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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08일 12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08일 14시 12분 KST

정종섭장관이 물러나야만 하는 이유들

연합뉴스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나는 오직 한 놈만 팬다"(응?)는 원칙에 따라 이번에는 지난달 하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연찬회에 가서 "총선 필승"을 건배사로 외친 행정자치부 장관 정종섭을 까기로 한다. 정종섭의 그런 행태가 어처구니 없고, 그가 사퇴하든지 해임되든지 파면당하거나 아니면 형사소추 또는 탄핵소추 당하든 하여간 그 자리에서 쫓겨나야만 하고 최소한 내년 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가 정종섭이 행자부 장관이 아닌 상태에서 치러져야만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역사적인 이유. 대한민국은 첫번째 공화국 때 이래로 관권선거의 악몽에 시달려온 나라이고 그 관권선거의 중심에는 경찰을 휘하에 둔 내무부 즉 정종섭이 지금 장관으로 있는 행정자치부의 전신(前身)인 부처가 있었다. 관권부정선거의 가장 극명한 예는 투표함에 여당 표를 사전에 무더기로 투입하고 조를 짜서 사실상 공개로 투표를 하게 한 1960년 3월 15일의 3.15 부정선거이다. 그리고 이를 총지휘한 자가 바로 이승만 독재정권의 주구(走狗)였던 당시 내무부장관 최인규. 이 3.15 부정선거는 고(故) 김주열 열사가 희생된 마산의거를 촉발했고 결국 4.19 혁명으로 이어져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리기에 이른다. 독재자 이승만은 망명의 길을 떠났고, 최인규는 5.16 군사쿠데타 후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가 만든 소위 혁명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권선거를 조장해 정권을 잃고 초라한 망명객의 신세가 된 초대 이승만 대통령과 관권 부정선거를 저지른 책임자를 처형한 부친의 사례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울러 여당인 새누리당도 자당의 연찬회에 와서 선거주무장관인 정종섭이 "총선 필승"을 외친 것을 두고 어이없게도 "주어가 없다"는 따위의 막걸리;; 뒤로 비겁하게 숨을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소위 민주공화당의 경우에도 1971년 오치성 내무장관이 부정선거를 획책하려는 의심을 받아가며 경찰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갈아치우는 작업을 하자 당시 야당이 제출한 장관해임결의안에 동의하여 주어 당시 독재자 박정희도 내무장관 오치성을 해임시킬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다. 새누리당이 군부독재정권 시절 고무도장 노릇이나 하던 당시 여당인 이른바 공화당만한 패기도 없는 비겁한 정당이라면, 그리고 정종섭 같은 자가 동원하는 관권에 의지해 내년 총선을 치를 생각이라면, 그래서 독재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 사라졌던 자유당, 민주정의당(이름들은 아주ㅜㅗㅜ) 같은 여당들의 전철을 밟고 싶다면 정종섭의 어처구니없는 "총선 필승" 발언을 두둔하거나 침묵을 지켜 공범이 될 일이다.

여당 연찬회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인 정종섭이 "총선 필승"을 외친 것은 행정자치부가 맡고 있는 역할과 기능에 비추어 보아서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어이없는 짓거리이다. 행정자치부는 그 산하의 외청으로 경찰청을 두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깔린 촘촘한 경찰력이 모두 행정자치부 장관의 휘하에 있고 무엇보다도 총선 기간 중에 발생하는 각종 선거사범들에 대한 수사도 경찰이 맡고 있다. 그런 경찰을 지휘하는 장관은 당연히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하고 그 불편부당함에 조금의 의심도 주어서는 안될 것인데 어처구니없게도 그런 선거 주무장관이자 경찰을 지휘, 감독할 행정자치부 장관인 정종섭은 여당 연찬회에 참석한 것(이것 자체도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선인들 말씀처럼 부적절한 처신임)에 그치지 않고 "총선 필승"을 외친 것이다. 선거주무 장관이자 선거사범을 단속해야 하는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장관으로서 이보다 더 부적절한 처신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향후 정종섭이 선거 관련해 내리는 조치들이나 경찰에게 내리는 명령 하나하나가 과연 국민들을 제대로 납득시키며 공평무사하고 불편부당한 공권력행사란 인식을 줄 수 있을까? 행정자치부 업무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제대로 수행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정종섭은 조금이라도 더 장관의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되며 하물며 내년 총선과 관련된 업무에서는 즉각 손을 떼야 할 것이다.

