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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8일 13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28일 14시 12분 KST

최진철호와 조성진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그들을 부르는 명칭은 딱히 없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다양하게 불린다. Y세대나 미(Me), 혹은 넥스트(Next) 세대라고도 한다. 밀레니얼(Millenials)이나 그저 밀리(Millies)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밀레니엄 세대'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맞겠다. 주로 1982년에서 2004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다.

이들은 밀레니엄(millenium·새천년)을 전후해 청소년기와 유아기를 보냈다. 이들을 하나의 세대로 간주하는 이유는 단순히 새천년이라는 시기적 특성 때문만은 아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난 진정한 디지털 키즈(digital kids)라는 점이 보다 중요하다. 이들은 대개 페이스북 광신도들이기도 하다.

서구 사회는 이 세대의 심리적 공통점으로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는 점을 꼽는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하나로 연결된 그들은 나면서부터 남들의 관심에 익숙했다. 어쩌면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보다 온라인 네트워크에 더욱 몰입해왔다고 볼 수도 있다. 성장하면서도 남들로부터 받는 관심을 즐겼다.

또 이들은 상당수가 가정의 외동 아들과 딸로, 부모들로부터 각별한 애정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자녀가 성인이 돼도 그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멈출 수 없는 이 세대의 어머니들은 '헬리콥터 맘'이라고 불린다. 밀레니엄 세대는 SNS와 헬리콥터 맘으로 상징된다. 한 마디로 어려서부터 각별한 대접을 받아왔기에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세대다.

최근 우리 밀레니엄 세대로부터 두 가지 낭보가 전해 졌다. 우선은 17세 이하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초반 두 경기 전승으로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일찍이 없던 경우다. 이 기록은 앞으로도 이 세대에 의해서만 작성되고 깨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17세 이하 대표팀이 처음부터 이런 기대를 품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의 이전 경기는 오히려 우려를 낳는 수준이었다. 물론 세계적 강팀과의 경기에서 이전 세대와 달리 주눅이 들지 않는 것은 보기 좋았다. 하지만 각자가 자기를 드러내는 데만 관심을 쏟다 보니 하나의 팀으로 성장할까 미심쩍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 세대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밀레니엄 세대는 헬리콥터 맘의 응석받이만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음악 경연대회 가운데 하나인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의 우승 소식도 밀레니엄 세대의 성취였다. 우승자 조성진은 기존 국내 음악 영재들이 그렇듯 헬리콥터 맘을 포함한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성장한 이가 아니었다. 독학하다시피 피아노를 공부했고, 스스로 좋아해서 연주하는 편이었다.

예체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이들은 밀레니엄 세대 이전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커리어 하이(career high·개인 통산 최고 성적)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쉽게 주저앉았다. 오랫동안 만개하는 꽃이라기보다는 일찍 지는 화초들이었다. 부모나 주변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한 도전을 가장 효율적으로 성취하고자 했으되, 스스로는 즐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하자마자 그들은 새롭게 접하게 된 유혹에 쉽게 몸을 맡기곤 했다.

두 가지 소식이 진정으로 반가운 이유는 밀레니엄 세대에 대한 걱정을 말끔히 씻어주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자 즐기면서도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전 세대에 비해 세계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도 갖췄다. 두 가지 일로 밀레니엄 세대가 하나의 세대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작 문제는 그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굳은 선입견이다. 그들은 밀레니엄 세대를 마냥 응석받이로만 여긴다. 그 결과 크게 깨우치고 한 방향으로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여긴다. 다양한 의견을 접하고 주체적으로 선택할 역량은 안 되는 미성숙한 이들로만 여긴다. 밀레니엄 세대를 대표하는 최진철호(號)와 조성진은 진화하는 한 세대를 자신의 유년기 시절로만 여긴 기성세대를 진정 낯부끄럽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