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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29일 10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29일 14시 12분 KST

내 실패한 연애와 당신의 실패한 다이어트의 상관도

타협과 양보를 허락하는 순간 우리가 음식과 관계 맺는 방식은 헤어짐을 두려워하는 찌질한 과거의 자신과 다를 바 없어진다. 새해 소망은 접어두고 여름이 가까워지면 반짝 며칠 굶다가 여름이 끝나면 폭식을 반복하며 1월 1일이 되면 '올해는 꼭 건강하게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1년씩 건강한 삶의 시작을 유예하는 그런 삶 말이다. 아프고 힘들지만 단칼에 버리지 않으면 당신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 실패한 연애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지는 당신의 뱃살도 본질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다.

Shutterstock / Peshkova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본 식상한 연애 이야기다. 연애라는 게 그렇다. 일 년쯤 되면 어느 커플에게나 과도기가 찾아온다. 나도 그랬다. 긴 공백 끝에 한국에서 다시 시작한 연애는 계절이 몇 번 바뀌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들시들해져 버리고 말았다. 별 것도 아닌 것에 다투고 상대방에게 트집을 잡게 되더니 사소하게 시작된 싸움은 이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어느 날이었던가,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소한 트집으로 한 시간을 넘게 전화로 싸우던 밤. 내 입에서 먼저 나온 한마디.

'그만하자'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어볼 정도로 얼굴은 안 좋아졌고 매일 밤마다 우중충한 노래를 들으며 궁상을 떨다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퇴근 후에 거나하게 취한 새벽, 나도 모르게 엉엉 울며 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어색하게 데이트를 다시 시작했다.

예상했겠지만 이후의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다. 비슷한 이유 혹은 약간 다른 이유로 시작된 싸움은 마른 날 들불 번지듯 커져만 갔고, 그런 식으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그러나 눈에 보이도록 할퀴어 댔다.

그래도 완전히 헤어질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그 동안 함께한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고,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로 지내며 서로에게 전한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서로를 너무나도 미워했고, 좋아한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각자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었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돌아서서 혼자 울며 내일은 헤어져야지 하는 다짐을 했지만, 다음날 퇴근을 하고 돌아가는 곳은 여지없이 그 사람의 집.

그런 나날들이 반복되자 그가 나를 놓았다. 아마 그도 내게 지쳤던 탓이리라. 짤막하게 헤어지자는 문자를 보내고 난 뒤 그는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고 잠수를 탔다.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사람이기에 한참을 앓아야 했지만, 어떤 연애나 그렇듯이 모두 지나고 난 지금에서야 몇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나를 병들게 한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나의 미련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이별이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 말이다.

이별은 누구나 아프다

사실 헤어지는 건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우리는 늘 이별이 한 순간에 벌어지는 사건이라 믿고 있지만, 살아오면서 이별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님을 몸으로 배워 왔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잊기 위해 겪어야 했던 수많은 나날들은 사실 이별의 과정 그 자체이다. 그 모든 찌질하고 지저분한 과정을 이별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사랑했던 사람이 없는 생활에 또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로 하여금 이별을 회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적응의 시점을 미루거나 피하다 보면 어느새 늪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야 만다.

마약인 줄 알면 끊는 게 맞고, 잘못된 만남이라면 단칼에 정리하는 게 맞다.

연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모든 것이 그와 같다. 연애의 끝을 제대로 맺지 못한 사람이 스스로를 좀먹듯 우리가 숨 쉬고 먹고 자는 일도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해 몸에 안 좋은 줄 알면서도 '이번만...' 하는 생각에 입으로 가져가는 음식들이 지금의 망가진 당신의 몸을 만들었다.

타협과 양보를 허락하는 순간 우리가 음식과 관계 맺는 방식은 헤어짐을 두려워하는 찌질한 과거의 자신과 다를 바 없어진다. 새해 소망은 접어두고 여름이 가까워지면 반짝 며칠 굶다가 여름이 끝나면 폭식을 반복하며 1월 1일이 되면 '올해는 꼭 건강하게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1년씩 건강한 삶의 시작을 유예하는 그런 삶 말이다.

그 사람의 냄새가 밴 목도리도, 온기가 남아 있을 것만 같은 손글씨 편지도 지나고 나면 다 의미 없는 것들이다. 한번에 정리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당신을 괴롭힐 것들임을, 과거의 추억이라는 미명으로 그런 것들을 곁에 두는 것은 그저 합리화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야만 한다. 당신의 식습관도 마찬가지다. 익숙했던 것들을 옆으로 밀어 놓고 새로운 습관을 찾아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프고 힘들지만 단칼에 버리지 않으면 당신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

실패한 연애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지는 당신의 뱃살도 본질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다.

* 이글은 <생존체력- 이 것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에 게재된 글의 일부분을 재구성한 것입니다