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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2일 13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12일 13시 19분 KST

트럼프 정부가 자유로운 오픈 인터넷 '망중립성'을 죽이려고 한다

net neutrality

* 미국 트럼프정부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망(Network)에서 오고 가는 데이터가 접근권한, 전송속도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용자가 요금을 내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이용자가 인터넷에서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든,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든, 모든 데이터가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트래픽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인터넷 망을 설치·운영하는 사업자들(ISP)이 유튜브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전송속도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 원칙에 따라 망 사업자가 이용자들에게 카카오톡 접속은 허용하면서 영화 다운로드는 허용하지 않거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돈을 더 내라는 식의) 추가 요금제 가입을 요구해서도 안 됩니다. 인터넷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고, 인터넷 망 역시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는 무언의 합의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요즘 이 망중립성 논쟁이 한창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오바마정부가 확립한 망중립성 규제를 트럼프정부가 폐기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 정책을 담당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4일 망중립성 규제 폐기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들은 반대 의견을 강하게 어필해왔습니다.

한국에도 망중립성 규제가 있습니다. 2011년에 처음 제정됐고, 2015년에는 이 내용을 조금 더 구체화 한 기준이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이 원칙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로 레이팅'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통신 정책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는 눈여겨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벌써부터 국내 일부 언론들은 망중립성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망중립성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만 망중립성 규제 폐기를 원하는 쪽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망중립성 논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허프포스트US에 게재된 기고 글 Trump's FCC Wants To Kill A Free And Open Internet를 번역,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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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처음부터 망 중립성을 위한 싸움에 몸 담았다. 우리의 다큐멘터리 '위험에 처한 넷(Net at Risk)'는 기업이 인터넷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미국 전역에 알린 최초의 TV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주류 매체들 대부분이 우리 이야기를 무시하자, 우리는 망 중립성 지지자들에게 전국적 공청회를 열게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의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공청회를 허가하지 않았을 때, 우리는 FCC 위원이었던 마이클 콥스 등을 따라 비공식 타운 미팅에 갔다. 그리고 2015년에 오바마의 FCC의 투표에서 망 중립성을 보호하고 강화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우리는 공익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보호하기 위한 싸움에서 이겼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탐욕, 권력, 통제의 힘이 곧 다시 우리를 덮친다.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이 2016년 선거에서 승리하자, 트럼프는 버라이즌 출신의 아지트 파이를 FC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파이는 망 중립성을 전복시키려는 기업들의 운동을 이끌고 있다. 버라이즌 등의 통신 대기업 등이 원하는 것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 규제 기관이 규제 대상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의 전형적인 사례다. 닭장에 여우를 풀어놓은 격이다.

망 중립성을 거스르는 결정을 내릴 중요한 FCC 투표일은 12월 14일 목요일이다. 당신의 의견을 전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 이 링크의 안내에 따라 의견을 남겨달라. 1-888-225-5322로 전화하거나, 파이 위원장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Ajit.Pai@fcc.gov). 트위터 계정은 @FCC@AjitPaiFCC 이다. 페이스북에서는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으로 검색하면 된다.

당신이 사는 지역 국회의원에게 연락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하원과 상원이 망 중립성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FCC 예산을 정하는 것은 의회다. (202) 224-3121로 전화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라. 주소는 www.house.govwww.senate.gov에서 찾을 수 있다.

백악관 전화 번호는 (202) 456-1111이다.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더 알고 싶으면 마이클 윈쉽이 쓴 글을 읽어보라.

- 빌 모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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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왜 큰 위험에 처했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워싱턴이 요즘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중력에 끌려드는 모든 사람들을 오염시키는 것 같다. 지금의 백악관은 블랙 홀이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가 조여들면서, 그를 담당하는 변호사들은 미심쩍은 발언과 행동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자존감과 마지막 남은 체면까지 버리고 금권 정치가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선거 자금 기부나 경선 승리를 놓칠까봐 두려워 트럼프의 극성 지지자들과 영합하고 있다. 이게 잘못이라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정권 고위자들은 순종하며 굽실거리고, 대통령이 어떤 헛소리를 하든 맞다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상하게도 트럼프의 헛소리를 지지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트럼프의 우스꽝스럽고 미개한 철학은 펜스 부통령, 스콧 프루잇 환경보호청장 등의 사상적, 신정주의적 경향에 찬성하는 성향이 있다. 미국 역사에서 특별한 순간인 지금, 부정을 애써 외면하고 이 기회를 이용해 수십 년간 기업들이 바라던 일들을 실현시키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트럼프를 조종하려 하는 냉소적인 이들이다.

야심가인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후자에 속한다. 파이는 2011년에 FCC 멤버로 지명되었고, 트럼프가 작년에 위원장으로 앉혔다. 그 후 파이는 위원회를 거대 통신 기업들의 통로로 뒤바꿔 놓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주었다. 파이는 규제해야 할 정부 측 역할을 맡았지만, 버라이즌 출신인 그의 행동은 버라이즌 임원에 더 가깝다. 파이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라인 공개를 위한 규칙들을 다 없애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 그가 몰두하고 있는 것은 FCC가 2015년에 승인한 망 중립성 보호 조치 해제다. 이에 성공할 경우 버라이즌, 컴캐스트, AT&T, 차터 등의 대형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인터넷을 완전히 장악하고, 컨텐츠를 선정하고 속도와 가격을 정할 수 있게 된다.

* 한국으로 치면 인터넷 망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이 해당된다.

