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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7일 11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08일 14시 12분 KST

시간을 달리는 김종필과 기자들

김종필과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를 모의한 것이, 1960년 6월이라는 것은, 장면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그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이유로(응?) 무너뜨릴 작당을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짓거리인데, 한겨레신문 한승동 선임기자의 이런 어이없는 서평 덕에 장면 정권은 모든 절차를 뛰어넘고(!) 4.19 혁명 직후에 바로 들어서는 신공을 발휘하여, 두 달 간 부패와 무능을 시전한 후(쿨럭;) "청렴하고 강직한"(우웩-) 박정희와 김종필 같은 장교단에 의해 쿠데타 모의의 대상이 된 것으로 둔갑한 것이다-_-;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독재자 박정희와 함께 5.16 군사 쿠데타를 기획하고 실행한 김종필씨가 [김종필 증언록 - JP가 말하는 한국현대사]라는 제목의 두 권짜리 회고록을 내었다고 한다. 김씨는 5.16 군사 쿠데타 뿐만 아니라, 독재자 박정희가 사실상의 영구 집권을 위하여 일으킨, 친위 쿠데타인 10월 유신도 적극 지지하는 등,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지금까지도 드리워진 어둠에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또한 그는 두 번이나 국무총리를 지내며, 오랫동안 우리 정계의 2인자로 있었다고 하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판단을 잘못한, 실패한 정치인의 대표적인 예로 들어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미 충분히 역사의 법정에서 심판이 내려진 이러한 그의 행적에 대해, 그의 자기 합리화로 가득 찼을 회고록을 왜 때문에 지금 내놓는지, 필자는 그의 회고록이 연재된 중앙일보를 발행하고, 연재 후 이를 묶어 그의 회고록을 찍어내기 위하여, 아깝게 희생되었던 나무들의 운명에 대해 비감함을 느낄 따름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 김종필 회고록의 출간을 전하는 한겨레신문 한승동 선임기자의 서평을 읽다가 어처구니없는 구절을 만나게 되어 (위 회고록은 절대 사서 읽어볼 생각이 없지만) 이것만은 지적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필자가 대경실색한 부분은 바로 다음 부분이다.

4·19혁명 당시 34살 나이에 육군본부 정보참모본부 기획관리과장을 하고 있던 김종필 중령의 사무실엔 많은 영관급 장교들이 모여들어 시국토론을 했다. 그 와중에 당시 부산지구 계엄사령관(군수기지사령관)이던 박정희와 자신의 마음에 "혁명의 씨앗이 뿌려진" 것은 4·19 뒤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그해 6월 9일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강조는 필자)

그리고, 위 부분을 인용하며, 그 다음에 한겨레 한승동 선임기자가 쓴 내용이 가관이다.

그와 5·16 주역들은 4·19혁명 뒤 집권한 장면 정권의 부패와 무능, 극심한 사회 혼란을 쿠데타 감행 명분으로 제시해왔으나, 이에 따르면 집권한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장면 정권이 무능한지 부패했는지를 판단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에 이들은 이미 '혁명'을 구체적으로 모의했다. (강조는 필자)

장면 정권이 1960년의 4.19 민주혁명 후 바로 집권해 그해 6월에 벌써 집권 2개월째였다고?????

장면 정권의 탄생은 1960년 8월에야 있었던 일이다. 즉 4.19 민주혁명으로 독재자 이승만이 쫓겨나고, 그의 독재 연장 수단으로 악용되던 헌법을 고쳐 의원내각제 헌법으로 바꾸고, 그에 따라 다시 국회의원 선거(당시 민의원 선거라 불림)를 하고 새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이제 의원내각제가 실시돼 실제 정부 수반 역할을 하는 국무총리로 우여곡절 끝에 장면을 선출하여 그가 취임한 것이 1960년 8월이다.

즉 김종필과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를 모의한 것이, 1960년 6월이라는 것은, 장면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그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이유로(응?) 무너뜨릴 작당을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짓거리인데, 한겨레신문 한승동 선임기자의 이런 어이없는 서평 덕에 장면 정권은 모든 절차를 뛰어넘고(!) 4.19 혁명 직후에 바로 들어서는 신공을 발휘하여, 두 달 간 부패와 무능을 시전한 후(쿨럭;) "청렴하고 강직한"(우웩-) 박정희와 김종필 같은 장교단에 의해 쿠데타 모의의 대상이 된 것으로 둔갑한 것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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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김종필 중앙정보부장.

