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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01일 13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01일 14시 12분 KST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을 위한 변명

OSEN

필자주(註): 이 글은 MBC 청룡 시절부터 시작하여 LG 트윈스의 팬인 필자가 지극히 편파적이지만 그 편파성을 전혀 감추지 않은 투명한 시각으로 쓴 블로그 포스팅이다. 따라서 특정 프로야구 팀들에 대한 애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내용에 대한 비난은 정중히 사절하고자 한다.

한국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 선수가 어제 400호 홈런의 기회를 놓친 모양이다. 상대방인 LG 트윈스는 점수차가 꽤 난 상황에서도 이승엽 선수를 고의사구로 걸러 보내서 대기록 달성 기회를 놓치게 하였다고 하여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님은 이승엽 선수의 400호 홈런 기록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투수로 하여금 정면승부를 하게끔 하겠다고 인터뷰를 하셨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비난을 받는 모양새이다(그러나 필자가 양상문 감독님의 인터뷰를 읽어 보았으나 양 감독님은 반드시 이승엽 선수와 정면승부를 시키겠다고 한 것은 아니고 고의사구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서 좀 억울한 점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필자야 LG트원스의 팬인 관계로 일부 언론이나 필자의 트위터 타임라인의 삼성 라이온즈 팬 분들께서 이승엽 선수의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못하게 막았다며 화를 내시는 것에 좀 뜨악한 생각이 든다. 특히나 이런 대기록의 상대방이 되거나 월드 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 홈런을 얻어 맞는 것은 투수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되는 일인데(미국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에 진출했던 김병현 선수의 예) 아무리 이승엽 선수가 국민타자라고 해도 너무 일방적으로 이 선수의 편만 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더군다나 정작 이승엽 선수 자신은 대범하게 이 일을 넘겼는데 주변에서 더 설레발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특히 프로야구의 역사에 남을 만한 대기록을 세운 선수의 상대방이 되는 일은 앞에서 얘기했듯이 해당 선수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그 선수가 나중에 암만 훌륭한 업적을 남기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고 대기록이나 역사적 게임의 패자였다는 것만 남게 되기도 하고, 짓궂은 팬들에 의해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당장 필자에게 떠오르는 예로는 빼어난 투수였던 이선희 선수(현 영남대 야구부 코치)의 경우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MBC 청룡에게 패했다는 꼬리표가 오랫동안 붙어다녔던 것이 있다. 어제 상황에서 LG트윈스 신승현 투수가 야구 규칙상 명백히 허용된 고의사구로 이승엽 선수를 거른 것에 대해 그나 양상문 감독님에게 쏟아진 비난은 특히나 신승현 선수가 400호 홈런을 헌납했을 때 겪었을지 모를 이러한 트라우마를 생각했을 때 정당한가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상대가 속칭 돈성이라는 비아냥도 들을 정도의 남한 제일의 재벌이자 한국 프로야구의 제일의 강팀인 삼성이다 보니 야구에서 허용된 작전 중의 하나인 고의사구를 이렇게 구사하였다는 이유로 내가 응원하는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님께서 팥다발 같은 비난을 받고 계신 것을 보고 있자니 이번에 '피해자'라는 삼성이 고의사구 한 번 정도 준 것은 찜쪄 먹고도 모자랄 정도의 여러 가지 꼼수를 시전하였던 1984년(쿨럭;) 페넌트레이스 및 한국시리즈가 다시 떠올라서 오늘은 그 얘기나 한번 썰을 풀어 보기로 한다.

사실 필자는 LG트윈스의 전신인 MBC 청룡 시절부터 필자가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랐다는 단순한 이유로 LG트윈스를 응원해 왔고, 삼성 라이온즈는 물론이고 롯데 자이언츠도 한번도 응원하여 본 일이 없다. (물론 재작년 LG트윈스가 다시금 부활하기 전에는 이제 서울팀도 LG트윈스 말고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있으니 응원팀을 바꾸어 볼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여 오다가 같이 LG트윈스 팬을 오래 하여 온 베프 녀석의 협박으로 바꾸지 못하였음은 고백한다.)