아넨버그 스쿨의 빅터 피카드 교수는 망 중립성은 '정부, 기업, 대중의 핵심적 사회 계약과 관련이 있다 ... 대중들이 어떻게 대기업들의 간섭없이 정보와 서비스를 얻고, 창의적 및 정치적으로 스스로를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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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요금제, '소셜미디어 요금제, 동영상 요금제, 음악 요금제, 이메일&클라우드 요금제.... 망중립성 원칙이 없다면 우리는 이런 인터넷 요금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 (사진은 포르투갈 통신사 MEO가 제공하는 요금제. 다만 이건 해당 카테고리에 속하는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옵션 요금제의 성격이며, 여기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당 서비스를 전혀 못쓰게 되는 건 아니다.)

망 중립성이 없다면 경쟁, 혁신, 소규모 인터넷 스타트업이 진압당할 것이며, 표현의 자유, 독립적인 의견, 다양한 관점은 제한될 것이다. 대기업들은 마치 빅 브라더처럼 당신이 무엇을 읽고 듣고 보는지를 통제하고, 당신의 목소리를 내고, 의견, 창의성, 삶을 공유하는 능력을 제한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강도가 심할 것이다.

14일 목요일에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대중의 반대는 거세지만, 파이를 포함한 공화당 측 3명은 2명의 민주당 측을 억누르고 또 다시 대기업들의 편을 들 기세다.

파이는 좌파와 우파를 포함한 대중 전부가 원하는 것을 끈질기게 부정하고 있다. 트럼프주의의 몇 가지 특징을 파이도 보여주는데, 사실을 호도하는 애매한 말, 상대 비하, 남탓, 팩트를 제시했을 때 거짓 뉴스라고 주장하기 등이다. 최근 보수적인 자유시장 싱크 탱크 R 스트릿 연구소와 링컨 네트워크가 주최한 연설에서 그는 자기 입장을 옹호하며 '터무니없는 비난, 공포감 조성, 히스테리'라는 표현을 썼다. 셰어, 마크 러팔로, 조지 타케이 등 망 중립성 지지를 밝힌 셀러브리티들을 조롱했다.

게다가 그는 인터넷을 장악하려는 것은 ISP가 아니라며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컨텐츠 제공업체들이 진짜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공익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러한 인터넷 대기업들의 진짜 목적은 규제 절차를 이용해 자신들의 인터넷 경제 지배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파이 위원장, 이런 걸 두고 '투영'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인터넷의 자유를 지키고 있다고 우기지만, 사실 망 중립성을 파괴하려는 당신의 시도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습니다. 당신은 사람들, 팩트, 법을 무시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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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프리드먼 컨설팅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미국인들은 지지정당을 막론하고 압도적으로 망 중립성의 가치를 지지했으며 현재의 망 중립성 보호를 지키고 싶어한다. 대다수(77%)의 미국인들은 현재의 망 중립성 규칙 유지를 지지한다. 공화당원의 73%, 민주당원의 80%, 무소속의 76%가 FCC의 오픈 인터넷 규칙을 유지하길 원한다."

FCC의 웹사이트에는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댓글이 수백만 개 달렸으며, 파이가 추수감사절 직전에 망 중립성 건의안에 대한 초안을 발표하자마자 24시간 동안 20만 명 이상이 의회에 전화를 걸었다. 12월 3일까지 75만 통이 걸려왔다. 12월 7일 목요일에는 50개 주에서 700명이 버라이즌 매장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파이 위원장, 게다가 망 중립성이 인터넷 투자 성장을 억누르고 있다는 당신의 주장과는 달리, 망 중립성 규칙 시행 후 투자는 5% 성장했습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케이블 기업 차터 커뮤니케이션스의 톰 루트리지 CEO는 2016년에 투자자들에게 망 중립성은 "우리에게 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이 위원장, 당신과 거대 통신 기업들은 ISP를 (전화나 전기처럼) 공익 사업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망 중립성 규칙을 허용하는 1934년의 커뮤니케이션 법 타이틀 II가 낡고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가우처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매체를 가르치는 대니 킴볼의 말은 그와 반대이다. 워싱턴 포스트 기고글에서 그는 타이틀 II가 "대중이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 공개성과 비차별의 기본 원칙에 대한 법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용되는 테크놀로지가 무엇인지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에서 망 중립성이 유효하다고 판결할 때 근거로 쓴 법이 바로 타이틀 II였다. '망 중립성'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팀 우는 "FCC 이념 변화만으로는" 그걸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FCC 투표 결과 망 중립성을 없애자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법원을 거쳐야 한다. 보잉 보잉의 코리 닥터로우는 "법원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어찌 됐든 법정 싸움은 2020년까지 계속될 수도 있고, 유권자들에게 트럼프를 찍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할 근거가 될 것이다. 그러면 FCC 위원장을 바꿀 수 있고, 이 논란 자체가 쏙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파이 위원장은 워싱턴에서 만찬 중 버라이즌이 FCC를 장악하려고 자신을 꼭두각시로 내세웠다는 농담을 했다. 그는 "가벼운 규제"를 계속해서 말하며, ISP들은 망 중립성이 사라진다 해도 결코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한다. 막지도, 목을 지르지도, 속도 차이도, 특별 대우도, 과잉 요금도 없을 거라고 한다. 그들은 잠재적인 모든 위험은 이론적으로 존재할 뿐 실재하지 않는다고 우긴다.

그들은 "우리를 믿어."라고 말한다.

안 된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에 게재된 Trump's FCC Wants To Kill A Free And Open Internet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