소네트를 랩으로 구사했나.

아칼라: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아이엠빅 펜타미터(Iambic Pentameter)의 운율구조로 되어 있다. 이것은 인간의 심장박동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다. 또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리듬이 매우 강하다. 예를 들어 그의 후기 작품 '더 템페스트(The Tempest)'를 보면 각 줄과 문단의 모양이 바뀌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리듬이 표현되고 있다. 또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약 100개의 노래가 삽입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음악성을 살리고 싶었다.

김경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음악성의 연결고리에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영미 문학권의 수많은 작품 중에 왜 셰익스피어인지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본인에게 어떻게 특별하게 다가왔는지도.

아칼라: 2007년 BBC 라디오에 출연해 셰익스피어의 희곡 27편 제목을 프리스타일 랩으로 구사한 적이 있다. 이것을 나중에 'Comedy Tragedy History'라는 노래로 만들기도 했다. 또 그 전에 이미 'Shakespeare'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한 적도 있다. 사실 영국에서 셰익스피어는 정치적인 아이콘이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당시에는 그의 작품을 대중이 널리 향유했었지만 지금은 정치적인 이유로 상류층의 전유물이 되어 있는 것이 아이러니다. 때문에 나처럼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각색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셰익스피어는 훌륭한 작가다. 그가 사용한 언어, 그리고 그가 창조한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는 정말 훌륭하다. 그가 작가로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봉현: 랩은 시인가?

아칼라: 당연하다. 랩은 시다. 보통 엘리트 의식에 젖은 사람들이 랩은 시가 아니라고 말한다. 시는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학문적이기만 한 특별한 것도 아니다. 랩에서 중시하는 리듬과 라임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하지만 모든 랩이 좋은 시가 아니라는 점 역시 말하고 싶다.

김봉현: 물론 나 역시 랩은 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경주 시인, 엠씨 메타(MC Meta)와 '포에틱 저스티스(Poetic Justice)'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 중이지만 여전히 오해를 받는다. 서로 동떨어져 있는 시와 랩을 억지로 엮는다는 것이다(웃음). 또 이런 측면도 있다. 대부분의 힙합 팬은 종종 이런 질문에 직면한다. "욕이 등장하고, 남을 공격하는, 이런 음악을 대체 왜 좋아해?" 이런 부분은 랩을 시로 보아야 한다고 변론하는 이들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들의 질문에 어떤 답을 주겠나.

아칼라: 서구 시의 역사는 그리스의 호메로스(Homeros)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읽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애초에 '노래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또 이런 작품들, 특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많은 폭력과 심지어 살인까지도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타이터스 안드로니커스(Titus Andronicus)'를 보면 타이터스가 타모라의 두 아들을 사로잡아 고기파이로 만든 후 타모라에게 먹이는 끔찍한 장면이 나온다.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는 시가 될 수 있는 자격과는 상관이 없다. 한편, 지금 주목 받고 있는 힙합의 모습은 사실 극히 제한적인 면모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섹스, 마약, 폭력 등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고 미디어는 그런 부분을 부각해 노출시킨다. 지금 당신은 힙합 듀오 갱 스타(Gang Starr)의 후드를 입고 있는데, 갱 스타는 갱 폭력에 꾸준히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온 그룹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가 널리 퍼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봉현: 공감한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말하는 메인스트림 힙합과 당신이 추구하는 힙합의 차이는 무엇인가. 당신의 가사는 어떻게 다른가. 참고로 당신의 앨범 2장이 한국 음원사이트에서 서비스되고 있다(웃음).

아칼라: 나의 작업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힙합 셰익스피어 컴퍼니 대표로서 하는 일, 그리고 아칼라 개인으로 내는 작업물. 나는 총 6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그중 2장이 한국에 서비스 되는지는 처음 알았다(웃음). 나의 개인 작업물은 주로 사회적 비판의 연장선 성격이 짙다. 정치적 성향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권력에 대한 비판'이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Macbeth)'에도 나오듯 무지몽매한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망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고, 또 권력을 갖지 못한 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데에도 흥미가 있다. 사람들은 나의 작업물을 가리켜 '정치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세상 모든 이야기 중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

김봉현: 랩에서 메시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랩은 연설이나 웅변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랩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칼라: 그렇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음악으로서 사람들의 감정에 가닿을 수 없다면 음악가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은 내면의 깊은 것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메시지 뿐 아니라 구성, 믹싱, 마스터링까지 많은 것을 신경 쓰고 있다.

김경주: 모든 시인은 좋은 시를 쓰려고 노력하지만 많은 시인이 광장에 나서서 이야기하길 쑥스러워 한다. 그런 면에서 당신의 작업은 시가 소리를 얻어 대중과 만나는 작업으로 보여 좋다. 시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언어가 지닌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나려고 한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가 수많은 새로운 언어를 직접 만들어낸 사실도 이와 통한다. 음악 역시 메시지나 언어 없이도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맹인 이들의 가슴에 웅덩이를 팔 수 있는 것이 음악의 힘이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아칼라: 굉장히 좋은 질문이다(웃음). 음악에서도 언어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나스(Nas)의 'You're Da Man'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망가진 하늘에서 죽은 새가 나는 광경을 봤지 (I saw a dead bird flying through a broken sky)"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시적으로 표현한 구절이다. 그리고 모든 언어는 문화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평화와 함께 하길"이라며 인사를 건네곤 하는데, 만약 내가 이렇게 인사를 한다면 가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은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던 포루투갈의 주제 사라마구(José Saramago)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문장부호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듯 일단 언어 규칙에 대해 잘 알아야 그것을 파괴할 수도 있다. 셰익스피어도 마찬가지다. 그는 '언어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생전에 수많은 언어적 실험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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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인 아드리안 미첼(Adrian Mitchell)은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를 외면한다. 대부분의 시가 사람들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시는 어떤가.

아칼라: 그 말을 나도 알고 있다(웃음). 공감한다. 시를 학문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다. 시를 학문으로만 접근하는 사람들이 보통 랩을 시라고 보는 의견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영국에서 이 주제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그 때 랩은 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어떤 학자에게 어떤 랩 가사를 읽어봤냐고 물어봤더니, 랩은 하나도 들어본 적이 없다더라(웃음). 반면 나는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읽으며 많은 고민을 했고, 그에 따라 랩 역시 시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역사를 돌아보면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전하는 역할의 많은 부분을 시와 노래가 담당해 왔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며 시는 소수만이 향유하는 특권적 문화가 되어버렸다. 투팍(2Pac)의 가사를 보라. 그는 복잡하고 심오한 주제를 쉽고 간단한 언어로 풀어내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김경주: 시집이 점점 안 팔리긴 한다(웃음). 하지만 시와 노래, 그리고 기도는 인간의 '고백'을 담은 장르로서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는 시가 위기에 놓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힙합 셰익스피어 컴퍼니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나.

아칼라: 일단 내가 대학에 가지 않은 이유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별로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생들은 나처럼 가난한 집의 학생이 반에서 1등을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들은 날 영어를 못하는 학생들을 모아놓은 특별반에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지금의 영국도 빈부격차, 계층차로 인한 기초교육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 늘 생각한다. 그들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을 때 최상의 결과물이 나온다고 믿는다. 칭찬을 하고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해줄 때,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10대들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배우고자 하는 본능이 있고, 누구든 똑같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며 그들과 쌍방향 소통을 하는 것이 나의 교육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