또한 새누리당 연찬회에서의 정종섭의 "총선 필승" 발언은 인간 정종섭 개인으로도 그 사회적 경력을 스스로 마감하려고 작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갈 정도의 행위라는 점에서 놀랍기 그지 없다. 정종섭은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법조인이 되겠다며 사법시험을 준비해 합격했으며 사법시험 합격 후에는 무려 헌법재판소에서 근무하였는가 하면 법과대학과 로스쿨에서는 헌법을 가르쳤던 법학 교수였다. 다시 말해 그의 사회생활은 헌법을 비롯한 법을 준수하는 일에 앞장서고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치는 일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종섭은 어쩌면 자신의 이러한 경력의 정점이었을 행정자치부 장관 노릇을 하며 여당의 연찬회에 나타나 "총선 필승"을 외침으로써 헌법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가르쳤던 그 전까지의 자신을 모조리, 완전히, 철저하게 부정하였으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은 전혀 없는 그저 한자리 하겠다는 비루한 일념만이 남아 있는 자에 불과하였음을 만천하에 폭로하고 만다. 정종섭 같은 장관이 일본에 있었다면 부끄러워서라도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코가 땅에 닿도록 여러 번 절하며 사죄를 하고 물러났을 것이고, 미국이나 유럽에 있었다면 그가 공부하거나 가르쳤던 대학에서는 그의 이름을 동문이나 전직 교수 명단에서 파버리는, 고대 로마식으로 하면 기록말살형에 처해서 다시는 공식 석상에는 나타나지도 못하게 하였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조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아직도 제대로 확립되지 못하여 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을 외친 정종섭이 아직도 뻔뻔하게 장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저 통탄스러울 뿐이다.

또한 정종섭의 "총선 필승" 발언을 대하는 보수언론의 이중잣대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님에 대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가져왔던 선거개입 발언들은 그 강도에 있어서는 선거주무 장관인 정종섭의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여당 편들기 발언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정종섭의 이런 위험천만한 반헌법적, 반민주주의적 발언을 그저 흔한 여야정쟁의 일환 정도로 보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노골적 여당 편들기 발언을 공공연하게 거리낌 없이 내뱉는 정종섭 같은 이가 뻔뻔하게도 계속해서 장관직에 머물러 있는데 언론의 자유인들 제대로 보장될 것 같은가? 벌써부터 여당인 새누리는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 포털들을 규제하느니 하는 말들을 슬슬 꺼내고 있는데 보수 언론이라고 해서 과연 무사할까? 민주개혁을 표방한 대통령들도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들의 세무조사를 하는가 하면 정부 부처 기자실의 폐쇄를 한 것이 이 나라였다. 날카로운 후각을 가진, 진정한 애국 언론, 애국 세력이라면 국가의 근간을 흔든 정종섭의 망언을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비난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정종섭의 여당 연찬회에서의 "총선 필승" 발언은 지난 대선에서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국정원장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뱉은 말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소름이 끼친다. 선거의 공정을 감시하고 책임져야 할 행정부의 주무장관이 여당 연찬회에 나타나 거리낌 없이 "총선 필승"을 외치는 것보다 대한민국 법원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엄정했던 선거 관련 판결들을 능멸하는 일이 또 있을까? 정종섭 망언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면 또 다른 원세훈이, 정종섭이, 아니 최인규 같은 자가 나타나 국민의 신성한 주권행사인 선거를 어지럽히고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짓밟는 일들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고 과연 보장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정종섭의 이 여당 연찬회에서의 "총선 필승" 발언을 문제삼아 그에 대하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특히나 제발 정권을 교체하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실현해야 하는 새정치연합은 19대 국회 임기 동안의 마지막 정기국회인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 예산심의 과정에서 정부여당을 매섭게 몰아붙여 꼭 정종섭을 쫓겨나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내년 총선을 조금이라도 공정한 환경에서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정종섭과 같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헌법질서에 대한 암적 존재(여당 연찬회에 나타나 노골적으로 "총선 필승"을 외친 선거 주무 장관이자 선거사범을 단속하는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자를 도대체 달리 부를 말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를 과연 사반세기여 전에 피땀 흘려 쟁취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잘 도려낼 수 있을지 지켜 보기로 하자. 대통령이 부친의 선례(응?)를 잘 따를지, 여당이 용기를 발휘할지, 정종섭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지, 선관위는 너무나도 명백한 이 사건에 대해 어찌 유권해석을 내릴지, 그리고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을 때 국회에선 어찌 처리될지, 그리고 무엇보다 법학도, 법조인, 전직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헌법학자이자 법학교수였던 정종섭에게는 직업적 양심이라는 것이 그래도 아직 한가닥이라도 남아 있을지 지켜 보기로 하자.

(역시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정종섭이 장관 자리에서 퇴진한 것을(물론 여당 공천을 받아 영전한다든지 하는 경우는 제외) 보면서 상쾌한 기분으로 내년 총선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