그러나 운명의 해인 1984년에는 내가 응원하던 MBC 청룡의 성적은 하나도 안 떠오르고 삼성의 비열함;과 OB 베어즈의 안타까움과 롯데 자이언츠의 통쾌한 승리만이 오롯이 기억이 날 뿐이다. 그리고 롯데에서도 지금까지도 누구나 언급하는 최동원 선수나 유두열 선수 외에도 홍문종, 임호균 선수의 활약도 잊을 수 없었다.

1984년의 삼성 라이온즈는 나 같은 당시 중학생(응?)의 눈에는 비열하게 비쳤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원년에는 OB에게, 1983년에는 해태 타이거즈에게 우승을 빼앗긴 삼성은 1984년에는 자신들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기 좋은 상대를 고르기 위해서 전기리그에서 우승한 다음에 한국시리즈에서 상대할 후기리그 우승팀으로는 버거운 상대인 OB베어즈보다는 롯데가 올라오게 하기 위해서 져주기란 소문마저 무성한 시합마저 감행했다. 어느 경기에서인가 평범한 외야플라이를 홈런으로 만들어 주었던 것도 당시 TV 중계를 보면서 보았던 기억도 난다; 모르겠다 OB 원년 우승을 이끌기도 하였던 김영덕 당시 삼성 감독 입장에선 친정 OB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하지 않았을 거란 변명이 가능할지도.

그럼 이건 어떤가? 이만수 선수를 홈런왕, 타점왕, 타격왕 이렇게 3관왕으로 만들어 주려고 그와 타율 부분에서 경쟁 중이던 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홍문종선수에게 무조건 고의사구를 (지금 LG트윈스의 양상문 감독이 비난 받듯이 단 한 번 고의사구를 준 것도 아니고) 여러 차례 주었던 것은?

삼성의 계획은 착착 맞아 들어갔다. 홍문종 선수는 불과 1리 차이로인가로 이만수 선수에게 타격왕 자리를 넘겨주고 분루를 삼켜야했고 OB는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를 통합한 통산승률이 1위였음에도 역시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되고 삼성 판단에는 훨씬 쉬운 상대인 롯데자이언츠가 상대로 결정되었다. 어린이에게 꿈을 주겠다고 출범한 프로야구가 이렇게 비열한 방법을 써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던 삼성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필자는 당시 어린 마음에도 분통이 터졌었던 것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결국 삼성의 의도대로 판이 짜여진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었다. 당시 롯데가 삼성에게 그리 쉽게 보인 까닭은 최동원 선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팀이었던 탓도 있었을 듯 싶다. 한국시리즈에 와서도 최동원투수가 요새 같으면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을, 한 경기 던지고 다음 경기를 쉬는 초인적인 스케줄로 분투를 했음에도 롯데는 최동원 선수가 등판하지 못하면 판판히 삼성에게 깨졌다;

롯데 입장에서는 제발 불펜에서 누구라도 좋으니; 최동원 투수의 짐을 반이라도 짊어져 줄 수 있는 투수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랐던 상황ㅠㅠ 그걸 감당해 준 선수가 바로 임호균 투수! 그는 결정적 경기에서 삼성타선을 4회정도 틀어막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롯데자이언츠는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라이온즈를 통산전적 4승 3패로 극적으로 물리치고 우승한다.

이러한 롯데 자이언츠 우승의 가장 큰 공로자;는 최동원 투수이고 스포트라이트는 역전 3점 홈런을 친 유두열선수가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에서 본 이유로 홍문종 선수의 한숨과 임호균선수의 기여도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악의 무리 삼성이 패하고 약하지만 착한(뭐래니?) 롯데가 이기는 골리앗/다윗 싸움이라면 얼마나 뿌듯했을고ㅜㅗㅜ 하지만 정말 제국 아니 삼성의 역습이 무서운 것이 삼성은 OB, 해태, 롯데가 돌아가며 우승했으나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특히나 단기전인 한국시리즈에서 원년의 OB, 1984년의 롯데에게 져서 우승을 하지 못하자 1985년에는 전기리그와 후기리그 통합 우승을 목표로 하여 아예 한국시리즈를 없애버리는데 성공한다. 필자는 이렇게 소싯적에 "역시 제국은 강하다"는 것을 프로야구를 통해서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_-

내일부터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 중의 하나인 경북 포항에서 열릴 롯데(!)와의 3연전 중에 이승엽 선수가 홈구장 팬들의 성원 속에 400호 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에서는 가끔 전광판이 고장나는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구단 측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대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