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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13일 09시 3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6월 13일 14시 12분 KST

르완다 대학살 20년 후 : 교훈과 나아갈 방향

전 세계인이 시리아인이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민 등 약자의 입장에서,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끔찍한 위협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혼자가 아님을, 우리가 그들을 포기한 것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절실하게 찾고 있는 생명줄이 지금 그들에게 향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AP 연합뉴스

지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정부 관리와 단체장들은 평화의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나는 르완다 대학살 20주년을 맞아 국제사회의 관심을 고취하기 위해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를 방문했다.

모든 상황에는 각각의 원인이 있다. 매일 새로운 희생자가 발생하는 시리아 내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내전은 생사가 걸린 과제라는 점에서 유사성을 갖는다. 무고한 사람들이 대학살을 당하는 데도 정부는 자국민을 보호할 수도, 보호하려는 의지도 없다면, 혹은 정부가 폭력의 근원이라면, 과연 국제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처럼 잔혹한 사건을 막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르완다와 스레브레니차에서 일어난 대학살은 국제사회 동조의 실패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건이다. 르완다에서 일어난 잔혹함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루 평균 10,000명이 살해당했는데, 이 같은 일이 석 달 동안 계속됐다. 그 와중에 증오로 가득한 라디오 방송은 르완다 국민이 자국민을 살상하도록 부추기고 조장했다.

그 동안 국제사회는 이런 끔찍한 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중요한 변화를 이뤘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이제 불처벌(impunity)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만이 아니라 UN 산하의 재판소 또한 범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면서 국제사회의 기본적인 규범을 어기는 잠재적 위반자에 대해 확실한 억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를 통해 한 국가 원수를 전범으로 판결한 기념비적인 판례도 있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7일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열린 르완다 대학살 20주년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우리의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개념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각 나라들은 이제 잔혹한 범죄를 단순한 국내 문제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수많은 초국가적, 지역별 기구가 생겨나면서 대학살을 예방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만들고 있다. UN과 동맹국은 분쟁 다발 지역에 인권 감시단을 파견하여, 각국 정부 및 비정부 단체 등 세상의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제도의 부재, 해결되지 않은 분쟁 등의 주요 위험 요소들도 주시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만연하는 성폭행 등으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강력한 평화유지군은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의 잔혹한 민병대를 물리쳤다. UN은 남수단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을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면서 평화유지군 제도를 신설했다. 20년 전이라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 제도는 UN의 인권 우선(Rights Up Front) 방침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르완다 대학살을 통해 배운 교훈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정책적인 상황은 바뀔 수도 있지만, 취지는 명확하다. 더 적극적인 보호를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활동도 종종 차질을 겪어왔다. 지난 2009년 스리랑카 내전에서 UN이 행동을 개시한 결과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시스템의 실패를 가져왔다. 시리아의 상황과 관련해 국제사회는 3년이 넘도록 제각각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군사적 해결 방식으로 상황이 과열되는 동안 필요한 인도적 도움의 일부밖에 제공하지 못했다.

이제 국제사회는 이러한 도덕적 맹점을 극복해야 한다. UN 회원국은 국익과 상충하는 상황에 직면하거나, 새로운 재정적 군사적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회원국들은 위험 가능성 때문에 겁먹거나,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자신들까지 휩쓸려 들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관심과 우유부단함에 따른 결과는 명백하다. 무고한 민간인 학살, 산산조각이 난 사회, 그리고 지도자들은 "이런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라는 거짓말을 반복할 것이다. 실패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역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국가가 붕괴되면서 나라는 무법천지가 됐고, 대규모 살상으로 고통받았다. 종교적인 신념이 정치적 싸움에 이용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던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에 위협을 가했다.

나는 국제사회가 인명을 살리는 일에는 긴급히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고, 경찰을 파견하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길 호소한다. 아프리카 연합과 프랑스는 군부대를 파견했지만, 유럽 연합의 군사력 지원 노력은 아직 없다. 정치적 화해를 도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 상황의 심각함을 감안하면 이는 극복할 수 없는 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는 이러한 두려움이 틀렸다는 걸 증명한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시에라리온과 동티모르는 극적인 변화를 이뤘다. 르완다는 주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고, 폭력 사태를 경험한 다른 나라들도 치유될 수 있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도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나는 이 정부가 그들의 자원과 전통을 충분히 활용하여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다.

나는 르완다를 방문하여, 대학살 기념관을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할 생각이다.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아우슈비츠 집단 학살, 캄보디아 대학살 등의 비극으로 희생된 이들을 애도했듯이 말이다. 국제사회는 끔찍한 범죄에 관심을 둔다면서 지원이 필요할 땐 움츠러들었다가 나중에 범죄 예방을 위해 돕겠다는 말만 해서는 안 된다. 전 세계 지도자들은 예방 가능한 일은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잔인함은 즉시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한다. 또 전 세계인이 시리아인이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민 등 약자의 입장에서,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끔찍한 위협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혼자가 아님을, 우리가 그들을 포기한 것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절실하게 찾고 있는 생명줄이 지금 그들에게 향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