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5년 12월 08일 12시 20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8일 14시 12분 KST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편지

ASSOCIATED PRESS

산타클로스께,

내 친구들이 당신에게 편지를 쓰라고 부탁했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알 수가 없었다는 걸 실토해야겠네요. 대부분의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당신과 보내는 시간은 분명 끝났으니, 당신에게 무언가를 부탁한다는 게 터무니없게 느껴졌거든요. 이제 우린 우리가 직접 선물을 사고, 우리의 운명을 직접 조종하고,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우리가 만든 세상에서 살아요... 그러니 우린 당신을 돌아보며 환경, 이민 위기, 건강보험, 교육, 푸드 뱅크, 인권, 근본주의, 전쟁 문제를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어요. 인간이 만든 이 모든 문제들, 그리고 다른 일들에 대해 우리에겐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신은 아시지만요.

당신에게 연민과 즐거움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당신은 훌륭해요. 기업의 입맛에 따라 당신은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하고, 미쳐 돌아가는 물질주의의 상징으로 악용되긴 하지만... 한때 당신을 믿었던 키덜트들은 당신이 모든 사람들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냉소적으로 당신의 기원 이야기를 하더군요. 당신은 키덜트들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존재니까요. 순수함과 책임, 장난스러운 상상과 차가운 성인들의 장애물 사이의 경계가 점점 줄어드는 이 세상의, 마법이 필요한 아이들.

난 이걸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좀 더 오래 아이인 채 있을 수 있게 해주세요. 마법과 장난의 시간을 늘려주세요. 미쳐 돌아가는 세상의 현실을 아이들이 보지 않게,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대신 웃을 수 있게 해주세요. 특히 가족들을 돌보거나, 질병, 굶주림, 가난 때문에 고생하는 아이들을요. 폭탄이 쏟아질 때 건물 안에 숨어있는 아이들, 환경 재해나 전쟁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공포나 추위로 떨며 배에 타는 아이들을요. 기쁨과 희망의 순간으로 그 아이들의 세상이 밝아지게 해주세요.

생각해보니 당신도 올해는 힘들었겠어요...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당신에게 광선검을 달라고 해서 받는 게 시공 연속체를 조종해 어린 시절의 좋은 점이 조금 더 길어지게 해달라는 것과 비교해서 공평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새벽이 되면 새 물건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며 잠드는 사람들은 당신에게서 경이를 느끼죠. 당신은 착한 행실을 하게 하고, 최소한 내 기억에는 선물을 못 받지 않으려고 나쁜 행실을 하지 않으려는 막판의 절박한 노력도 하게 했어요.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지만 글을 몰라서 못 쓰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도 생각해 주세요. 그들의 말을 듣고, 그들이 삶을 개선하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읽고 쓰는 법을 배울 시간과 기회를 주는 걸 도와주세요.

당신이 조금 딱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난 내가 하지 않겠다고 한 일을 한 것 같네요... 성인들의 문제 해결을 도와주고, 우리가 아이들에 대해 걱정하는 가장 큰 문제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해버렸어요. 당신이 먹을 포트 와인과 민스파이를 남겨둘게요!

사랑을 담아

베네딕트 x

추신: 광선검은 지금 주시면 안 될까요?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K에 게재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