조금 헷갈리실지도 모를 독자들을 위하여 부연 설명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남한의 군부독재 정권들을 옹호했던 세력들, 특히 그 중에서도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를 옹호했던 자들은, 쿠데타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쿠데타로 무너진 민간 정부인 제2공화국 장면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간 이러한 쿠데타 미화 세력들에 대한 비판은 장면 정부가 이들의 주장처럼 부패하거나 무능하지 않았다는 점에 집중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쿠데타의 주역 중의 하나인 김종필은 이제 자신이 지도자로 옹립한 독재자 박정희와 쿠데타를 작당한 것이 장면 정부가 태어나기도 전에, 심지어 장면씨가 국무총리로 선출되기도 전에 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쿠데타 모의를 하였다는 것을 뻔뻔스럽게 자기 입으로 밝힌 것이다. 민주 정부도 실정을 할 수 있고, 독재정도 선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정부가 들어서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 정부가 실정을 하였다며(응?) 무력으로 무너뜨릴 작당을 하였다는 것은, 그저 그 모의를 한 자들이 무너뜨린 정부의 실정 여부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정권을 잡고야 말겠다는 적나라한 권력욕으로만 가득찬 자들이라는 것을 보여 줄 뿐이다.

어찌보면 이런 황당하기 그지 없는 군사쿠데타 주역의 자기모순적인 폭로에 대해 한겨레신문의 한승동 선임기자는 선임기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1960년 6월 9일이라면 장면 정부가 탄생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때라고 하는 취지의 몰역사적인 기술을 하여 김종필의 자기 합리화에 대해 변명거리를 마련해 주고 만다. (뭐 최근 우리 정계에도 비상한 상황이면 비상한 수단을 쓸 수 있다는 국보위 출신자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 별 반발 없이 지나가긴 했다만) 여기서 4.19 민주혁명과 같은 비상한 상황이 발생한 후에 과연 어떤 정치 일정이 이어졌는지, 그래서 김종필의 막걸리와, 한겨레 신문 한승동 선임기자의 기술이 얼마나 황당한 것이었는지를 잠시 연표식으로 살펴 보기로 하자.

1960년 4월 19일 : 4.19 민주혁명

    4월 26일: 독재자 이승만 대통령직에서 하야(下野)

     6월 9일: 김종필이 박정희와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기로 합의

    6월 15일 : 독재자 이승만의 장기집권의 도구였던 헌법을 개정해 의원내각제로의 개헌

    7월 29일 : 5대 국회의원 총선거. 민주당이 전체 의석 233석 중 175석을 획득하는 압승을 거둠

    8월 17일 : 제2공화국의 윤보선 대통령이 처음 국무총리로 지명한 김도연의 총리 인준안 부결

    8월 19일 : 김도연 총리 인준안 부결 후 윤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한 장면이 국회 인준을 받음

그러니까, 박정희와 김종필이 쿠데타를 모의한 것은 심지어 4.19 민주혁명으로 개헌이 이루어진 것보다도 무려 6일 전이었으며, 장면 정부가 수립된 것은 오히려 그로부터 두 달이 훨씬 지나 미래에 이루어질 사건이었던 것이다. 김종필이 쿠데타를 모의 중이던 때에는 제2공화국의 총리가 누구인지도 정해지지 않았을 때였던 것은 물론이고, 제2공화국이 아직 성립되기도 전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김종필은 시간을 달려(쿨럭;), 장면이 제2공화국의 국무총리로 인준될 것을 내다보고, 이어서 집권 후에는 부패와 무능을 시전할 것까지 예측하고서는, 장면 정권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 부패와 무능을 뿌리뽑기 위해 박정희와 의기투합하여 군사쿠데타를 기획했다는 얘기가 된다ㄷㄷㄷ

김종필이야 이런 신통방통한 헛소리를 자신이 저지른 군사쿠데타를 미화하기 위하여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런 김종필을 비판한다면서 그의 회고록에 대한 서평을 쓴, 명색이 민주개혁진영의 입장에 서 있다는 한겨레신문의 한승동 선임기자는, 4.19 민주혁명이 일어나자마자 제2공화국의 장면 정부가 들어섰다는 무슨 번갯불에 콩구워 먹는듯한 정치 일정을 머릿속에 셈해 가지고서는 김종필의 헛소리를 결과적으로 미화시켜 주었는지 참으로 어이없을 따름이다. 하기는 최근에 같은 신문의 송경화 기자는 저녁 8시에 시작하는 회의에서 고성이 터져 나올 것을 7시 18분에 벌써 알아차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기까지 하였으니 과연 시간을 달리는 기자들이라 할 만하다.

쿠데타 주역이자 유신 본당을 자처하는 김종필이야 저런 헛소리를 계속 한다고 쳐도 한겨레신문 한승동 선임기자라도 저런 낯 뜨거운 오류를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