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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04일 11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5월 04일 14시 12분 KST

흔한 운동도구, 바벨과 덤벨 파헤치기

우리가 헬스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봉' 혹은 '역기'라고 부르는 쇠막대기의 정식이름은 바벨(barbell)입니다.가장 간단한 형태의 중량운동 기구이자, 0.5kg 단위로 세심하게 조절이 가능한 민감한 도구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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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첫 등장은 뒷통수로 시작하네요. (피톨로지)

일반적으로 쓰는 바벨은 150cm부터 210cm까지 다양한 형태와 굵기, 길이의 바를 사용하지만 역도에서는 길이 220cm, 지름 28mm, 무게 20kg(여성용은 15kg) 라는 표준 규격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쇠막대기에 다양한 무게의 원판(plate-플레이트)을 끼운 바벨은 우리가 접하는 가장 흔한 체력단련 도구이자, 역도라는 스포츠의 유일한 시합도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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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척 길답니다. 태고적의 모습은 우리가 지금 접하는 형태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힘을 기르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무거운 바벨 형태의 기구는 이미 기원전 17세기 전부터 만들어졌다는 기록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기원전 9세기경 그리스의 장사로 추앙받던 비본(Bybon)이 약 140kg 가량의 원시 바벨을 손으로 들어서 던졌다는 기록 등 무수한 바벨의 기록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의 바벨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힘을 기르고 그 힘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라는 측면에서 과거부터 내려온 인간의 힘에 대한 열망과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소 엉뚱해 보이겠지만, 이 시점에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벨은 왜 바벨일까요? 바벨이 아니라 다른 이름을 가질 수는 없었던 것일까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바벨이 아니라 덤벨(Dumbbell)의 어원부터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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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벨은 글자 그대로 풀어보자면 Dumb-Bell 로서, 벙어리 종 이라는 뜻입니다. 바벨, 덤벨, 케틀벨, 클럽벨 우리에게 익숙한 피트니스 도구에는 벨(bell)이라는 이름이 참 많이도 붙어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답은 중세 유럽에 있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나라가 왕정제였고, 귀족이 존재하는 시대였죠. 이 시대에 평민들은 근근이 먹고 살기도 어려웠지만 돈과 시간이 많은 배부른 귀족 중에서는 지금처럼 운동을 통해 몸을 가꾸는 사람들이 존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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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덤벨입니다.

요즘이야 워낙에 운동 기구 및 이론들이 발달했지만, 당시엔 지금 보면 기초적인 장비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겠죠. 하지만 무거운 걸 들어올릴수록 힘이 세지고, 근육이 발달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좀 더 효과적인 근육의 자극을 위해 여러가지 도구를 찾다가 당시 교회에서 쓰던 크고 작은 종을 사용해서 근육운동을 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이 과정에서 종 안쪽에 장치되어 소리를 내게 하던 방울 부분을 떼어냈습니다. 그렇게 소리가 나지 않는 벙어리 종이라고 하여, Dumb bell 이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덤벨을 아령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한자로 풀자면 벙어리 아(啞)에 방울이란 뜻의 령(鈴)이 합쳐져 영어의 덤벨(Dumbbell)을 그대로 번역한 단어입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아령의 아(啞) 라는 글자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여,버금아 (亞) 라는 글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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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톨로지)

어쨌든 그 이후로 근육운동을 위한 도구, 그 중에서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중량 체계를 갖춘 도구들을 통상적으로 Bell 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종에 달린 방울과는 상관이 없는 바벨(Barbell), 케틀벨(Kattlebell), 클럽벨(clubbell), 그리고 메이스벨(Macebell)등 이제 그 어원과는 상관없이 쇠로 만들어진 덩어리 형태의 중량도구에는 벨이라는 접미어가 붙게 됩니다. 그리고 바벨은, 이미 위의 설명에서 짐작하셨겠지만 바(bar)를 사용한 중량운동 도구이기 때문에 바벨(Barbell)이 되었죠.

초기에는 꽤나 원시적인 형태였던 도구들이 현대적인 형태를 띠게 된 것은 19세기부터였습니다. 당시 등장한 초기의 바벨은 속이 비어 있는 둥근 공이 달려있었는데, 이 안에 모래나 쇠구슬 등을 넣어 무게를 조절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리고 1865년, 의사이자 운동 애호가였던 조지 베이커 윈드십(George Baker Windship)이, 바와 플레이트로 구성된 지금의 형태를 갖춘 바벨을 처음으로 발명해 냈습니다.

당시 그가 최초로 제작했던 바벨은 바의 무게가 8파운드(약 3.6kg), 최대 무게가 101파운드(45kg)로 지금의 바벨들과는 중량의 차이가 다소 있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형태적으로 볼 때, 이것이 현대의 바벨의 시초가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시에는 철강기술이 지금에 비해 매우 조악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높은 중량의 플레이트들을 버텨내는 바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철강 기술의 발달로 보다 높은 중량도 거뜬히 수용할 수 있는 탄력봉들이 다양한 형태로 나오게 되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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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s.wikimedia.org)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고 근육을 단련하는 쇠질에 여념이 없습니다. 물론 어떤 형태로든 몸을 움직이고, 무게를 들어올리는 웨이트트레이닝은 여러분의 근육을 발달시켜 줄 것입니다. 하지만 고정된 궤적으로밖에 운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머신보다 스스로 궤적을 컨트롤해 근육에 자극을 주는 프리웨이트의 중요성이 다시 재조명 되고 있습니다.

전기자극을 이용한 EMS 트레이닝이나 화려한 머신, 진동장비들이 수많은 데이터와 효과를 자랑하며 우리의 피트니스 시장을 점령하고 있지만 인간의 체력이란 것은 테크놀로지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특별히 몸에 이상이 있지 않은 한 우리는 바벨과 덤벨, 케틀벨 등을 이용한 프리 웨이트트레이닝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몸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잊지 마셔야 할 사실. 테크놀로지는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진화하지만 우리의 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결국 근육을 발달시켜 체력을 키우고, 몸매를 가꾸는 행위는 기술이나 유행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가장 본질적인 두 가지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나무를 타고, 사냥을 하면서 만들어진 원시적인 우리 몸의 원래 쓰임새.

그리고 중력.

이 두 가지 본질적인 개념에 입각해 몸을 자극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기구가 바벨과 덤벨이고 그 결과물이 체력이고 근육의 발달입니다. 헬스머신은 새로우면 새로울수록 이런 본질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체력을 위한 도구라면 모름지기 오래되고 단순할수록 우리 몸에 섬세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바로 여러분의 곁에 늘 함께하는 바벨이나 덤벨 같은 흔한 도구들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